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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줄' 등급 심사에 장애인 181명 '날벼락'

<앵커>

거동이 어려운 장애인의 손과 발 역할을 하도록 활동보조원을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습니다. 장애 등급에 따라 활동보조원이 도와주는 시간도 달라지는데요, 혼자 사는 중증 장애인의 경우 1급과 2급은 한 달에 최대 278시간까지 차이 납니다. 그런데 최근, 서울의 한 지역에서만 180명이 넘는 장애인의 등급이 한꺼번에 하락했습니다.

무슨 일인지, 류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사고로 한쪽 팔과 두 다리를 잃은 윤용욱 씨는 지난달부터 저녁 식사를 거르고 있습니다.

손발이 되어주는 활동보조인 퇴근 시간이 저녁 8시에서 오후 4시로 앞당겨져 혼자서는 식사할 수 없습니다.

[최민자/활동보조인 : (제가) 오후 4시에 가면 그 나머지 시간 밤, 아침까지 너무 길잖아요.]

활동보조인의 돌봄 시간이 줄어든 건 올해 재심사에서 9년 동안 1급이었던 등급이 2급으로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윤용욱/지체장애 1급 : 똑같은 내용으로 질문을 하는데 대답도 물론 똑같이 했고요. 오히려 팔이 진단서를 끊을 만큼 아파서 (이전 심사 때보다) 상태가 더 안 좋아졌는데.]

윤 씨가 사는 서울 강서구에서만 181명, 활동보조 심사를 받은 장애인 40%의 등급이 내려갔습니다.

전국 평균 하락률 4.1%보다 10배 가까이 높습니다.

[국민연금공단 강서지사 : 강서구가 다른 지역보다 좀 관대하게 평가된 부분이 다소 많았기 때문에 활동지원제도를 정착하는 과정에서 조정된 것으로.]

하지만, 조사 방식이 전국적으로 동일한데도 이 지역에서만 그동안 관대하게 평가가 이뤄진 이유는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심사는 2, 3년마다 국민연금공단 조사원이 장애인의 가정을 방문해 건강과 생활형편 등을 확인하고 점수를 매기는 식으로 이뤄집니다.

[이윤경/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 : 얼마나 부실한 방식으로 조사되고 있는지 보여주고요. 신뢰할 수 있을 만한 개편이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장애인들은 평가 항목을 더 세분화하고 장애인의 형편을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살피는 등 조사원의 주관이 개입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영상취재 : 공진구, 영상편집 : 염석근, VJ : 신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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