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리포트+] 4조 원 공적자금 투입 미스터리…'서별관회의' 대체 뭐길래?

[리포트+] 4조 원 공적자금 투입 미스터리…'서별관회의' 대체 뭐길래?
요즘 언론에 부쩍 자주 거론되는 회의가 있습니다. 바로 '서별관회의'입니다. 청와대 서쪽 별관에서 열리는 회의라 '서별관회의'라고 불립니다. 이 회의에는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수석, 금융위원장 그리고 금융감독위원장 등 우리나라의 경제 정책을 좌우하는 고위 관료들이 참석합니다. 현안에 따라 주요 국책 은행장들도 수시로 논의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회의에서 다뤄지는 사안과 참석 멤버만 봐도 굉장히 중요하게 느껴지는 회의입니다. 회의가 생긴 연원이나 그간의 결정 사항들을 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집니다. 국가의 정책을 논의하는 회의지만 친숙하지는 않은 ‘서별관회의, 과연 어떤 회의일까요?
● 경제가 '빨간불'일 때마다 열리는 회의

회의는 외환위기 때인 지난 1997년 김영삼 정부부터 시작됐습니다. 당시 경제 정책에 변동이 많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했기 때문이죠. 경제 비상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회의인데, 우리 경제 상황이 여전히 ‘빨간불’이란 걸 보여주는 듯 2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김대중 정부 때는 대우자동차와 하이닉스 반도체의 구조조정이 이 회의에서 결정됐고, 노무현정부 때도 서별관회의에서 협의된 안건이 국무회의에 올라갔습니다. 이명박정부 때는 매주 화요일마다 회의가 열릴 정도로 활발했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회의인데, 국가의 중요한 다른 회의와는 달리 서별관회의는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 서별관회의, 왜 우린 몰랐나

서별관회의는 ‘철저한 비공개’ 회의입니다. 그리고 이 점 때문에 계속 논란이 되는 것입니다. 서별관회의의 개최 사실은 절대 외부에 공개되지 않습니다. 비공개 회의인 만큼 회의록도 작성되지 않죠. 언제 열리는지, 회의에서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20년 가까이 지속돼 왔지만 회의지만 국민들의 눈과 귀에 익숙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회의는 조선과 해운업계의 구조조정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달 8일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의 발언으로 세간의 이목을 단번에 끌었습니다.

[ 홍기택 / 전 산업은행장 ]
“대우조선에 대한 산업은행의 지원, 이것은 청와대, 기획재정부, 금융당국이 결정한 것입니다.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산업은행에 일방적 지시가 내려졌습니다.”


지난해 이뤄진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 2000억 원 규모의 공적자금 지원은 서별관회의에서 결정된 사안이라는 것입니다. 존재 여부도 알려지지 않았던 서별관회의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자 회의의 비공개성에 대한 비난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 "명백한 불법" vs "단순한 협의체"

지난 4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도 서별관회의는 도마에 올랐습니다. 야당 의원들은 서별관회의를 ‘유령회의’라고 부르며 질타했습니다. 중요한 정책 논의에서 회의록조차 남기지 않는 불투명성이 문제라는 것이죠. 특히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는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공공기록물 법에 따르면 차관급 이상으로 구성된 회의는 회의록을 작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공공기록물법 시행령 18조 ]

“주요 정책의 심의 또는 의견조정을 목적으로 차관급 이상을 구성원으로 운영하는 행위는 회의록을 작성해야 한다.”


반면 회의 참석자들은 서별관회의가 협의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정책 ‘결정’이 아닌 ‘협의’를 위한 회의라는 것입니다.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해명했습니다. 회의 중에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해 회의록을 두지 않는다 것이죠. 한 전직 관료는 하이닉스 반도체 구조조정을 예로 들며 항변했습니다. 긍정적으로 평가 받은 구조조정도 서별관회의에서 논의된 사안이라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서별관회의의 ‘권한과 책임의 불일치’를 지적합니다. 정책 협의 이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서별관회의를 아예 폐지하거나, 공개 협의체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에 대응해, 연방준비제도 의장과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비공개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서별관회의와 달리 회의 내용은 항상 기록되었죠. 일각에서는 이런 전례를 들며 회의 내용을 문서화 하고, 일정기간 뒤 공개하는 절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서별관회의에서는 20년간 우리나라의 중요 경제 정책이 논의되어 왔습니다. 서별관회의가 베일을 벗었다고 하지만 국민은 이 회의에 누가 참석하는지, 어떤 사안이 협의되는지 등등을 여전히 알 수 없습니다.

서별관회의, 지금까지의 방식대로 계속돼도 괜찮은 것일까요?

기획/구성 : 윤영현, 장아람
디자인: 김은정
(SBS 뉴미디어부)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