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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고민은 군 내부에서만!"…외부 상담 방해하는 육군

[리포트+] "고민은 군 내부에서만!"…외부 상담 방해하는 육군
오로지 병역을 다하기 위해 인생에서 가장 뜨거운 청춘을 군대에서 보내는 대한민국 장병들. 하지만, 그들이 군대에서 겪는 일들은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잊을만하면 군대 내부의 심각한 인권 유린 소식이 우리 귀로 들려오기 때문입니다. 

2014년 온 국민을 경악게 했던 '윤 일병 사망 사건처럼 말이죠. 당시 민간단체인 군 인권센터는 이 끔찍한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런 사건은 군대 조직의 폐쇄성 탓에 잘 알려지지 않고 묻히기 일쑤입니다. 

그런 폐해를 막고자 군 인권센터는 2013년부터 병사들을 대상으로 인권 전화 상담서비스인 ‘아미콜’을 운영해왔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육군본부가 그와 똑같은 이름의 ‘아미콜'을 특허청에 상표로 출원 신청했습니다. 만약 특허청이 육군본부의 상표 출원을 받아들이면 군 인권센터는 더는 '아미콜'을 쓰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 육군본부는 대체 왜, 군 인권센터의 아미콜 활동을 방해했을까?

그에 대한 답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재작년 육군본부에서 유출된 내부 문건에서 추측할 수 있습니다. 육군본부가 각 사·여단급에 내린 공문에는 병사들에게 아미콜을 이용하면 근신이나 영창 등 징계를 받을 수 있음을 알리라고 적혀 있습니다. 군 내부 문제를 외부의 민간단체에 상담하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를 담은 것이죠. 

그러면서 아미콜 대신, 군 당국이 직접 운영하는 상담 전화인 ‘국방헬프콜’을 활용하도록 병사들에게 교육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국방헬프콜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방헬프콜에 걸려온 상담 중 연계 조치로 이어진 경우는 전체의 6.2%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은 '상담관 종결'로 끝나서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죠.

[ 이상민 / 국회의원 ]
"국방헬프콜이 일회성 상담에 그쳐 병영문화 개선을 위한 효과적인 구제책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국방헬프콜' VS '아미콜'은 중요하지 않다

이 대목에서 어느 쪽이 더 실효성이 있는지 따지는 건 문제의 핵심이 아닙니다.

국방헬프콜이든 아미콜이든 병사들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곳이 많고, 그곳이 제 기능을 한다면 좋은 것이니까요. 문제는 육군본부가 국방헬프콜의 개선에 집중하기는커녕, 치부가 군대 밖으로 새는 것을 막으려고 아미콜의 활동을 방해하려는 것입니다.

다행히도 어제(26일) 특허청은 군 인권센터의 이의 신청을 받아들여서 육군본부의 특허 출원을 거절했습니다.

[ 임태훈 / 군 인권센터 소장 ]
"아미콜은 가혹행위 등으로 힘들어하는 장병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하려고 고안한 것입니다. 피해자들이 마음 놓고 기댈 수 있는 언덕이 되도록 내실 있게 운영할 계획입니다."
'아미콜'이 생기게 된 이유는 국가가 국가의 울타리를 지키는 군인들을 보호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특허청으로부터 상표 신청을 거절당한 육군본부는 아미콜의 존재 이유를 다시 한 번 새겨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기획·구성: 김민영 / 그래픽 디자인: 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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