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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단독] 대한체육회, IOC까지 속였다

[취재파일] [단독] 대한체육회, IOC까지 속였다
대한체육회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통보한 정관과는 다른 내용의 규정을 만든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원로 체육인으로 구성된 한국체육인회는 SBS와의 전화 통화에서 "대한체육회가 지난 4월5일 자율성을 확대한 정관을 제정한 뒤 각종 규정에서는 이와 배치되는 조항을 집어넣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2월 말 통합체육회 정관을 만들었는데,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정부 개입 조항이 너무 많다며 수정을 요구했습니다. 이에따라 대한체육회는 지난 4월5일 체육회 부회장, 이사, 사무총장, 선수촌장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승인 사항을 삭제하고, 예산 편성과 결산, 정관과 각종 규정 변경에 대한 장관 승인사항을 협의 사항으로 각각 개정했습니다. 이날 정관 개정은 총 23개 조항에 걸쳐 이뤄졌으며,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부분을 삭제하거나 협의사항으로 변경하면서 대한체육회 자율성이 크게 강화됐습니다.

예를 들어 제63조의 경우 “체육회의 운영을 위해 필요한 규정 중 예산을 수반하는 ‘직제’, ‘인사’, ‘보수’ 등에 관한 규정, ‘시도 체육회 규정’, ‘회원종목단체 규정’, ‘가입 탈퇴 규정 및 생활체육지도자 배치 및 근무규정을 제-개정하거나 회원종목단체를 가입시킬 경우에는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문화체육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돼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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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IOC의 요구로 이 조항은 “체육회의 운영을 위해 필요한 규정 중 예산을 수반하는 ‘직제’, ‘인사’, ‘보수’ 등에 관한 규정, ‘시도 체육회 규정’, ‘회원종목단체 규정’, ‘가입 탈퇴 규정 및 생활체육지도자 배치 및 근무규정을 제-개정하거나 회원종목단체를 가입시킬 경우에는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주무부처와 협의하여야 한다”고 개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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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는 자율성을 확대한 정관 개정안을 IOC에 보냈습니다. 정관이 임시 대의원총회를 통과해 최종 확정된 날은 4월5일이었습니다. 그런데 현재 대한체육회 회원종목단체 규정을 보면 4월28일에 개정이 이뤄진 뒤 4월29일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돼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6월16일 일부 조항을 다시 개정한 뒤 바로 그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승인을 또 받았습니다.

정관에서는 “문화체육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말을 삭제한 대한체육회가 정작 회원종목단체 규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문체부 장관의 승인을 두번씩이나 받은 것이 확인된 것입니다. 대한체육회가 IOC를 속였다고 해도 할 말이 없는 대목입니다.

회원 가입-탈퇴 규정, 시도체육회 규정도 마찬가지입니다. 4월29일과 6월16일에 두 번씩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승인을 받은 것이 확인됩니다. 인사규정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3월21일 만든 것을 그대로 두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정관 개정안과는 상반된 내용이 아직도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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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제129조를 보면 “이 규정을 개정할 때에는 문화체육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심지어 제15조(임원의 임용)에는 “사무총장과 선수촌장은 회장이 임명하고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그런데 대한체육회 정관 59조에는 “사무총장과 선수촌장의 임기는 2년으로 하되 연임할 수 있다”고만 돼 있지 문체부 장관의 승인과 관련된 언급은 없습니다.

대한체육회 정관과 각종 규정이 서로 배치되는 것에 대해 대한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현재 규정이 지난 3월초 IOC와의 합의 정신과는 다른 것은 인정한다. 문화체육관광부로서는 연간 4천억 원의 정부 예산을 쓰는 대한체육회를 어떻게 해서든 관리 감독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 같다. 그래서 문체부 장관의 승인 조항을 부득이하게 넣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시인했습니다

지난 3월4일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김정행-강영중 대한체육회 공동 회장은 IOC 본부가 있는 스위스 로잔을 방문해 “대한체육회의 자율성을 확대한 정관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IOC에 보고한 정관과는 다른, 정부 개입이 과도하게 적용된 각종 규정을 슬그머니 만든 것입니다.

IOC는 정관뿐만 아니라 각종 규정에서도 정부의 간섭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만약 이 사실이 IOC에 알려질 경우 한국 스포츠는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중대한 제재를 받는 것은 물론 IOC마저 속였다는 국제적 망신을 면하기 힘듭니다. 

한국체육인회는 오는 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관과 규정이 서로 달라진 배경을 폭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의 과도한 간섭과 대한체육회의 무능을 규탄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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