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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존립위기 유럽연합(EU) "28-1-?"

영국의 EU(유럽연합)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Brexit) 투표에서 찬성 의견이 많이 나오면서 영국이 EU 탈퇴를 결정했습니다. 1973년 영국이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 가입한 이후 43년 만의 일입니다.

하나의 유럽을 꿈꾸며 만든 공동체 EU.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과 프랑스 등 6개국이 1957년 유럽경제 통합을 위해 ECC를 설립했습니다. 더욱 강한 결속력을 가진 공동체 형성을 위해 1993년 마스트리히트 조약이 발효됐고,12개 회원국으로 EU는 출범했습니다. 2000년대 이후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 동유럽 국가들이 대거 가입하면서 EU의 몸집은 커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2013년 크로아티아까지 가입하면서 EU는 28개 회원국을 가진 명실상부한 지역공동체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러나 영국 국민의 선택으로 EU의 지위는 흔들리기 시작했고, 본격적인 탈퇴 절차가 시작됐습니다. 유럽연합의 준 헌법적 성격을 가진 리스본 조약에 따라 탈퇴 절차가 진행되는데, 아직 한번도 탈퇴 절차가 작동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잡음이 예상됩니다. 우선 조약 50조에 따라 영국이 탈퇴 의사를 전달하면, EU 정상회의에서 협상 가이드라인을 마련합니다. 이후 영국과 EU집행위원회 사이의 협상, EU이사회의 최종 결정 순으로 탈퇴 절차는 진행됩니다. EU 탈퇴까지 유예기간 2년이 주어지는데, 영국은 그동안 EU 회원국으로서 맺었던 협약을 다시 설정해야 하며, 유예기간 동안 유럽 단일시장 체제를 그대로 적용받습니다.  

영국의 탈퇴로 다른 회원국들의 연쇄 탈퇴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관심이 쏠리는 국가는 덴마크입니다. 덴마크는 지난해 12월 유럽공동경찰기구 이른바 유로폴 탈퇴를 놓고 국민투표가 이뤄졌고, 53%의 찬성으로 유로폴 탈퇴가 결정된 바 있습니다. 영국과 함께 유로화에 대한 선택적 지위(opt-out)를 인정받아 자체 화페인 크로네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EU 탈퇴에 따른 부작용도 다른 국가에 비해 적은 것도 탈퇴 가능성이 높은 이유로 꼽힙니다.

같은 북유럽 국가인 핀란드에서도 EU 탈퇴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핀란드에서는 이미 지난해 말 5만 명이 유로화 사용 폐기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해 달라는 청원서를 정부에 낸 상태입니다. 핀란드의 EU 탈퇴 논의는 EU가 가진 내재적 취약성을 노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핀란드는 최근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최대 수출국이었던 러시아가 크림반도 강제 합병 등으로 EU에 제재를 받으면서 수출길이 막혔기 때문입니다. 이럴 경우 다른 국가로 수출로를 확보해야 되고 , 이를 위해서 통화 확장 등으로 환율을 떨어뜨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유로화 사용으로 통화 주권이 상실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런 정책 사용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유로화가 아닌 독자 통화를 사용하고 있는 이웃 국가 스웨덴의 건실한 경제성장이 핀란드의 EU 탈퇴 논의를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네덜란드, 프랑스 등 극우 정당이 선전하고 있는 국가들에서도 EU 탈퇴 논의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EU 탈퇴 논의가 제기되고 있는 국가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경기 침체가 연대보다는 자국 우선주의에 기름을 붓고 있고, 네덜란드와 프랑스 등에서 극우정당이 선전하고 있는 것처럼 파시즘 또는 유사 파시즘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로 연대와 개방을 통한 통합을 기치로 2012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던 EU는 존립 자체에 대한 위험에 직면했습니다. EU가 영국에 대해 탈퇴 협상에 빨리 나서라고 재촉하는 것도 브렉시트에 따른 불확실성을 제거해 추가 탈퇴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한창진·안혜민
디자인/개발: 임송이

※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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