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태(66·구속)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수십억원대의 비자금을 보관하는 비밀계좌를 싱가포르에 만들어 놓고 수년간 운영한 사실이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남 전 사장이 협력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챙긴 뒷돈이나 대우조선의 해외 지사로부터 송금받은 비자금 등은 모두 싱가포르의 차명계좌에 예치해 뒀던 것으로 조사됐다.
3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우조선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남 전 사장의 경영 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싱가포르 차명계좌를 찾아냈다.
앞서 대우조선을 겨냥한 검찰의 선행 수사가 진행됐던 2009∼2010년 당시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계좌다.
남 전 사장은 수년간 비밀리에 운영해 온 이 계좌로 범죄수익을 끌어모았다.
2008년 대우조선의 유럽 지사 2곳에서 조성된 비자금 50만 달러를 이 계좌로 송금하게 했다.
당시 환율로 5억원 정도 되는 이 돈으로 남 전 사장은 싱가포르의 페이퍼컴퍼니 지분을 취득했다.
지분 취득 업체는 남 전 사장의 대학 동창인 휴맥스해운항공 대표 정모(65·구속)씨의 회사다.
남 전 사장은 이 업체로부터도 수억원대의 배당금을 챙겨 왔는데, 이때도 싱가포르 비밀계좌가 배당금을 보관하는 저수지처럼 활용됐다.
남 전 사장은 정씨가 소유한 또 다른 업체인 부산국제물류(BIDC)로부터 10억원 정도의 뒷돈을 챙긴 혐의도 받는다.
이 돈 역시 싱가포르의 비밀계좌로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남 전 사장이 비밀계좌로 끌어모은 돈은 20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식취득을 위해 쓴 돈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금액이 여전히 비밀계좌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자금이 국내로 유입돼 정·관계 로비 목적에 쓰였다는 의혹과는 거리가 있는 대목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돈이 남 전 사장이 퇴직 후에 쓰려고 보관해 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남 전 사장은 여러 의혹이 남아 있다.
측근인 건축가 이창하(60)씨에게 여러차례에 걸쳐 사업상 특혜 제공했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싱가포르 비밀계좌와 별도로 불법적인 자금 흐름이 발견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검찰은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단서를 찾아나간다는 방침이다.
일단 남 전 사장은 정씨 측으로부터 거액의 뒷돈을 챙기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전날 구속됐다.
검찰은 남 전 사장이 회삿돈을 빼돌린 액수와 정씨 등으로부터 챙긴 뒷돈까지 포함해 횡령·배임수재의 규모가 20억원이 넘는다고 밝혔다.
수사팀은 남 전 사장 재임 기간인 2006년부터 2011년까지 대우조선에서 빚어진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이미 5조원대 회계사기가 드러난 2012∼2014년 외에도 남 전 사장의 재임기간에 대우조선에서 조직적인 회계 부정이 저질러졌다는 진술과 물증이 검찰에 확보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