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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15살에 전쟁터 내몰린 '소년-소녀병'의 절규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동족 간의 전쟁, 6·25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올해로 66주년이 됐습니다.

젊은 세대들에게는 역사책에 나오는 먼 얘기 같지만, 한국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휴전 상태로 남아있고 참전했던 군인 1백만 명 가운데 17만 명은 여전히 생존해 있는데요, 이들 생존 군인 가운데는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참전 사실은커녕 존재 사실조차 인정받지 못한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소년, 소녀병들입니다. 최효안 기자의 취재파일 보시죠.

소년, 소녀병은 학생 신분으로 자진해서 군에 입대한 학도 의용병과는 다릅니다. 학도의용병들은 비정규군으로서 그 숭고한 업적을 국가로부터 인정받았습니다.

이와 달리 소년, 소녀병들은 병역 의무를 지우면 절대 안 되는 17세 이하의 아동들인데도 현역병으로 징집돼 군번을 부여받아 정규군으로 참전한 군인들입니다.

아무리 전쟁통이라 해도 누가 봐도 어린이였던 소년, 소녀들이 어떻게 전쟁터로 끌려갔을까 가슴이 아픈데요, 그 규모는 몇백 명 수준이 아니라 국방부 군적에 남아있는 인원만 무려 3만 여 명에 달합니다. 그리고 그중에는 소녀군도 5백 명이나 포함돼 있었습니다.

[윤한수/한국전쟁 15세 참전 소년병 : 자고 나면 뒷집에 앞집에 청년들이 학생들이 하나씩 없어졌어요. 그때 방위군, 경찰관들이 와서 강제로 전부 데리고 가버렸어요.]

평범하던 15살 청소년이었던 윤한수 옹은 갑작스런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졸지에 군인이 됐는데요, 당시 키가 160cm도 안 됐지만, 가녀린 어깨에는 책가방 대신 24kg 군장이 주어졌고 총 쏘는 법도 제대로 모르던 소년의 눈앞에는 말 그대로 생지옥이 펼쳐졌습니다.

특히, 눈을 감아도 바로 어제 일처럼 떠오르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참혹한 경험은 군이 담력을 기른다며 자신들에게 즉결심판의 처형 사수를 시켰던 일입니다.

또, 가장 치열하고 위험했던 낙동강 방어선 전투의 최전선에도 무려 1만 2천 명의 소년병이 투입됐는데, 이 중 3천 명이 전사했습니다.

그런데도 미성년자 징집은 UN 소년병 보호협정 위반이라 지난 2006년 생존 소년병 6백 명이 청와대에 탄원서를 내기 전까지는 이들은 국가의 보상은커녕 존재조차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현재도 참전 사실은 인정됐지만, 국가 유공자 자격은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1년 16대 국회 때부터 이들을 국가 유공자로 인정하자는 법안이 계속 발의됐지만, 15년이 지나도록 처리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상호 박사/군사편찬연구소 전쟁사부 선임연구원 : 한창 공부해야 할 나이에 전선에 있다 보니까,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놓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이 사람들이 사회에 나가서 굉장히 신산스러운 삶을 살 수밖에 없는 거죠.]

국가와 민족을 구한다는 일념 하나로 부름에 응해 목숨을 바쳐 싸운 노병들을 기다린 건 군인으로서 존재 자체도 인정하지 않는 국가의 외면이었습니다. 이들이 지금 우리에게 국가의 의미를 묻고 있습니다. 

▶ [취재파일] 15살에 6.25 전쟁터에 내몰린 '소년-소녀병'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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