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중견기업 A사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했지만 사용하는 직원이 거의 없어 곧 사문화됐다.
이 회사 직원은 "인사권을 가진 부서장 스케줄에 따라 업무가 진행되는 문화가 여전하고 다른 직원이 일을 자기 일을 떠안아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활용 사례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2.
유한킴벌리는 면대면(面對面) 업무 방식을 개선하고 객관적 인사평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기업문화를 선진화한 뒤 유연근무제를 성공적으로 도입해 정착시켰다.
그 결과 제도 도입 1년 만에 매출이 10% 이상 늘었고, 매년 대학생들이 취업을 선호하는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근로시간을 융통성 있게 조정하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기업 10곳 중 9곳 이상이 근로자나 기업 모두 긍정적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제도 도입률이 낮고, 기업문화 개선이 병행돼야 제도 도입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300개 회원사(유연근무제 도입 150곳·검토 중 150곳)를 대상으로 '기업의 유연근무제 도입 실태'를 조사한 결과, 도입 기업의 92.8%가 제도 시행 결과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7일 밝혔다.
기업보다 근로자 입장에서 만족도가 더 높았다.
근로자의 96.7%(이하 복수응답)는 '일·가정 양립에 도움이 됐다'고 답했고, '직무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응답도 96.0%나 됐다.
기업들도 '생산성 향상'(92.0%), '이직률 감소'(92.0%), '인재 확보'(87.3%) 등을 제도의 효과로 지목했다.
정부가 올해 중점과제로 추진 중인 '전환형 시간선택제'도 만족도가 높았다.
필요한 경우 근로시간을 줄여 근무하다 이후 정상 근무로 전환하는 이 제도를 도입한 기업의 93.8%가 '생산성 향상, 근로자 만족도 제고, 업무 집중도 증대, 기업 이미지 제고' 같은 효과를 봤다고 답했다.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응답은 6.2%에 그쳤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 효과에도 유연근무제를 활용하는 국내 기업은 5곳 중 1곳 정도(22.0%)에 불과했다.
선진국들에 비해서도 활용률이 낮았다.
근로자가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시차출퇴근제의 경우 우리나라의 도입률은 12.7%로, 미국(81.0%), 유럽(66.0%)보다 낮았다.
전일제(하루 8시간)보다 근로시간만 짧은 시간제도 유럽 기업은 69.0%, 미국 기업은 36.0%가 도입했지만 우리나라는 11.3%에 불과했다.
업무가 몰리는 시기에 근로시간을 늘렸다가 업무 비수기에는 짧게 일하는 등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률은 9.2%, 재택근무는 3.0%에 그쳤다.
기업들은 유연근무제 활성화의 걸림돌로 인건비 부담, 인사 관리의 어려움 등을 꼽았다.
도입을 검토 중인 기업을 대상으로 도입 애로 요인을 물어본 결과 '대체인력 채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24.7%), '기존 근로자의 업무 가중에 따른 불만'(23.3%), '근무 조정, 평가 등 인사 관리의 어려움'(24.7%), '적절한 대체인력을 뽑지 못하는 어려움'(14.7%), '제도를 잘 몰라서'(14.6%) 등을 지목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한다고 모든 기업이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면대면 업무 방식과 장시간 근로 관행 등 기업문화를 개선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