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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도시프로젝트②-2 웃지 못하는 지자체…"사람을 지켜라"

<도시프로젝트②-1 "사람이 사라진다">기사에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 연속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지자체들을 살펴봤다. 반대로 9년 연속 인구가 증가해 부러움을 사는 지자체도 있다. 이들 지역은 어디고, 어떤 특징이 있는지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에서 분석했다.

● '9년 째 인구 증가' 지자체 34곳

228개 지자체 중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 연속 인구가 증가한 지자체는 34곳이다. 전국 지자체의 15% 수준이다. 경기 용인시, 남양주시, 부산 기장군, 대전 유성구 등이 대표적이다. 지역별로 경기도가 11곳으로 가장 많았다. 충남과 충북이 각각 4곳, 경남 3곳, 경북 강원 전남 울산이 각각 2곳, 인천 부산 광주 대전 제주가 각각 1곳씩이었다. 서울과 대구, 전북엔 해당되는 지자체가 없었다.

● 인구 증가폭 1위 '경기 화성', 인구 증가율 1위 '부산 기장'

2006년 대비 지난해 인구 증가폭이 가장 큰 곳은 경기 화성시로 분석됐다. 화성시는 2006년 31만 171명이던 인구가 9년 동안 28만 6천여 명이나 증가했다. 지난해 인구가 60만을 넘보는 59만 6천여 명으로 집계됐다. 20여만 명이 증가한 경기 용인시, 충북 청주시, 경기 남양주시가 뒤를 이었다.

인구 증가율이 가장 큰 곳은 부산 기장군으로 지난해 인구는 2006년 대비 2배 가까운 93% 증가했다. 경기 화성시가 92%로 뒤를 이었고, 경기 오산시가 52%, 경기 파주시와 광주시, 충남 아산시가 40%대로 인구 증가율 상위 지자체에 랭크됐다.
● 신도시 개발, 대규모 공장 건설 등 유인책 

9년 연속 인구 증가 지자체는 대부분 신도시 개발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됐거나 대규모 공장이 건설 또는 건설 예정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전자의 대표적 지자체는 부산 기장군과 경기 남양주시, 후자의 대표적 지자체는 경기 화성시와 경기 파주시다.

부산 기장군은 2008년 정관 신도시 입주가 시작되면서 인구가 대폭 증가했다. 특히, 부산과 울산 사이에 위치해 지리적 여건을 앞세워 양쪽에서 인구를 흡수하면서 2006년 7만 9천여 명이던 인구가 지난해에는 15만 명을 넘어섰다. 경기 남양주도 별내 신도시 등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생기면서 2007년 47만 명이던 인구가 지난해 65만 명을 넘어섰다. 이런 인구 증가로 최근에 실시된 20대 총선에서 부산 기장군은 별도의 선거구로 독립했고, 남양주는 2개 선거구에서 3곳으로 증가했다.

경기 화성시는 동탄 신도시라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더해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공장 증설이 이뤄지면서 인구가 크게 늘었다. 9년 새 31만 명에서 60만 명 수준으로 인구가 급증했다. 역시 LG 디스플레이 공장과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경기 파주시도 9년 새 인구가 13만 명 증가해 지난해에는 42만여 명으로 늘어났다.

● '전입 인구' 늘어도 자연적 인구 감소…"웃지 못하는 현실"

인구가 증가하는 지자체라도 마냥 웃을 수 없다. 인구 측면에서 단순히 절대수가 늘어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이 연령대별 구성이다. 가급적 젊은층이 많이 이주해야 출산을 통한 인구 증가라는 선순환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9년 연속 인구 증가 지역 중 일부는 주로 노년층이 많이 유입되면서 장기적으로는 인구가 감소할 수 있는 불안 요인을 안고 있다.

대표적인 지역이 경기 가평군과 양평군이다. 전원주택이 밀집한 두 지역은 전입 인구 증가로 '전입 전출 인구 합계'는 9년 연속 플러스를 보였다. 하지만, 출생자와 사망자를 감안한 '자연적 인구 변화'에서 9년 연속 마이너스를 보였다. 관내 전입 시민 중 노년층 비율이 높은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이는 해당 지자체 사망률이 출산율보다 꾸준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 두 지역의 노령화 지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관내 전입 인구가 주로 노년층에 한정돼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9년 연속 인구가 증가한 다른 지자체 대부분이 전국 평균보다 낮은 노령화 지수를 보이는데 비해, 두 지역은 전국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은 노령화 지수를 보였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전입 인구가 늘더라도 가까운 미래엔 감소세로 돌아설 수 있다. 

이외에도 충북 음성군, 전남 무안군, 충북 진천군, 경기 동두천시, 강원 춘천시, 충남 당진시, 충남 서산시, 충북 증평군 등 8개 지자체도 2014년 기준 노령화 지수가 전국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래 불안 요인을 내포한 지자체들이다. 경기 가평군과 양평군을 포함한 이들 지역은 생산가능 인구 비율도 전국 평균보다 낮아 도시의 역동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 자연적 인구증가 모범 사례  ‘경북 구미- 전남 광양’

불안 요인이 적고, 건강한 인구 증가를 보이는 대표적 지역이 있다. 경북 구미시와 전남 광양시다. 두 지역은 전출 인구가 전입 인구보다 많아 사회적 인구는 감소했는데, 이 부분을 자연적 인구 증가로 만회했다. 특히, 1%가 넘는 출생률을 꾸준히 유지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전입과 전출이라는 외풍에 맞설 수 있는 자체적인 준비가 된 것이다.

두 지역은 인구 구성면에서도 모범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인구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지자체 중 예외적으로 '생산가능 인구 비중'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 전체가 젊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두 지역에 광양제철소과 구미공단이라는 대규모 산업 시설이 위치해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런 이유만으로 설명하기엔 한계가 있다. 경기 평택시나 화성시 등 대규모 공장 입주로 인구 증가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지역들이 전남 광양과 경북 구미의 정책 사례를 공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전남 광양의 정책 사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남 광양시는 2012년부터 관내에 주민등록을 한 모든 산모에게 산후조리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2014년부터는 역점 시책을 ‘아이 양육하기 좋은 도시만들기’로 설정하고, 부시장을 단장으로 한 다양한 TF팀까지 꾸렸는데, 임신에서부터 출산, 보육, 교육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별 연계서비스를 제공해 걱정없이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사실상 모든 정책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방향으로 조정하고 있는 것이다.

● "사람을 지켜라" 총리 나선 일본…우리나라는? 

지난해 일본 아베 신조 정부는 지난해 10월 2014년 기준 1.42명의 출산율을 1.8명으로 높여서 50년 뒤에도 인구 1억 명을 사수하겠다는 ‘1억 총활약’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을 전담할 부처를 신설해 핵심 측근을 장관(1억 총활약 장관)에 기용하고, 민간이 참여하는 ‘1억 총활약 국민회의’도 신설했다. 국민회의는 인구 정책을 최우선에 두고 보육, 노동 등 모든 정책을 인구 증가를 위한 방향으로 수정해 가고 있다.

아베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마스다 보고서'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마스다 보고서는 <도시프로젝트②-1 "사람이 사라진다"> 기사에서 보도했듯 저출산이 지속되면 2040년 일본 지자체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지방 정부 소멸 예측에 중앙 정부가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지방 인구 감소는 종국적으로 절대 인구 감소, 수요 감소로 이어져 국가 경제에 부담이 된다. 한마디로 "사람을 지켜야 국가가 유지될 수 있다"는 인식이 형성돼 있는 것이다. '인구'는 국가 문제라는 시각에서 인구 정책은 지자체 단위에서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게 일본 정부의 판단이었다. 지방 정부가 뛰어난 미시적 정책을 집행하더라도 중앙 정부의 거시적 정책의 뒷받침 없이는 효과를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2014년 기준 일본보다 낮은 1.21명의 출산율을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정부는 향후 5년을 인구 위기에 대응할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설정하고, 2020년까지 출산율을 1.4명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하지만,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보이지 않는다. 최근 누리과정 예산 논란에서 드러나듯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의심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구 정책의 효과는 30년 뒤에나 나타난다고 말한다. 이는 시차를 두고 드러나는 효과를 핑계로 후임자에게 책임을 넘겨도 문제될 게 없다는 뜻이 아니다. 인구 정책의 시행 시기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해법을 찾기는 더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텅 빈 도시’의 공포를 현실로 만들기 싫다면 당장 인구 감소를 막을 구체적이고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한창진·안혜민
디자인/개발: 임송이

※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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