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의 장기화로 마땅히 갈 곳을 찾지 못한 시중 여유자금이 안전하면서도 만기가 짧은 금융상품에 몰리고 있습니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만기 1년 미만 정기예금 잔액(말잔 기준)은 4월 말 현재 199조4천830억 원으로 3월보다 0.4% 증가했습니다.
이 금액은 역대 최대이자 200조 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하면 1년 새 21.3%나 늘었습니다.
만기 1년 미만의 정기예금 잔액은 2009년 11월 100조 원을 넘어선 이래 2010년 10월 150조 원, 작년 3월 160조 원, 6월 170조 원, 8월 180조 원, 10월 190조 원을 각각 돌파하는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반면 만기가 상대적으로 긴 1년∼2년 미만이나 2년∼3년 미만 정기예금의 잔액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습니다.
1년 이상 2년 미만 정기예금 잔액은 4월 말 현재 342조7천50억 원으로 3월보다 0.1%, 작년 같은 달보다는 5.9% 감소했습니다.
전년 동월대비로 작년 1월부터 16개월째 줄고 있습니다.
2년 이상 3년 미만 정기예금의 잔액도 17조2천170억 원으로 전월대비 0.3% 감소했습니다.
전년 동월대비로는 13.0%의 감소율을 기록했고 작년 9월 이후 8개월째 줄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인 연 1.25%로 떨어지는 등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마땅한 투자대상을 찾지 못한 시중 자금이 만기가 짧아 현금화하기 쉬운 금융상품에 몰리기 때문입니다.
최근 증시에도 투자자금이 몰리면서 고객예탁금이 26조원을 넘어서는 등 시중 단기부동자금이 945조2천215억원에 달해 사상 최대 규모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현금 79조8천900억 원, 요구불예금 184조6천140억 원,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451조6천600억 원와 6개월 미만 정기예금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RP) 등을 합친 수치입니다.
특히 기업구조조정 여파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충격 등으로 자금시장에도 불안감이 커지면서 시중 자금의 단기화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단기자금들은 최근 강남 일부 지역 재건축 등 특정 부문에 쏠리는 경우가 많아 자금시장의 왜곡을 초래할 가능성이 큽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만기가 짧은 금융상품에 돈이 몰리는 단기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금융기관들도 자금 운용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