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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브렉시트 전과 후…트라팔가 광장 스케치

[월드리포트] 브렉시트 전과 후…트라팔가 광장 스케치
● 6월 22일 트라팔가 광장 (브렉시트 국민투표 D -1)

지난 10주간 영국 전체가 반으로 찢어져 "EU에 남아야 한다", "떠나야 한다"를 외치던 투표 전날. 런던 중심의 트라팔가 광장에서는 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브렉시트(영국 EU 탈퇴) 반대 운동을 펼치다 괴한에 의해 피살된 조 콕스 하원의원의 추모 집회였습니다. 특히 이날은 콕스 의원이 살아 있으면 42번째 생일을 맞았을 날이기도 했습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여 그녀의 죽음을 애도했습니다. 집회도 대규모로 열렸습니다. 콕스 의원의 남편도 두 아이들과 함께 나왔고,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말랄라 유사프자이, 가수 보노 같은 유명 인사들도 참석했습니다.

런던 뿐 아니라 파리, 브뤼셀, 더블린과 같은 유럽 도시와 워싱턴, 뉴욕, 시드니, 베이루트, 나이로비 등 세계 곳곳에서 콕스 의원의 42번째 생일을 기념해 추모 행사가 동시에 열렸습니다. 이때가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12시간 정도 남겨 둔 시점이었는데, 최종 여론조사나 분위기로 'Remain', 즉 EU 잔류가 거의 확실시되고 있었습니다.
EU탈퇴 진영에서는 이 날 집회가 아주 못마땅했겠죠. 누군가는 투표 전날이 조 콕스의 의원의 42번째 생일임을 들어 영국이 EU남으면 콕스 의원이 하늘에서도 지켜준 것이라고 말 할 정도였습니다.
● 6월 28일 트라팔가 광장 (EU탈퇴 결정 5일 후…)

아침 7시부터 15시간의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끝나고 개표가 시작됐습니다. BBC 등 모든 방송들은 41년 만의 국민 투표여서 인지, 개표가 시작된 10시부터 특집 개표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시간이 지나면서부터 벌어지기 시작한 'Leave', 즉 EU 탈퇴 우세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24일 새벽 BBC와 스카이TV 등 모든 방송이 EU 탈퇴 결정이 확실시 된다고 선언했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뜬 눈으로 개표 방송을 지켜봤지만, 푹 자고 일어난 국민들은 어제와 완전히 다른 오늘에 많이 당황했을 것 같습니다. 이후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EU 탈퇴 반대 시위가 간헐적으로 이어졌고, SNS를 통해 퍼져나간 반대 운동으로 28일 5만 명이 트라팔가 시위에 참석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되자 처음 이 시위를 제안한 젊은이들이 시위를 연기한다고 통보했습니다 (실제 트라팔가 광장의 최대 수용 인원은 1만 명 정도라고 합니다).
시위 취재를 하러간 저도 좀 허탈했습니다. 이후 SNS를 통해 ‘그래도 모이자’라는 메시지가 퍼져 나갔고, 약속된 오후 5시 정말 수백 명의 젊은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5시를 전후해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젊은이들이 비를 피하기 위해 광장을 벗어나기도 했는데, 빗줄기가 굵어질수록 인원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런던 독립’, ‘나는 영국인이 아니고 EU인이다’ 등 EU 탈퇴를 반대하는 수 많은 기발한 피켓들이 등장하고, 누군가의 선창에 맞춰 EU, EU를 크게 외쳤습니다.
심지어 EU개까지 등장했습니다. 야속하게 빗줄기는 가늘어 지지 않았고, EU에 계속 남기를 원하는 젊은이들의 함성도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브렉시트 결정 후 5일, 영국 사회 계층간, 지역간 갈등과 대립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도 들썩였습니다. EU탈퇴 진영을 이끌었던 지도자들은 투표 전 내걸었던 공약을 수정하거나 지키지 힘들다고 말을 바꾸고 있습니다. 영국을 제외한 EU 27개 나라는 빨리 탈퇴부터 하라고 강하게 밀어 부칩니다. 차기 총리 경선 과정에서 배신..또 배신 영국판 막장 드라마까지 연출되고 있습니다. 트라팔가 광장에 젊은이들의 분노의 외침은 당분간 끊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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