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원·위안화 직거래시장이 개설돼 27일 중국 외환거래센터(CFETS)에서 첫 거래를 시작했다.
상하이에 본부를 둔 중국 외환거래센터는 이날 원·위안 직거래 플랫폼을 개설하고 시장 조성자로 지정한 14개 은행이 서로 원화와 위안화를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 외환거래센터는 이날 장이 개장하자 원화의 중간가격(기준환율)을 위안당 176.31원으로 고시했다.
중국은 이날 거래를 마친 다음 원화를 CFETS 위안화 환율지수 산정을 위한 통화바스켓에 포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오전 9시30분(이하 현지시간) 거래가 시작된 지 20분 만에 우리은행 중국법인과 중국은행, 공상은행 간에 1억3천만 위안(231억원) 규모의 직거래가 성사됐다.
이는 원화가 해외에서 직접 거래되는 첫 사례로 기록됐다.
한국으로선 원화 국제화를 위한 시험대라고도 할 수 있다.
상하이 내 유일한 시장 조성자로 지정된 산업은행 상하이지점의 트레이딩룸에서도 위안화 사자, 팔자 가격을 제시하고 거래를 시작했다.
이날 거래는 환거래 호가 제시의 권리와 의무를 가진 시장 조성자 사이에서 이뤄졌다.
중국 외환거래센터는 앞서 한국계 시장 조성자로 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중국법인과 산업은행 상하이지점 등 5곳을 지정했다.
중국·공상·건설·농업·교통·중신은행 등 중국계 6곳과 HSBC, 스탠다드차타드, 씨티은행 등 외국계 3곳도 시장조성자로 참여한다.
오후 11시 30분까지 이뤄지는 원·위안화 직거래의 하루 변동폭은 고시환율에서 ±5%로 제한된다.
그동안 해외에서는 무역거래 용도로만 원화 거래가 허용됐지만, 이번 직거래시장 개설로 앞으로는 중국에서 광범위한 원화 자본거래가 가능해졌다.
지금까지 한국 정부는 환투기와 외환시장의 급격한 변동성 확대 등을 우려해 해외에서 비거주자 간 원화 자본거래를 엄격하게 제한해왔다.
2014년 말 한국에 원·위안 직거래시장이 개설된 데 이어 중국에서도 원·위안화 간 직거래가 가능해지면서 무역 등에 있어 두 통화의 결제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으로서도 원·위안화 직거래시장 개설로 그간 추진해온 위안화 국제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위안화와 직거래되는 통화도 달러화, 유로화, 일본 엔화 등 13개 통화에서 14개로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원화를 CFETS 위안화 환율지수 산정을 위한 통화바스켓에 포함할 경우 중국의 주요 교역국인 한국의 원화가 CFETS 통화바스켓에서 10%의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싱가포르 화교은행 토미 셰(謝棟銘) 이코노미스트는 "변동성이 강한 원화가 통화바스켓에 편입되면 위안화의 등락 폭도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외환시장이 정부 통제를 받고 있기 때문에 직거래시장 개설에 따른 부작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번 원·위안화 직거래시장 개설은 지난해 10월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의 한국 방문 당시 결정됐다.
강성경 한국은행 상하이대표처 수석대표는 "직거래시장의 조기 안착을 위해 시장 조성자들이 적극적으로 거래를 늘려야 할 필요가 있다"며 "위안화 국제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며 기축통화에 근접해가고 있는 만큼 시장 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