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3개월 된 유기견을 입양한 A(45·여) 씨는 최근 귀를 자주 긁는 강아지를 데리고 동물병원을 찾았습니다.
병원비로 7만 원을 지불한 A 씨는 각종 병치레와 예방접종으로 매달 수십만 원이 드는 강아지 병원비가 부담스러워, 동물보호단체에 도움을 청해 동물약국에서 1만2천 원 정도에 파는 연고만으로 강아지를 치료하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부신피질호르몬 성분이 포함돼 있으니 적정량을 사용해야 한다'는 설명서를 따라 약을 3일 간격으로 세 번 발라줬을 뿐인데 가려움증은 깨끗이 사라졌습니다.
A 씨처럼 집에서 애완동물을 직접 치료하는 애견인들은 앞으로 법적 처벌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걱정이 많습니다.
최근 한 방송프로그램이 어미 개 300마리를 가두고 강제 임신, 새끼 불법판매, 불법마약류를 사용한 제왕절개 수술을 자행한 '강아지 공장'을 고발하면서 무자격자의 동물 치료 행위를 처벌하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행 수의사법은 동물 무면허진료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자신이 사육하는 동물의 진료행위는 허용하도록 시행령에 예외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A 씨를 비롯한 많은 애견인이 이러한 법적 근거로 직접 약을 구해 집에서 동물을 치료하거나 예방접종을 하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강아지 공장'으로 불리는 개 번식장 논란이 커지면서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에 한해 자가진료를 제한하는 내용의 수의사법 시행령 개정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동물보호단체 케어 활동가는 "자가진료 금지는 원칙적으로 옳다"면서도 "사람도 감기약 정도는 편의점에서 살 수 있듯 자가진료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동물 자가진료 금지에 반대하는 이들은 법 개정이 수의사단체의 숙원사업을 해결하기 위한 '꼼수'라며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동물보호협회에 따르면 개 예방접종을 하려고 동물병원을 찾으면 평균 3만 원이 들지만, 동물약국에서 파는 백신을 사서 직접 주사를 놓으면 7천 원 안팎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개가 매달 평생을 먹어야 하는 심장사상충 예방약은 병원에서 한 알에 9천 원 정도에 팔지만, 대형동물약국 소매가는 2천500원대에 형성돼있습니다.
개 수명을 10년으로 가정하면 어렵지 않게 먹일 수 있는 심장사상충 예방약을 사는 데만 동물병원이 동물약국보다 90만 원 정도 비싼 셈입니다.
또 다리 골절 수술에 100만∼200만 원이 드는 등 비싸기도 하고 병원마다 천차만별인 치료비용도 수의사를 찾는 대신 자가진료를 선택하는 이유입니다.
최정아 동물보호협회 대표이사는 "자가진료 금지는 한 마디로 돈 없는 사람은 애완동물을 키우지 말라는 것"이라며 "'강아지 공장' 사례는 수의사법이 아니라 동물보호법 개선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자가진료를 금지하면 경제적 부담 때문에 의료방임에 놓이거나 거리에 버려지는 동물이 늘어날 것을 우려합니다.
그러나 동물 의료보험제도와 공중보건소 같은 의료시설 도입은 동물을 기르지 않는 사람도 자신이 낸 세금을 써도 좋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작습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자가진료 금지는 수의사의 집단이기주의라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나름의 주장이 있다"며 "부르는 게 값인 중구난방 의료비를 수의사 스스로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정부가 1999년 관련 법을 만들면서 기존의 동물 의료수가체계를 없애고 병원 자율에 맡겼다"며 "수의사 사회가 임의로 상한가를 두는 등 치료비를 맞춘다면 담합행위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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