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업 국고보조금이 줄줄 새고 있다.
정부는 한해 6조원 이상의 농어촌 보조사업의 관리 강화 방침을 잇따라 발표했지만 사업자 선정·보조금 교부·사후 관리에서 허점이 드러나며 농어촌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 사업비 부풀리고 유령사업으로 '꿀꺽'…공무원 유착도
해양수산부와 일부 지자체가 추진했던 '친환경 갯지렁이 양식시설 사업'은 보조금 사업의 문제점을 노출시킨 대표 사례로 꼽힌다.
광주지검 목포지청은 갯지렁이 양식장 신설을 위한 국고보조금 신청 자격 및 공사 서류를 조작해 수억원을 가로챈 혐의(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최모(50)씨를 구속했다고 8일 밝혔다.
최씨는 2013년 4월 신청자격 서류를 위조해 갯지렁이 양식시설 사업자로 선정된 뒤, 공사 과정에서 인건비·자재비 등을 부풀려 보조금 3억원(국비 1억5천만원·군비 1억5천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자부담금 2억원을 충당할 예금자산이 없는 무자격자였으나 다른 사람 명의로 보조금을 신청했다.
또한 부실공사 방지를 위해 자격을 갖춘 건설업체에 맡겨 양식시설 공사를 해야하는데도 건설사의 명의만 빌린 채 직접 공사를 진행하며 인건비와 자재비를 빼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진도군은 당시 국비와 군비 등 18억여원을 들여 총 6곳에 갯지렁이 양식장 보조금 사업 허가를 내줬으나 1곳은 공사 전 횡령이 적발돼 사업이 중단됐고 1곳은 사업자가 건립을 포기했다.
최씨의 시설 등 완공된 4곳 역시 각각 3천만∼3억원의 보조금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나 검·경이 수사 중에 있다.
진도군 공무원도 일부 양식장 설치 여부를 직접 확인하지 않고 건설업자의 이행보증서만 보고 군비 70%를 선지급하고 특정 사업자에게 자부담금을 빌려줘 유착 논란을 빚기도 했다.
공무원이 부정수급을 눈감아주거나 한통속으로 결탁한 경우도 적지 않다.
충북 충주시 공무원들은 '유기쌀 가공식품 특성화 사업'과 관련해 비영리 법인을 보조금 사업자로 선정하도록 한 농림축산식품부 지침을 어기고 영리업체에 보조금 39억여원을 지급했다가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 적발됐다.
경남 밀양에서는 지난해 수백만원의 뇌물을 받고 영농조합법인 대표가 수매량을 부풀려 지자체로부터 경영안정자금 1억5천800만원을 부당 수령한 사실을 눈감아준 공무원 2명이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 농어업 보조금 한해 6조원…정부 부정수급 처벌 규정 강화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고보조금 사업 규모는 49조1천억원에 달한다.
이중 농업보조금은 농림축산부 4억9천만원, 해양수산부 9천800만원 등 총 6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그동안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농어업 보조금 부정수급 근절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보고금을 '눈먼 돈' '먼저 보는 게 임자'라는 신청자들의 잘못된 인식과 행정인력 부족과 부실한 점검체계 등을 부정수급 빈발의 이유로 꼽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농어업 보조금은 건은 횡령 수법이 단순하고 현장 실사 등 중간 점검만 이뤄졌더라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농어업 보조금은 낙후된 농어촌 '지원'이 목적인 경우가 많아 사업에 대한 사후 관리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며 "사업자는 보조금을 받는 자체로 허위·부실 공사 등을 통해 이득을 취할 수 있고 나아가 5년가량 보유한 뒤 매도권까지 행사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최근 국고보조금 중복·부정수급 차단을 위해 상시적 정보공유 및 연계가 가능한 통합관리시스템 운영을 시작했다.
또한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시 처벌을 강화하고 보조금통합관리망을 운영해 사업자가 보조금 사업 수입·지출을 공개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관련법을 개정했다.
개정된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고보조금을 속여서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 최대 5배를 물어내야 하며 최장 3년까지 사업을 유지한 뒤 실효성과 재정지원 필요성을 재평가해 연장 여부를 다시 결정해야 한다.
보조금 총액이 10억원이 넘는 사업자는 회계감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며 부조금 부당수급이나 용도 외 사용이 드러나면 사업 수행대상에서 배제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