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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챔피언 이민영 "암을 극복하고 '앎'을 얻었다"

[취재파일] 챔피언 이민영 "암을 극복하고 '앎'을 얻었다"
"암 수술 이후 세상 보는 눈이 달라졌어요. 하루하루 즐기면서 살아요."
"골프는 할머니 될 때 까지 계속 치고 싶어요."


신장암을 극복하고 지난 3일 중국 웨이하이포인트에서 열린 KLPGA투어 금호타이어 여자 오픈에서 통산 4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린 이민영 선수가 4일 귀국해 SBS골프 <골프투데이> 프로그램의 '위너스 토크'에 출연해 우승 소감과 암을 극복한 스토리를 들려주었습니다.

1년 9개월 만에 아버지와 함께 상암동 스튜디오를 찾은 이민영은 2014년 10월 '박세리 인비테이셔널'대회에서 우승(통산 3승)하고 출연했을 때와 비교하면 얼굴 표정부터 말 한마디 한마디에 묻어나는 골프에 대한 철학과 가치관까지 전혀 다른 사람처럼 성숙해져 있었습니다. 암 수술  이후 삶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으로 우승까지 하게 된 자기 자신이 대견하다는 이민영의 '위너스토크' 내용과 시간 관계상 방송에 다하지 못한 뒷얘기들을 소개합니다.
Q. 투어 복귀 후 14개월 만에 맛본 우승 소감은?

"제가 2013년 조선일보 포스코 대회에서 첫 우승을 했고 2014년에 2승을 더 했는데 모두 암 선고를 받기 전이었어요. 지금 느낌은 수술 전 우승 기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뿌듯하죠. 암이라는 공포와 싸워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는 게 스스로 대견하고…. 우승 확정되고 순간 울컥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Q. 외국(중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우승한 건 처음이라 더 특별할 것 같은데?

"네, 마치  LPGA대회에서 우승한 느낌? (웃음) 매 홀 바다가 보이는 절경 속에서 중국 선수들하고 경쟁하고 경기 마치면 맛있는 것도 먹고 정말 즐기면서 골프를 치다 보니 우승까지 한 것 같아요."

Q. 암 수술 이전과 이후의 우승 느낌이 어떻게 다른가요? 

"제가 1992년생이거든요. 김세영, 장하나와 동갑이죠. 예전에는 이 친구들에게 지기 싫어서 기를 쓰고 연습하고 성적을 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다 웃음 밖에 안 나와요. 왜 그렇게 아둥바둥 살았는지…. 암 선고를 받고  수술을 하면서 인생의 가치관이 달라졌어요. 이제 새 삶을 얻었으니 좀 즐기면서 살아보자.골프도 즐기고 삶도 즐기고.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긍정적인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우승이라는 것도 기를 쓰고 쫓아가기 보다는 저절로 따라오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게 달라진 점이죠. 그리고 저는 저와 관련한 댓글을 많이 보는 편인데 '힘든 나에게 큰 힘이 됐다'는 댓글을 보고 '아, 내가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에 정말 뿌듯했어요.

Q. 처음에 암이라는 건 어떻게 알게 됐나요? 자각 증상이 있었나요?

"지난해 중국 하이난 대회 때 왼쪽 아랫배가 아팠어요. 소변에 피도 섞여 나와서 대회 기권하고 병원에 갔는데 신장에 악성 종양이 있다는 진단을 받고 정말 너무 놀랐어요. 20대 초반에 암이라니?  암 선고를 받고 수술대에 오르기까지 1주일 동안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이 닥치나? 원망도 많이 하고 지나온 삶에 대한 반성도 하면서 태어나 처음으로 '성찰'이라는 걸 하게 됐어요. 다행히 수술이 잘 됐고 이후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으니 모든 게 감사할 따름이죠."

Q. 현재 체력은 수술 전과 비교해 어떤가요?

"수술 전보다 오히려 더 좋아졌어요. 몸에 안 좋은 음식 피하고 꾸준히 운동하다 보니까 군살도 많이 빠졌고 몸이 가뿐해요. 무엇보다 인생을 즐기자는 쪽으로 가치관이 바뀌니까 머리도 맑아진 것 같아요."
Q. 이번 대회는 난코스인데다 최종 라운드 핀 위치도 까다로워서 많은 선수들이 타수를 잃었는데 혼자 데일리 베스트(4언더파)를 쳤어요. 특별히 잘 된 샷은?

"제 주무기인 펀치 샷이 살아났어요. 바람이 많이 불었는데 낮게 깔아치는 펀치 샷이 마음 먹은대로 날아가서 초반에 3,4,5번홀 연속 버디로 타수를 줄인 게 우승에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제가 지난해 수술 후 몇 달 동안은 몸에 근력이 떨어지고 배에 힘이 없다보니까 클럽 헤드 스피드와 볼 스피드가 떨어지고  펀치 샷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더라고요. 거리 조절도 잘 안되고. 그런데 서서히 체력 끌어올리고 지난 겨울 펀치 샷을 집중적으로 가다듬었더니 올해는 성적이 좀 나는 것 같아요."

Q. 골프 안 할 때는 뭘 하나요?

"재활 웨이트를 하거나 틈 나는 대로 수영을 하고 있어요. 또 영화도 보러 가고 책 읽는 것도 좋아해요. 여행도 좋아하는데 골프 선수라는 직업이 그런 면에서 참 좋은 것 같아요. 여기 저기 여행도 하면서 맛있는 것도 먹고 골프 치면서 상금도 벌고…. (웃음) 이번에 중국 갔더니 한국보다 물가가 참 싸더라고요. 잠깐 중국 투어를 뛰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광활한 대륙을 여행 다닐 수 있잖아요."

Q. 시즌 첫 승의 물꼬를 텄는데 앞으로 또 우승하고 싶은 대회는?

"일단 후원사(한화)가 개최하는 한화금융클래식에서 우승하고 싶어요. 대회 코스인 골든 베이는 세팅이 꽤 어렵고 변별력이 있어서 장타자 보다는 저처럼 똑바로 치는 선수들이 유리하거든요. 또  메이저 대회인 KLPGA선수권도 꼭 우승하고 싶은 대회에요. 지난해 연장전까지 갔다가 우승컵을 놓쳤는데 (당시 우승자는 안신애) 이번엔 꼭 설욕하고 싶습니다."

Q. 골프 선수는 언제까지 할 계획인가요?

"저는 실력만 된다면 할머니가 되어서도 하고 싶어요. 사실 제 스윙이 간결한 편이어서 몸에 별로 무리를 주지 않아 뭉친 근육도 없고 선수 생활을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골프 선수라는 직업만큼 좋은 게 없거든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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