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게 아파트 분양권을 판 사람이 이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렸더라도 분양대금 완납 전이라면 분양권을 산 사람에게 재산상 손해가 생긴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분양권 매도자는 본래 하자가 없는 아파트 소유권을 분양권 매수자에게 넘겨줄 의무가 있지만, 이 의무는 분양권을 산 사람이 잔금을 다 지급한 후에야 비로소 발생한다는 이유에섭니다.
대법원 1부는 59살 성 모 씨가 채무불이행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배상하라며 46살 이 모 씨를 상대로 낸 계약금반환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재판부는 "분양권을 판 자는 아파트에 설정된 근저당권등기를 말소해 완전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줘야 할 의무가 있지만, 근저당권등기를 말소하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소유권이전등기 의무가 이행불능이 됐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분양권을 판 자의 근저당권등기 말소 의무와 분양권을 산 자의 분양대금 지급 의무는 동시이행 관계에 있다"며 "성 씨가 아직 분양대금을 납부하지 않은 이상 이 씨에게 근저당권등기 말소 의무로 인한 채무불이행 책임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성 씨는 지난 2010년 이 씨가 소유한 전주의 한 아파트 분양권을 2억 329만 원에 매입하기로 계약한 후 계약금 4천20만 원과 중도금 700만 원을 지불했습니다.
성 씨가 추후 잔금과 분양권 프리미엄, 중개수수료 등을 합한 금액을 이씨에게 지급하고, 이 씨는 아파트가 준공된 후 아파트 소유권을 성씨에게 이전등기해주는 조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성 씨가 잔금 등을 주지 않자 이 씨는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에서 1억 7천400만 원을 대출받아 분양대금을 냈습니다.
성 씨는 온전하게 넘겨받아야 할 아파트 소유권에 담보권이 붙어 대출금 상당액의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냈습니다.
1심은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대출금만큼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반면 2심은 "이 씨가 대출액을 상환하지 않을 경우 성씨에게 대출액만큼 손해가 발생하므로, 이 씨는 성 씨에게 1억 7천400만 원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했지만 대법원은 1심 판단이 옳다고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