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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청와대가 사표 지시…거절하면 나도 살아남을 수 없다"

[리포트+] "청와대가 사표 지시…거절하면 나도 살아남을 수 없다"
《 “청와대에서 사표를 내라고 지시가 내려왔다, 대통령의 뜻이니 거절하면 나도 살아남을 수 없다.”

최근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보도 외압' 의혹을 폭로했던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이 '청와대의 인사 개입'까지 있었다고 추가 폭로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관련 기사를 빼달라는 압력 행사뿐 아니라 공영 방송의 보도 책임자였던 자신의 거취 문제까지 청와대가 개입했다고 주장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김 전 국장은 어제(6일) 보도국장 징계무효 소송 항소심에 출석하면서 청와대의 보도와 인사 개입 의혹 등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항소심 법원 앞에서 김 전 국장이 기자들과 주고받은 응답, 법정 안의 진술 등 주요 발언을 정리 해봤습니다. (편집자 주) 


▷ 기자: 청와대의 인사 개입을 주장하는 근거는?

▶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2014년 5월 기자회견을 35분을 남기고 갑자기 길환영 전 KBS 사장이 저를 호출했습니다.

《 김 전 국장은 2014년 5월 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 의사를 밝히고 청와대의 보도개입을 폭로했습니다. (편집자 주) 

기자회견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죠. 길 전 사장은 제게 “청와대에서 사표를 내라고 지시가 내려왔다, 대통령의 뜻이니 거절하면 나도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원래 전날에는 세월호 유가족 주장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습니다. 갑자기 제게 사표를 내라고 할 이유가 없는 것이죠. 당시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이 박영선 민주당 대표에게 “KBS에 전화를 넣은 결과 김시곤 보도국장이 사직하게 됐다.”며 자랑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이미 길 전 사장이 제게 실토했고, 박 수석도 본인 입으로 말한 사안입니다.
▷ 기자: 김 전 국장이 주장한 청와대 홍보수석의 보도 개입에 대해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이 "본연의 임무"라고 밝혔는데…  (▶관련 기사: 이정현 전 홍보수석-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통화 녹음 공개)

▶ 김시곤 전 한국방송 보도국장:

그건 한마디로 난센스라고 생각합니다. 통화자체는 문제라고 보지 않습니다. 전화번호를 알고 있으니까 통화는 할 수 있죠. 그것보다 통화내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통화를 통해서 어떤 목적을 달성하려고 했는지가 포인트라고 봅니다. KBS는 국민들로부터 수신료를 직접 받는 국민의 방송입니다. 따라서 KBS의 역할은 권력의 견제와 감시가 매우 중요하죠.

과연 청와대 측이 KBS의 역할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핵심입니다. KBS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방송이어야 하죠. 이 부분에 대해서는 KBS 직원들이 자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저를 포함한 KBS 구성원들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있는 거겠죠. 그렇지만 그 외에도 근본적으로 제도적인 문제점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다시 말해 정부 여당이 일방적으로 공영방송의 사장을 선임하는 지금의 제도에 대해 국민들과 함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정치권에서도 이 사안을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는 정쟁으로 몰아가서는 안 됩니다. 근본적으로 대안을 모색하고 개선점을 찾는 계기로 삼으면 좋겠습니다.
▷ 기자: 청와대의 보도 통제나 개입이 있다는 것인가?

▶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KBS 보도본부 27기 기자 18명이 지난 5일 ‘청와대 보도개입 언제까지 침묵할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성명서를 썼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 기자들을 대표하는 자리인 보도국 책임자이지 않았습니까. 기자들과 생각이 비슷하다고 봐야겠지요.

▷ 기자: 보도 개입은 언제부터…?

▶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박근혜 정부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보도 개입이 있었습니다. 이명박 정부 당시엔 보도국장이 아니었기 때문에 실상을 알지 못합니다.

▷ 기자: 2014년 5월 9일, 당시 긴급 기자회견 나선 이유는…?

▶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보도의 독립성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책임을 지기 위해 사임하는 자리였습니다. 길환영 전 한국방송(KBS) 사장이 수시로 보도에 개입했다고 폭로했었죠. 당시 저는 보도본부 독립성을 침해한 길 전 사장의 사퇴와 KBS 노조의 정파성 탈피 등을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길 전 사장은 제가 대화를 왜곡했고 청와대의 외압을 부인하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 기자: 기자회견 징계처분에 대한 소송을 하는 이유는…?

▶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기자회견 발언 이후 2014년 11월11일 KBS 특별인사위원회가 제게 정직 4개월의 징계처분을 내렸습니다. 청와대의 보도 개입이 사실이라 하더라고 제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것이죠. 발언 자체가 징계사유로 정당하다는 것이 1심의 판결이었습니다. 저는 이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이정현 전 홍보수석이 세월호 보도와 관련해 개입했던 정황에 비춰보면, 제 사퇴에도 청와대의 부당한 지시가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 기자: KBS 측은 다른 주장을 내놓고 있다는데…

▶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KBS 측은 제 발언이 사익적 목적인지 공익적 목적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흔히 비망록이라 부르는 제 국장업무 일일기록을 보면, 2013년부터 보도 통제한 사실이 기술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KBS 측은 제가 비망록 이외에 별다른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녹취록에서도 길환영 전 사장을 통하지 않고 청와대쪽과 서로 협조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제가 길 전 사장의 부당함에 항거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했는지 의문이라고 하더군요. 제 기자회견의 취지가 사익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획·구성: 윤영현·장아람 / 디자인: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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