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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코웨이는 소비자를 바보로 아나?

[취재파일] 코웨이는 소비자를 바보로 아나?
 국내 정수기 1위 업체 코웨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하고 있다. 일부 얼음정수기 제품에서 얼음을 만드는 핵심 부품의 도금이 벗겨져 떨어졌고, 그 물질 가운데에는 중금속인 니켈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보다 공분하는 근원적인 이유는 코웨이가 해당 사실을 알고서도 자신들을 속였다는 데 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깨끗한 물을 마시려고 구입한 정수기에 대해 매달 몇 만 원씩 렌탈료 등을 꼬박꼬박 받아가면서 중금속이 나온다는 사실을 감추고 한 마디로 소비자를 ‘바보’ 취급을 해 왔다는 것에 참을 수 없는 것이다.

● 사실 은폐 정황이 소비자 배려로 둔갑

코웨이가 자사의 얼음 정수기 일부에서 니켈이 나온다는 사실은 알게 된 것은 지난 해 7월 중순 경이다. 한 소비자가 정수기의 얼음을 모아두는 통에서 금속 가루가 발견됐다며 회사로 신고를 해왔다. 다음 달에는 또 다른 소비자로부터 비슷한 신고들이 접수됐다.

코웨이는 이런 제품들을 회수해서 세부적인 원인을 찾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신고 접수 후 열흘이 되지 않아 보고서가 만들어졌다. 내부적으로도 일반 사원들은 볼 수 없고 소수 인원만이 공유하는 문서였다.

분석 결과, 해당 정수기의 ‘에바’(증발기) 라는 얼음을 만들어내는 핵심 부품의 색이 변하면서 은박 물질이 떨어졌다는 것이 확인됐다. 그리고 해당 은박 물질의 성분은 니켈 등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하지만 거기까지 였다. 코웨이는 소비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코웨이는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줄 까봐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먹는 물을 깨끗하게 해 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 회사가 이물질 검출이 소비자들을 불안하게 할까 봐 친절하게도 ‘일부러’ 그런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코웨이는 자신들의 은폐 정황을 소비자에 대한 배려로 바꿔 말하고 있었다.

●소비자 몰래 수리 진행

코웨이는 니켈이 증발기에서 벗겨져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대책 회의를 열었고 방책에 대해 의사 결정을 했을 것이다. 그 결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방책은 ‘에바’에 케이스를 씌우는 것이었다. 그 일은 코디(코웨이 제품에 대해 정기적으로 서비스를 해주고 문의 사항을 처리해주는 담당자)에게 맡겨졌다. 코웨이는 코디가 기술적인 면에서 전문가가 아니지만 케이스를 씌우는 작업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취재 과정에서 해명했다. 물론 코디들도 소비자에게 케이스를 씌우면서 그 이유를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 들어 2,3달 전부터 급작스레 닥터(코웨이 제품의 전문 AS직원)가 투입됐다. 코웨이는 지난해 코디가 작업을 진행한 뒤에도 모니터를 해 보았더니 보다 정밀한 수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최근 들어 갑자기 코웨이에서 전화가 걸려와 무상 업그레이드, 성능 개선이 필요하다며 방문 수리를 해 준다고 했다고 전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왜 지금 갑자기 성능 개선을 하는지에 대한 코웨이의 설명은 없었다. 소비자들을 속여 몰래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이다. 

●숨겨진 문제의 정수기 1만 3천대

 언제까지나 드러나지 않을 것 같았던 해당 내용이 결국 세상에 알려지자 코웨이는 그날 밤 마치 미리 준비라도 해 놓았듯 신속하게도 입장을 내놨다. 소비자들에게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한다면서 니켈이 벗겨질 수 있는 문제의 얼음 정수기는 2014년 4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생산된 3종류의 ‘일부’라고 했다. 또 코웨이는 검출된 성분이 니켈임을 인지하고 면밀한 검토를 통해 무해함을 확인했고 97%에 대해 수리를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사과문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코웨이는 시중에 나간 문제의 제품은 8만 7천대 정도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실제 그 기간에 생산되어 출시됐던 제품의 양은 취재 결과 약 10만대로 확인됐다. 결국 해당 시기에 생산되어 소비자가 사용했던 1만 3천대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는 셈이다.

 기업은 소비자의 신뢰를 먹고 산다. 기업이 내놓는 제품에 대해 소비자 한 명 한 명이 그만한 대가를 지불하는 데에는 신뢰가 바탕에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신뢰를 주면 줄수록 소비자는 더욱 더 그 기업 제품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데 인색하지 않게 된다. 반면 소비자가 믿고 선택한 신뢰를 저버리는 기업은 반드시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코웨이는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우려가 있어 상황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소비자는 바보가 아니다. 무엇이 위험하고 무엇이 깨끗하며 무엇이 올바른지는 모두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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