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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日 '아이스크림 조각'…행복을 위한 '어떤 선택'

[월드리포트] 日 '아이스크림 조각'…행복을 위한 '어떤 선택'
요즘 일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아이스크림 조각'입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각종 아이스크림으로 캐릭터 모양을 조각한 작품(?)들입니다. 사실 '작품'이라고 부르기엔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작품이라면 오래 두고 소중히 보관하는 것이 상식일 텐데, 완성하면 사진을 찍어 트윗을 올린 뒤에 그냥 먹어버린다고 하니…. 어쨌건 일본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것 만은 분명합니다.  

아이스크림 조각들의 작가는 자칭 아이스크림 평론가(?)라는 '아이스맨 후쿠도메 씨(43살)'입니다. 관련 기사를 찾아보니, '일본 아이스크림 마니아 협회'의 대표이사로 소개돼 있습니다.

후쿠도메 씨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 '아이스크림 조각가 견습(アイスクリ-ム彫師見習い)'을 통해 수시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는데, '재미있다' '은근히 멋있다' '센스 있다'는 호평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트윗 팔로워가 7만 명으로 늘어났습니다. 급기야 지난 주말에는 후쿠도메 씨와 그의 작품들을 소개하는 기사가 '야후 재팬' 메인에 올라오기까지 했습니다.

어떤 수준이기에 이 정도로 화제가 되고 있는지, 먼저 그의 작품들을 한번 보시죠. 
 6월 14일 올린 '오캇빠루무'…일본식 단발머리 '오캇빠(おかっぱ)'를 살린 작품 / 작가의 트윗에서
떠먹는 아이스크림으로 만든 도라에몽과 아이스크림 장미 / 작가의 트윗에서
이스트 석상으로 보이는 작품…왼쪽은 아이스크림과 '라면땅'의 콜라보인가요…/ 작가의 트윗에서
이외에도 수십 점의 작품이 있으니, 관심이 있으시면 작가의 트윗 계정을 직접 한 번 들러보시는 것도…
  
후쿠도메 씨는 아이스크림 조각을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말합니다. 빠르면 5분 경우에 따라 15분 정도 시간이 걸리는데, 녹기 전에 재빨리 조각을 끝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내 온도를 크게 낮추고 작업을 하거나, 오래 걸릴 때는 냉동고에 잠시 넣어 뒀다가 다시 작업할 때도 있다고 합니다.

완성한 작품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사진을 찍은 뒤에 "바로 먹는다"고 합니다. 아까워서 어떻게 먹나 싶은데, 후쿠도메 씨는 1년에 1,000종류 이상의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니까, 어찌보면 빨리 먹는 게 당연한 듯도 싶습니다.      

후쿠도메 씨는 쉽게 말하면, 오타쿠 천국인 일본의 '아이스크림 오타쿠'인 셈이죠. 여러 직업을 전전하던 후쿠도메 씨는 "내가 좋아하는 일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정열을 쏟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이르렀고, "하고 싶은 일에만 시간을 집중하자."라고 결심했습니다. 그후 2010년부터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아이스크림의 평론가를 자칭하며, SNS를 통해 정열적인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에는 '일본의 그리운 아이스크림 대전(日本懷かしアイス大全)'이라는 책까지 출간했습니다. 스테디셀러라고 부를 만한 인기 아이스크림을 시작으로, 특정 지역에서 인기가 많은 아이스크림, 특이한 아이스크림 등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지금도 아마존이나 라쿠텐에서 1,296엔 우리 돈 13,000원 넘는 가격에 팔리고 있는 책입니다. 
일본 아이스크림 마니아 협회 설립자인 '아이스맨 후쿠도메 씨(43살)'와 그의 책
후쿠도메 씨가 아이스크림 조각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지극히 단순합니다. "좋아서" 입니다. 아이스크림을 좋아하고, 또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시험 삼아 한번 도전해 본 일이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합니다.

자신의 아이스크림 조각 수준에 대해서는 "아직 미숙하다"고 자평했습니다.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퀄리티가 결코 높지 않다. 앞으로 더 높은 수준의 작품을 만들도록 노력할 테니, 작품은 물론 저의 성장 과정도 지켜봐달라."고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후쿠도메 씨는 이제 일본에서 유명인입니다. 트위터 팔로워만 7만 명을 넘었습니다. 아이스크림 평론가로서 작품도 내고, 책도 쓰고, 때때로 미디어에 인터뷰도 하고 있습니다. 실체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지만 (죄송합니다.) '일본 아이스크림 마니아 협회' 대표이사라는 그럴 듯한 직함으로까지 소개되고 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해 온 결과겠지요.

물론 오타쿠 문화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은 일본이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도 있습니다. 남의 눈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분야에 집중해도 '생활'이 가능하고, 또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시간을 투자하기 위해 '파트타임'을 선택하더라도 '먹고 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는 해결 가능한, 지극히 일본적인 상황을 함께 봐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후쿠도메 씨가 살아가는 방식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아주 어려서부터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해야 할 일'을 절대 우선해야 하고, 또 그 '해야만 하는 일'을 얼마나 잘했는 지를 주된 평가 기준으로 치열한 경쟁에 내몰린 한국 사회. 후쿠도메 씨와 그의 아이스크림 조각이 '별스러운 취미' '일본의 어떤 오타쿠'임에는 분명하지만 한편에선 우리에게 부족한, '행복을 대하는 자유로움'을 생각해 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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