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음주 아니다"…벤츠 운전자의 '5천만 원짜리 거짓말'

A 씨(54세)는 지난 2014년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다 중앙 분리대를 타고 올라가 멈춰서는 사고를 냈습니다. 경찰에 발견돼 음주 운전 사실이 적발됐습니다. 그러나 그는 “음주 운전 사실 없다”라고 보험사에 신고한 뒤 보험금을 타갔습니다. A씨의 차는 벤츠. 그는 자기 차량 손해 보험금 5,092만 원을 받아갔습니다.  ● 그는 왜 거짓말을 했을까?

A씨 같은 경우 음주운전 사실을 숨기는 가장 큰 이유는 ‘자기 차량 손해 보험금’을 전혀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또 대인, 대물 보상시 일정 금액의 사고 부담금도 내야 합니다. 수입차를 모는 A씨로서는 큰 비용을 부담하지 않기 위해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한 겁니다. A씨의 경우, 솔직히 말했다면 부서진 자기 차량 수리비를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5천만 원 짜리 거짓말이었던 셈입니다.

● 보험사는 왜 거짓말을 몰랐나?

5천만 원이 넘는 돈을 내주면서 보험사 담당자는 뭘 했을까요? 취재진이 만난 보험사 직원은 이렇게 답합니다. “우리는 ‘음주 운전 하신 건 아니죠?’라고 묻습니다. 그럼 ‘아닙니다’라고 답하겠죠. 거기에 ‘아, 네. 그런데 왜 중앙분리대에... 음주 운전 아닌가요?’라고 한 번 더 묻겠죠. 그럼 화내십니다. 더 물어볼 수가 없죠. 그게 현실입니다” 특히 대부분의 음주 운전자들은 일단 현장을 벗어난 뒤, 혹은 시간이 지난 뒤 보험사에 신고를 합니다. 술 깬 뒤에 만난 보험사 직원, 혹은 전화로 신고를 받은 보험사 직원이 음주 사실을 알기는 쉽지 않은 겁니다. 보험사 조사 담당 직원은 “음주 운전을 은폐할 목적으로 사고 장소나 시간, 운전자를 바꿔서 접수하면 저희가 확인하기가 더 어렵다”라고 말합니다.

물론 지난 2014년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보험사도 경찰의 음주운전이나 무면허 운전 적발 기록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음주운전 단속 기록이란 것이 접수되고 조회를 통해 알기까지는 물리적인 시간이 걸립니다. 반면 수리비는 그 이전에 지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음주운전 한 적 없습니다”고 거짓말을 해도, 대부분의 경우 전산으로 확인할 수 없는 순간일 때가 많다는 겁니다.

● 이런 ‘보험사기’가 얼마나 될까?

 B씨는 지난해 2월 음주 운전을 하다가 경기도 용인시 근처에서 중앙선 가드레일을 긁는 사고를 냈습니다. 마침 순찰 중이던 경찰에 걸려 음주운전 사실이 적발됐습니다. 그런데도 B씨는 이후 보험 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해 529만원을 받았습니다. B씨는 본인이 아니라 부인이 운전한 것으로 바꿔서 보험사에 알렸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운전자 바꿔치기를 하는 ‘영악한 범죄’를 포함해 음주·무면허 운전 사실을 숨기고 보험금을 타간 1,435명이 금융감독원의 특별 조사에 적발됐습니다. 이 가운데 음주 운전 사고 관련자가 1,260명, 무면허 운전 사고 관련자는 175명이었습니다. 이들이 불법으로 가져간 보험금은 17억 원입니다.

● 금융감독원, “앞으로는 주기적으로 잡아냅니다” 금감원은 이번에 적발된 1,435명 전원을 수사 기관에 통보하겠다고 밝혔고, 보험 회사에게는 보험금 받아간 사람들의 음주 및 무면허 단속 여부를 자주 확인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앞에서 소개해드린 A씨와 B씨 모두 '보험사기 혐의'로 경찰에 소환 조사를 받게 됩니다. 

특히 금감원이 이런 ‘보험 사기’를 주기적으로 직접 단속하고, 모두 수사 의뢰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2014년 1월부터 2015년 4월까지 경찰의 음주, 무면허 운전 단속 적발 날짜, 시간, 장소 등을 토대로 보험금을 받아간 사람들의 교통사고 발생 기록 3만 2천 여 건을 하나하나 맞춰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이런 작업이 주기적으로 이뤄진다는 겁니다.

행여 “당장 보험사를 속일 순 있어”라고 생각해 거짓말을 하고 보험금을 받아갔다가는 나중에 금감원 조사를 통해 ‘보험 사기꾼’으로 철창 신세를 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 음주사고 내놓고 "부인이 했어요"…별별 보험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