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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총체적 난맥상 드러낸 경찰의 셀프 감찰

학교전담 경찰관 성비위 사건 수사결과 발표

[취재파일] 총체적 난맥상 드러낸 경찰의 셀프 감찰
학교전담경찰관(SPO)들이 여고생과 성관계를 한 사건을 수사해 온 경찰 특별조사단(특조단)이 12일 동안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당초 셀프 감찰이란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는데 결과는 예상했던대로였습니다.

조사결과는 요약하자면 경찰 수뇌부의 은폐는 없었고 해당 경찰서장이 묵인과 은폐를 주도했으며, 경찰청과 부산경찰청의 총경 및 경정급 간부들도 사실을 인지했으나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강신명 경찰청장과 이상식 부산경찰청장은 사건이 불거진 다음에 인지한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문제의 두 경관에게는 당초 사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입장에서 선회해 사하경찰서 김 모 경장(33)에게는 위력에 의한 간음과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이 신청됐습니다. 또 연제경찰서의 정 모 경장(31)은 위계에 의한 간음으로 불구속 입건됐습니다.

오늘로 학교전담 경찰관 성비위 사건은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특조단의 수사에서 절대로 간과할 수 없는 점은 지휘보고 체계의 문제점이겠지요.
 
● 경찰서장이 경찰관-여고생 성관계 묵인, 은폐 주도
부산 연제경찰서
부산 사하경찰서
특조단에 따르면 부산 연제경찰서 김 모 서장은 지난 5월 9일 문제의 경찰관이 사표를 내기 전에 사건 보고를 받고 집무실에서 여성청소년 과장과 청문감사관 경무과장과 논의한 뒤 징계 없이 사표를 받아 처리했습니다.
사하경찰서 정 모 서장도 지난 6월9일 김 모 경장의 비위사실을 보고 받고, 여성청소년 과장과 청문 감사관과 논의해 김 경장의 사표를 받는 선에서 마무리 했습니다.

이들 서장들은 당시 성관계의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해 이를 윗선에 보고하거나 공개하면 사회적 파장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묵인 은폐했다고 특조단은 밝혔습니다. 두 경찰서장은 6월 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글이 오른 뒤에도 부산경찰청에 “비위 사실을 모른 채 의원면직 처리했다”고 허위 보고했습니다.

특조단은 두 일선 서장이 초기 보고 누락과 묵인 은폐의 일차적 책임이 있는 것으로 결론지었습니다. 사안의 민감성과 중대성으로 미뤄 볼 때 일선 서장이 직속 상관인 부산경찰청장과 부산경찰청 지휘라인에 보고를 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더구나 연제경찰서 정 경장의 성 비위 사건이 알려진 것은 지난 5월 9일이고, 5월 17일에 사표가 수리된 뒤 부산경찰청 감찰계장과 아동청소년계장도 5월 25, 26일 정 경장 사건을 파악했습니다. 그리고 6월 4일 사하서 김 경장 성 비위 사건이 터졌습니다.

만약 연제서 정 경장 사건을 원칙대로 처리했다면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자구책을 마련했다면 김 경장 사건을 막을 수도 있었습니다. 쉬쉬하는 사이 성 비위 사건이 잇따라 터진 겁니다.

일각에서는 과연 일선 서장이 부산 청장에게 보고를 하지 않았겠는가 하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해 한 전직 서장은 “경무 라인의 서장들은 살짝 이런 일이 있었다는 식의 이야기를 흘릴 수도 있지만, 형사 수사 출신 서장들은 일반적으로 보고를 하지 않고 자체 처리했을 확률이 높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 부산경찰청 간부들도 상부 보고 안하고 은폐 시도
부산경찰청
특조단 조사에서 부산경찰청 감찰계장과 아동청소년 계장도 각각 5월 25일과 26일 연제서 정 경장 사건을 파악한 걸로 밝혀졌습니다. 감찰계장은 당초 6월 1일 이 사건을 파악한 걸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아동청소년 계장의 인지 사실은 이번 조사로 처음 밝혀졌습니다.

이들은 특히 각각 6월 13일과 10일 사하경찰서 김 경장 사건을 인지했는데도 문제 삼지 않고 6월 15일 사표가 수리되도록 했습니다.

아동청소년 계장은 동료로부터 진상 파악 권유를 받고도 아예 구체적인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또 감찰계장은 이 문제가 공론화 된 뒤에도 경찰청에 “의원 면직 전에 비위 사실을 몰랐다”고 허위 보고했습니다.
결국 부산경찰청에서 조차 중간 간부 차원에서 이 문제에 대한 상부 보고는 이뤄지지 않았고 오히려 은폐와 허위 보고가 진행됐다는 것입니다.
 
● 경찰청 담당 간부 역시 지휘부에 보고 안 해

보고 누락은 경찰청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본청 감찰기회계장이 연제서 성비위 사건 관련 첩보를 입수한 것은 지난 6월 1일, 기획계장은 부산청 감찰팀에 사실 확인을 지시합니다.

이에 부산청 감찰계장이 “SPO 성 비위는 사실이지만, 면직 처분 당시에는 성비위 사실을 몰랐다”는 내용으로 회신을 받고 ‘이미 사직했으므로 감찰 조사가 필요치 않다‘며 상부에 보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 뒤 휴가를 마치고 복귀한 감찰담당관에게 상 비위 사실을 보고했지만, 감찰담당관 역시 상부에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특조단은 밝혔습니다.
 
● 경찰청, 부산청 최고위 지휘부는 아예 몰랐다? 
 
특조단은 강신명 경찰청장과 이상식 부산경찰청장은 이와 관련한 보고를 받지 못하고 있다가 이 문제가 공론화 된 지난 6월 24일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성역 없는 수사 의지를 표명했던 특조단은 정작 강 청장과 이 부산청장에게는 구두 진술만 확보 했을 뿐 핸드폰 통화 내역 등의 조사는 차단했습니다. 조사 대상에 올랐던 다른 경찰 간부들의 경우 통화 내역 등을 조사한 것과 다른 조치입니다.

감찰 라인은 청장의 직속 라인으로 분류되는데 감찰 담당관까지 인지한 사건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은 뭔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최고위층 간부는 몰랐다는, 그것도 지휘 보고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몰랐다는 사실 자체가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쨌든 매우 민감한 청소년 성문제가 그것도 경찰관이 관련된 청소년 성문제가 보고되지 않고 오히려 내부적으로 쉬쉬하고 은폐를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청소년 성문제를 아주 가볍게 여기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또 경찰 조직의 폐쇄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으로 볼 수 있습니다.
 
● 비위 징계 대상자는 부산경찰청장 포함 모두 17명
특조단 수사 발표
특조단은 이번 사건으로 비위 사실이 밝혀진 대상자는 모두 17명이라고 밝혔습니다. 여고생과 성관계한 혐의를 받고 있는 사하서 김 모 경장과 연제서 정 모 경장이 우선 징계 대상입니다. 이들은 형사 처벌과는 별개로 공무원 신분으로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인정되면 최고 파면의 징계 처분을 받게 됩니다.

연제 사상 서장을 비롯해 관련 과장과 부산경찰청 아동청소년, 감찰 계장등도 이번 사건을 직접적으로 은폐 묵살한 혐의로 징계가 불가피 합니다. 특조단은 부하직원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총체적 책임을 물어 이 부산청장과 청문감사관, 여성청소년 과장, 2부장 등 부산경찰청 간부 4명과 경찰청 감찰기획계장, 감찰과장도 징계 대상에 포함했습니다.

특조단은 이번 사건의 사회적 파장이 큰 만큼 시민감찰위원회에 조만간 상정해 위원들의 의견을 듣고 징계 수위를 결정할 방침입니다. 하지만 징계 이전에 경찰의 지휘보고 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재점검과 조직의 폐쇄성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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