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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시행사-분양대행사 싸움에 날아간 "내 집 마련의 꿈"

[취재파일] 시행사-분양대행사 싸움에 날아간 "내 집 마련의 꿈"

권란 기자 jiin@sbs.co.kr

작성 2016.06.28 16:46 수정 2016.06.28 19:3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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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 집에 찾아온 용역업체 직원들A 씨는 지난달 말 서울 도봉구에 장만한 빌라에 입주했다. 지난해 7월 계약을 하면서 30대 아들의 원룸 보증금도 빼내고, 30년 동안 모아둔 쌈짓돈을 다 털어넣었다. 평생 처음 가져보는 내 집, 전 재산을 다 넣었어도 아깝지 않았다. 외아들과 함께 두 식구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집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입주 직후 자꾸 집으로 건장한 청년들이 찾아왔다. "당신 집이 아니니 나가라"고 했다. 급기야 하루는 '집주인'이라는 사람이 용역업체 직원들과 함께 찾아왔다. 드릴을 이용해 대문을 강제로 뜯어내고, 신발을 신은 채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집 안 살림을 모두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이 과정에서 말리던 아들은 다쳤고, A 씨는 아들을 데리고 병원을 갔다. 용접으로 봉쇄한 A 씨 집 현관아들을 입원시킨 뒤 집에 돌아와보니, 살림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대문은 용접으로 아예 봉쇄가 되어 있었다. 대문에는 '출입시 고발조치하겠음'이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A 씨는 전치 6개월 진단을 받은 아들과 현재 병원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B 씨는 지난해 다른 자매 2명과 함께 신축빌라 매입계약을 체결했다. 2층, 3층, 4층, 나란히 오손도손 살려고 했다. 그런데 새로 입주한 B 씨 자매 집에도 자꾸 용역업체 직원들이 찾아왔다. "나가라"는 실랑이가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졌다. B 씨 자매들은 좀 더 완강하게 버텼다. 집 밖으로 나가지도 않았다. B 씨 집 수도를 끊고 있는 현장소장그러던 어느 날, 현장 소장이라는 사람이 공구를 들고 찾아왔다. 집 밖에서 무언가 작업을 하는 듯 했다. 수도와 가스를 끊어버린 것이다. '불법 점유'한 B씨 자매들 때문에 다른 입주자들이 '등기'를 받지 못한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혹시나 B 씨 자매들이 끊어진 수도관과 가스관을 이어서 쓸까봐 안에는 온통 실리콘을 발라놨다. B 씨 자매들은 한 달째 물도, 가스도 나오지 않는 집에서 살고 있다.

2016년 현재, 서울 시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A 씨, B 씨 뿐만이 아니다. 이 빌라를 계약한 40여 명이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집을 사고서도 입주를 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시행사는 이들이 한 계약이 모두 불법 계약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빌라에 들어설 수도 없게 빌라 입구에는 용역회사 직원들까지 배치해 놓았다. 빌라 입구를 지키고 있는 용역업체 직원들실제로 이 빌라를 찾아가 보았다. 빌라 입구에 3명의 건장한 남성이 앉아 있다. 서성거리니 어디 가느냐고 묻는다. "000동 000호를 찾는데요"라고 말하자 뒤에 앉아 있던 남자가 소리친다. "000호, 000호, 000호는 막아라." 다른 두 명의 남자가 답한다. "네, 형님." 

서울 도봉구의 이 빌라는 재건축 주택으로 169세대 가운데 89세대를 일반분양했다. 지난 2014년 착공해 올해 5월이 입주 예정이었다. 70㎡의 빌라는 2억 3천만 원대에 분양했는데, 미분양이 수십 세대 발생했다.

이에 지난해 중순부터 올 초까지 7천~9천만 원을 할인해 분양했고, 이 때 할인분양 받은 40여 세대에 이같은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입주를 앞두고 빌라를 미리 둘러보러 온 사람들은 황당한 사실까지 발견하게 되었다. 내가 계약한 집에 또다른 계약자가 나타나는, 이른바 '이중계약'까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시행사는 '할인 분양'을 받은 40여 세대를 '불법 계약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시행사는 분양 대행사와 분양대행 업무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분양 대행사가 애초 계약 조건과는 다른 계약서를 사용해왔고, 분양대금을 시행사에 이체를 하지 않고 중간에서 가로챘다고 주장한다. 또, 시행사는 미분양분에 대해 할인분양을 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한다. 자신들은 '최고의 자재'를 이용해 집을 짓기 때문에 '할인'이란 있을 수 없다고 한다. 분양 대행사의 문서 위조와 불법 계약, 횡령에 당한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만약 중간에 문제가 생겼다면 분양 대행사와 계약자들이 '논의'한 뒤 '합의'를 할 수 있는 일 아닌가. 왜 굳이 용역업체 직원을 동원해야 하는가. 시행사 대표는 용역이 아니라고 펄쩍 뛴다. 자기 회사의 '직원'이라는 것이다. 직원 현황판에 있는 사람들이냐 물으니, 말을 얼버무린다.

시행사 측은 오히려 할인 분양 받은 계약자들을 '나쁜 사람들'이라고 몰아 세웠다. '비싼 집'을 '헐값'에 사려고 불법 계약을 한 뒤 '집을 내놓으라'고 고집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집주인은 시행사 대표 자신인데, 분양 대행사의 말만 믿고 시행사에 확인을 한 번도 하지 않는 계약자들의 책임도 있다고 주장했다. 자신도 '재산권'을 침해당한 '피해자'라는 것이다.

분양 대행사 측은 "내가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분양대행사는 분양대행 계약을 맺을 때 '분양 대행사가 만든 계약서를 이용한다'는 항목이 있었다며 계약서를 보여주었다. 사태가 불거지자 시행사가 자신들을 몰아 세우려고 '허위 계약서'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할인분양은 시행사 측에서 동의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4년 말, 시행사 측이 자금 문제로 공사를 중단했을 때 미분양 분을 할인해서라도 팔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할인 분양을 진행한 것이고, 그 대금 또한 시행사 대표 계좌로 모두 이체했다고 주장하며 입금증을 보여주었다. 또, 당시 분양 대행사는 분양대행 뿐 아니라 인테리어 공사도 하청 계약을 맺었는데, '대금을 물건으로 지불하겠다'는 계약을 맺고 대금을 받지 않고 공사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물건은 커녕 대금을 아직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중계약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분양 초기 분양받았던 사람들 가운데 공사가 길어지면서 팔겠다는 사람이 있었고, 이걸 다른 계약자에게 넘기면서 '이중계약'처럼 보이는 계약이 생겼다는 것이다.  빌라에 준공승인이 나고 등기가 진행이 되면, 전부 해결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서울 도봉구 신축 빌라하지만, 시행사 담당자는 상황 설명을 하던 중 무심코 한 마디를 내뱉고 말았다. "이 빌라는 어떻게 해도 등기 안 나옵니다." 그렇다면 어차피 등기가 나오지 않을 줄 알고 있었지만, 빌라 매매계약을 진행했다는 얘기인가. 받지 못한 공사대금을 청산하려고 되는 대로 팔기라도 하자는 의도였다는 것인가. 분양대행사 측은 '오해'라며 '어떻게든 등기를 받아보려고 노력했을 것이다'라고 말끝을 흐렸다.

현재 시행사와 분양 대행사는 서로를 사문서 위조, 사기, 횡령 등등 여러 가지의 혐의로 맞고소를 한 상태이다. 양측의 다툼 속에 계약자들의 속은 타들어 가고만 있다. 한껏 부풀었던 내 집 마련의 꿈은 불안과 초조함으로 변한지 오래다. 내 집은 커녕, 집 한 번 마련해보겠다고 마련했던 돈까지 날려버릴 수도 있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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