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28일 롯데장학재단 내 임원 집무실 등지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박찬호 부장검사)는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빌딩에 위치한 롯데장학재단에 수사관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결재서류, 내부 문서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재단 임원 L씨의 집무실로 대상을 한정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날 L씨의 자택에도 수사관을 보내 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 관련 자료를 입수했다.
앞서 이달 2일에는 신 이사장의 자택과 호텔롯데 면세사업부 등지를 압수수색한 바 있다.
신 이사장을 보좌하는 L씨는 재단 내부 사정에 밝은 인물이다.
검찰은 L씨의 집무실에서 신 이사장이 정 전 대표로부터 부당한 청탁을 받고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입점 및 매장 확대 등을 지시한 정황을 뒷받침하는 단서를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이사장은 롯데면세점 입점 청탁 대가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정 전 대표로부터 10억∼20억원 정도를 '뒷돈'으로 챙겼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신 이사장의 아들 장모씨가 소유한 B사와 롯데면세점 입점 컨설팅 및 매장 관리 위탁계약을 맺고 있었다.
이처럼 형식적인 외관을 갖춘 뒤 정 전 대표가 면세점 입점이나 매장 관리를 위한 청탁성 금품을 신 이사장에게 건넸다는 게 의혹의 뼈대다.
이런 의혹을 입증할 단서를 감추기 위해 신 이사장 주변 인사들이 증거를 인멸한 혐의도 포착됐다.
B사 대표 이모씨는 2일 신 이사장의 자택 압수수색 전에 B사의 내부 전산자료를 비롯한 증거물을 조직적으로 파기한 혐의로 9일 구속된 바 있다.
검찰은 수사에 대비해 올해 5∼6월께 회사 서버와 임직원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증거인멸 교사) 등으로 이씨를 이날 재판에 넘겼다.
이날 검찰이 신 이사장의 최측근인 L씨의 집무실과 주거지를 압수수색한 것은 B사 측의 증거인멸로 흔적을 감춘 로비 의혹 단서를 새로 확보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검찰은 구속된 B사 대표 이씨와 호텔롯데 롯데면세점 부사장을 지낸 롯데쇼핑 이원준 사장 등을 조사하면서 신 이사장이 네이처리퍼블릭에 편의를 줄 것을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받아냈다.
수사팀은 이르면 이번 주 신 이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