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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짜릿한 명승부…K리그 '극장골'의 세계

후반 추가시간 '극장골'이 늘어난 이유

2016 K리그 클래식 엠블럼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짜릿한 명승부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경기 막판 승부를 뒤집는 득점 이른바 ‘극장골’ 덕분입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다가 마지막에 일어나는 반전 드라마에 관객들이 열광하는 걸 빗대어 탄생한 신조어가 ‘극장골’인데요. 지난해에 비해 극장골이 2배 이상 늘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올 시즌 K리그 그라운드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극장골의 세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진짜 승부는 후반 추가시간

올 시즌 K리그는 팀당 19경기씩 치르며 전체 일정의 딱 절반을 소화했습니다. 총 114 경기에서 312 골이 나와 경기당 2.89 골이 터지는 ‘골 잔치’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같은 기간에 터진 269 골(경기당 평균 2.49 골)에 비해 득점이 16%나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후반 추가시간 득점 비율이 유난히 눈에 띕니다. 올 시즌 312 골 중 9%에 해당하는 28 골이 정규시간 90분 이후에 나왔는데, 지난 시즌 전체 추가시간 득점(26 골)기록을 이미 넘어섰습니다. 지난 시즌 대비 155%가 늘어난, 엄청난 수치입니다.

후반 40분 이후 득점으로 범위를 넓혀보면 총 득점의 38.2%인 47 골이 쏟아졌습니다. 이런 ‘극장골’로 24경기의 승패마저 바뀌면서 후반 막판까지 그라운드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진짜 명승부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2016년 K리그 클래식 시간대별 득점 현황(1-19R)

● 극장골에 울고 웃고

후반 추가시간에 가장 재미를 본 팀은 인천과 포항 그리고 군인팀 상무입니다. 세 팀은 추가시간에만 4 골을 쏟아내며 극장 승부의 단골 주인공이 됐습니다. 후반 40분 이후 다득점팀은 7 골을 넣은 포항이 1위, 6 골의 인천이 2위입니다.

그렇다면 경기 막판이 괴로운 팀은 어디일까요. 올 시즌 9위로 처지며 자존심을 제대로 구기고 있는 ‘명가’ 수원 삼성입니다. 후반 추가시간에만 7 골을 내주며 압도적으로 1위를 질주하고 있습니다. 후반 40분 이후에도 10 골을 허용했습니다.

만약에 수원 삼성이 후반 40분 이후 실점을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후반 40분까지 스코어로 수원의 승패를 계산해봤더니, 지금보다 무려 승점 10 점이나 높아지더군요. 수원이 5~10분만 더 ‘잘’ 버텼다면, 상위권에서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었겠네요.
인천 송시우
● 극장골 사나이

극장골의 희열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겠죠. 팬들에게도 아주 강렬한 인상을 남기게 됩니다. 올해 유난히 후반 추가시간에 빛나는 ‘극장골의 사나이’가 있습니다. 바로 인천의 신인 송시우 선수입니다. 단국대의 에이스로 활약하다 올해 인천에 입단한 송시우는 올해 4 골을 넣었는데 모두 후반 40분 이후에 나온 영양가 만점 골이었습니다. 이 중 3 골이 후반 추가 시간에 터지면서 인천을 패배 위기에서 구해내기도 했습니다.

14 경기 중 단 한경기를 제외하고 13 경기에 교체로 출전해 후반 막판에 펄펄 날아다니며 인천 팬들을 사로잡고 있는데요. 요즘 인천 팬들은 송시우가 교체 준비만 해도 그의 이름을 연호할 만큼 팀의 간판 스타 대접을 해주고 있습니다. K리그 대표 골잡이 출신의 김도훈 인천 감독 역시 엄지를 ‘척’ 세웠습니다.

“송시우가 경기장에 들어가면 뭔가 해낼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어요. 드리블하면서 돌파하는 능력이 있고, 위치 선정 능력은 타고나지 않았나 싶어요.”

송시우도 극장골 얘기만 나오면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극장골을 넣었을 때 말로 표현이 안 돼요. 아무것도 안 들립니다. 그동안 축구하면서 느낄 수 없었던 그런 감정들이라고 할까요. 요즘 제가 경기장에 들어가면 극장골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니깐 무조건 골을 넣어야겠다는 동기 부여가 잘 되는 것 같아요.”

● K리그 극장골 증가, 이유는?

지난해 두 배 이상 극장골이 쏟아지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APT(Actual Playing Time) 즉 실제 경기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실제 경기 시간이란 90분 정규시간 동안 어떤 이유로든지 잠시 플레이가 멈춘 시간을 제하고 선수들이 실제 경기한 시간을 말합니다.

프로축구연맹의 통계에 따르면 올 시즌 19라운드까지 실제 경기 시간은 58분 24초입니다. 같은 기간 지난해 55분 57초에 비해 2분 27초 늘어났습니다. 또 실제 경기시간과 동시에 올 시즌 19라운드까지 추가시간이 평균 5분 14초로 지난해 4분 6초에 비해 1분 이상 증가했습니다.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 추가시간이 늘어나면서 교체 출전해 체력이 좋은 선수들이 활약이 더 두드러지게 된 겁니다. 연맹은 올 시즌부터 경기 중 사용하는 공인구의 수를 6개에서 12개, 2배로 늘렸습니다. 공이 사이드라인 밖으로 나간 경우에 빠르게 공이 투입되면서 경기 시간이 늘어나는 효과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최근 3년간 실제 경기 시간(APT)>
1-19R 기준
 
2016년  58분 24초
2015년    55분 57초
2014년    57분 45초

<최근 3년간 평균 후반 추가시간>
1-19R 기준
 
2016년 5분 14초
2015년    4분 6초
2014년    4분 23초


둘째로, 연맹의 순위 결정 방식 변경입니다. 연맹은 공격 축구를 유도하기 위해 기존 '승점→득실차→다득점→다승→승자승→벌점→추첨' 순에서 '승점→다득점→득실차→다승→승자승→벌점→추첨' 순으로 변경했습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승점이 동률일 경우 올해부터는 득점이 많은 팀이 우선 순위를 차지하게 됩니다. 지난해까지 득실차가 우선이었기 때문에 실점이 적은 경기를 해야 했다면, 올해는 바뀐 규정 때문에 득점이 많은 경기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올해 극장골이 많이 늘어 감독과 선수들은 종료 휘슬이 울리기까지 안심을 할 수가 없게 됐지만,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에 팬들이 열광하면서 침체에 빠진 K리그 흥행에 한 줄기 희망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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