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조원을 웃도는 국민연금기금 운용을 맡은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를 둘러싼 논란이 종지부를 찍을 전망이다.
국민연금공단의 수장인 문형표 이사장이 13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 논의는 중단된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문형표 이사장은 이날 김광수(전주갑) 국회의원이 전북도청에서 연 '전북 발전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기금본부 공사화 논의는 어떻게 되어 가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1월까지 (기금본부가) 이전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문 이사장은 덧붙였다.
애초 기금운용본부는 이미 전북혁신지구로 이전한 국민연금공단을 따라 올해 하반기까지 이곳으로 이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민연금공단과 정부가 공사화를 추진하려는 방침을 세워 전북의 강한 반발을 샀다.
국민연금의 주무부서인 복지부는 지난해 7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용역 발표를 통해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 방침을 밝혔다.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해 10월 "정부는 본부를 별도 기구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공사화가 좀 더 적극적으로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천명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물론 기금운용본부 공사화 추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독립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과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에도 추진됐다.
국민연금의 전문성을 강화해 수익률을 높이자는 취지에서였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 자산으로 위험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올리기보다 안정성 위주의 보수적 운용이 중요하다는 주장에 따라 무산됐다.
기금운용본부가 국민연금공단 산하기관 형태의 공공기관이 아닌 공사로 전환되면 공공기관 본사조직의 주요 업무와 인원, 자산 등을 옮기는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정부안대로 진행되면 전북의 혁신도시는 '빈손'에 그칠 것이란 위기 인식 때문에 지역 정치권은 그동안 거세게 반발했다.
특히 19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야당 간사였던 김성주 의원은 올해 1월 "(국민연금 기금본부의 공사화를 꾀하는)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해임촉구 결의안을 내겠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당시 "국민연금공단 본사가 전주에 있는 만큼 기금본부도 전북도민의 민심과 같이 가야 한다. 기금본부 전북 이전이라는 약속을 깨고 무리하게 공사화를 추진해 기금본부를 서울에 둔다면 야당과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북도와 도내 정치권도 "기금운용본부 공사화 추진은 'LH 본사 경남 일괄 이전'에 이어 또 하나의 편파적인 지역차별"이라며 "기금운영본부의 전북 이전을 막으려는 정치적·악의적 의도가 있는 공사화 추진을 즉각 철회하라"고 가세했다.
도민들도 전북혁신도시 입주가 예정됐던 한국토지공사가 한국주택공사와 통합되면서 경남 진주로 한꺼번에 옮겨간 전례를 들며 기금본부의 전북 이전 무산을 우려하는 등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에 강하게 반대했다.
이처럼 기금본부 공사화를 둘러싼 도내 반발 기류가 지난해부터 확산했으나 이날 문형표 이사장의 발언으로 공사화 논의는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