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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체육회, 마지막 순간까지 꼼수

이사회 끝난 뒤 애매한 답변의 진실은?

[취재파일] 체육회, 마지막 순간까지 꼼수
대한체육회는 자체 최고 규약인 체육회 정관 65조 2항과 3항을 통해 모든 분쟁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 CAS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하지만, 박태환 사건과 관련한 체육회의 초기 입장은 이와 달랐습니다. CAS의 결정이 나오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체육회 관계자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CAS 판결은 구속력이 없다거나, 판결이 나오면 그때 가서 대응하겠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이전의 판례로 볼 때 CAS 본 판결에 가면 패할 것이 눈에 보이듯 뻔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우려한 박태환 측은 동부지방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했고, 국내 법원은 지난 1일 CAS의 판결과 상관없이 박태환의 리우행 자격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이때부터 체육회는 CAS의 판결이 중요하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그러면서도 CAS 제소 절차는 최대한 시간을 끌었습니다. 변호사 선임을 비롯한 모든 결정을 마감 시한에 맞췄고, 신속한 절차 진행 요청은 무응답으로 거절했습니다.

결국, 시간에 쫓긴 박태환 측은 CAS에 본 판결 이전에 임시 결정을 내려 달라는 잠정 처분 신청을 했는데, 체육회는 이는 급하게 결정할 잠정 처분 대상이 아니고 본 판결에서 따질 사항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CAS에 보내 잠정 처분을 못 내리도록 요청했습니다. 겉으로는 자신들도 신속한 결정을 원한다고 밝히면서 철저하게 이중 플레이를 한 겁니다. 그리고 만약 CAS가 잠정 처분을 기각한다면, 이는 마치 CAS가 대한체육회의 손을 들어주는 것처럼 여론 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어제 썼던 취재파일['겉과 속' 다른 체육회, 마지막 선택은 어떻게 할까?]에서 설명했듯이 CAS가 잠정 처분에 대해 기각한다는 것은, 체육회의 요청으로 인해 CAS가 빠른 판결(잠정처분)을 하지 않고 본 판결에서 더욱 신중히 따지겠다는 것이지 체육회의 대표 선발 규정이 맞다고 인정하는 게 아닙니다.

이사회가 끝난 뒤 체육회의 장달영 변호사는 "CAS의 예상되는 결정이 리우에 출전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결정이 나오면 CAS의 결정에 따라서 박태환 선수를 예비 엔트리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으로 그렇게 이해해주시면 되겠습니다."라고 애매하게 말을 했습니다. 얼핏 이 말만 들으면 CAS가 보내지 말라면 안 보내겠다는 이야기니 합리적으로 들립니다. 하지만, 오늘 CAS가 내릴 판결은 위에서 설명했듯이 빨리 결정을 할지, 아니면 본 판정까지 가서 결정을 할지를 정하는 것이지, 박태환을 엔트리에 포함시키지 말라는 판정이 떨어질 가능성은 절대 없습니다. 그럼 왜 장달영 변호사는 이런 말을 했을까요? 

답은 이사회가 끝나고 체육회가 돌린 보도 자료에 있습니다. 체육회는 기자회견을 통해서는 애매하게 표현을 한 뒤 보도자료에서 "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박태환 선수측의 항소 및 잠정 처분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에는 박태환 선수를 리우올림픽에 출전시키지 않기로 했다."는 내용을 슬쩍 삽입해 놓았습니다. 잠정처분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즉 빠른 판정 대신 본 판정에서 결정을 하겠다고만 얘기를 해도 박태환의 리우행을 좌절시키겠다는 얘기입니다. 정말 '초지일관' 체육회의 꼼수에 더는 할 말이 없습니다.

잠시후 저녁 7시로 예상되는 CAS의 잠정처분 결정에서 CAS가 '본 판결까지 가기 전에 이미 박태환이 이겼어'라고 박태환의 손을 들어줘서 체육회가 더 이상은 꼼수를 부릴 명분을 제거해 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CAS의 판결을 떠나서도 박태환은 이미 국내 법원의 판결을 통해 국가대표로 지위를 확인했습니다. 체육회가 어떤 꼼수를 부리든 박태환이 리우에 가지 못하게 될 경우에는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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