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마부작침] 한 달새 발표한 국책사업 14조 원 규모


그제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구공항과 군 공항인 K2를 통합 이전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대구 시내에 있는 K2 이전은 대구시민들의 숙원 사업이었지만, 대통령의 이전 지시는 예고에 없던 깜짝 발표였습니다.

대구공항 및 군 공항 이전에는 7조원이 넘는 돈이 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는 소위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인데, 대구시가 새로운 군 공항을 마련해 주고, 기존 부지를 개발해 생긴 수익으로 이전 비용을 충당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 대로라면 중앙 정부 예산이 들어가지 않지만, 대구시가 개발 수익으로 7조 원의 사업비를 충당하지 못 하면 정부 예산 투입은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정부는 대규모 국책 사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1일, 정부는 영남 신공항을 새로 건설하는 대신 김해공항을 확장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김해공항 확장에는 4조 1,700억 원이 정부 예산이 들어갈 전망입니다. 

정부는 또 지난 월요일, 2조 631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가는 춘천-속초 철도건설사업과 2,554억 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수원발 KTX 연결사업, 3,833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인천발 KTX 연결사업 등 3개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며 신속히 재정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과거 3차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했던 춘천-속초 철도건설사업은 박근혜 대통령이 무역투자 진흥회의에서 해당 사업을 언급한 다음날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 자문회의에서 사업을 추진하기로 최종 확정됐습니다.

이렇게 정부가 한 달 새 발표한 국책 사업은 14조 원 규모입니다. (대구공항 이전 사업을 제외할 경우 7조 원 규모) 필요한 국책 사업은 추진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문제는 최근 정부가 쏟아낸 정부의 대규모 국책 사업은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국가 운용 방침과 상충된다는 겁니다.

지난해 정부는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내 놓으며 2019년까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연평균 6.8%씩 줄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런 배경에는 내년 말에는 700조 원을 넘길 것으로 보이는 국가 부채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복지 등에 고정적으로 대규모 재정에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국가 부채를 줄일 방법은 SOC 예산을 줄이는 것 말고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정부는 이런 재정운용방침을 뒤집고 대규모 예산이 들어가는 SOC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겁니다.

또, 다른 문제점은 대규모 국책 사업이 이번 정부 말에 추진되면서, 사업비 대부분은 다음 정부에서 내야 된다는 것입니다. 사업 추진에 따른 정치적 과실은 이번 정부가 챙기고, 예산 부담은 다음 정부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 겁니다. 대통령의 대구공항 이전 지시는 영남권 신공항 건설 대신 김해공항을 확장하기로 결정한 이후 대구 경북지역에서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는 속에 나왔습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한창진·장동호
디자인/개발: 임송이

※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