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세계에서 가장 큰 공기 청정기…베이징 대기 정화할까

지난해 9월 항일전승 70주년 기념식이 열렸던 중국 베이징의 하늘을 기억하시나요? 당시 베이징의 하늘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었는데요. 저 역시 국제 뉴스를 진행하면서 그 하늘이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이 기념식을 위해 중국 당국은 16,000여 개의 공장 가동을 잠시 멈춰 세웠고, 2주 동안 차량 강제 2부제를 실시했습니다. 이것뿐이 아닙니다. 베이징 시내 모든 건설 공사까지 중단됐습니다. 푸른 하늘을 위해 엄청난 대가를 치른 것입니다. 

그러나 이 푸른 하늘은 기념식이 끝난 뒤 오래가지 못하고 뿌연 스모그로 다시 뒤덮이고 말았습니다. 다시 길 건너편에 있는 건물까지 제대로 볼 수 없게 됐습니다. 이것이 현재 베이징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올해 연말 쯤에는 베이징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가 생기고 있습니다. 그때와 같이 공장 가동을 멈추거나 강제 차량 통제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는 작은 기업이 있습니다. '스튜디오 루즈가르드'라는 기업입니다. 이 기업의 CEO인 단 루즈가르드는 새로운 것을 많이 개발하는 발명가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이 발명가가 베이징을 위해 선물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바로 공기 청정기입니다.
얼핏 보면 첨단 빌딩 같기도 하고 UFO 같기도 하지만 공기 청정기입니다. 그냥 청정기가 아니라 초대형 공기 청정기입니다. 높이가 7미터, 3층 높이의 건물 만한 공기 청정기입니다. 반나절 가동하면 축구장 하나 면적의 공기를 깨끗하게 정화할 수 있습니다. 

이 공기 청정기를 취재하면서 무엇보다 소모되는 전력이 걱정됐습니다. 루즈가르드 사에 따르면 3만 제곱미터의 공기를 깨끗하게 만드는데 단 30와트의 전기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 정도의 전기는 가정집에서 물을 끓이는데 사용되는 정도의 전기입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원에 설치돼 있던 이 공기청정기를 베이징으로 보내기로 한 것입니다. 일단 베이징 시내 한 곳에 무료로 설치해서 정화 효과를 테스트해보자는 제안을 베이징 시 당국도 수용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이 청정기는 중국으로 가고 있는 중입니다. 베이징을 시작으로 중국에 있는 5개 도시를 돌며 테스트를 해 본다는 계획입니다. 

중국 다음으로 스모그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멕시코와 프랑스에서도 정화 효과 테스트를 해본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 어떻게 작동하나?

원리는 간단합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필터식이 아니라 정전기 방식입니다. 더러운 공기를 청정기 위에 있는 3개의 흡입기를 통해 빨아들인 뒤 걸러냅니다. 그런 다음 맑은 공기가 양 옆에서 나오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고무 풍선이나 책받침으로 머리카락을 비비면 머리카락이 달라붙는 정전기 원리를 이용한 것입니다. 
가정에서 공기 청정기를 사용할 경우 소음 때문에 오래 켜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제품은 소음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제조사 측은 설명합니다. 제품 바로 옆에서 시민들이 소풍을 즐기며 낮잠까지 잘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부분이 무엇보다 매력적이었습니다. 

이 제품은 오는 9월쯤 베이징에 도착해 바로 가동될 것이라고 합니다. 스모그에 시달려 온 많은 베이징 시민들이 제품의 성능을 보기 위해 몰려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 역시 그 효과를 확인하고 싶은데요, 효과가 검증되면 추가 취재를 해서 국내 네티즌들에게 전달해드리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초대형 공기 청정기의 가격에 대해 문의하셨는데, 제조업체는 정확한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 취재를 마치며

이번 방송은 취재하는 데 3일이 소요됐습니다. 무슨 대단한 뉴스라고 3일이나 걸렸냐고요? 네덜란드에 있는 본사와 통화를 하고 영상을 확보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7시간이란 시차와 협조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많은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국내에 있는 자료는 거의 없었고, CNN에 나와 있는 단 다섯 줄짜리 소개글이 전부였습니다. 결국 1시간이 넘는 전화 취재를 통해 얻어낸 정보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노력에 부응하듯 많은 시청자와 네티즌들이 좋은 반응을 보여주셨습니다. 정말 보람 있는 취재와 방송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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