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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가상화폐 주의보…잘못 투자했다간 '쪽박'

차세대 결제수단으로 주목받는 가상화폐에 잘못 투자했다가 쪽박을 차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이버상으로 거래되는 가상화폐가 가치를 가지려면 환금성과 발행 업체의 자금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짝퉁' 화폐가 판치고 있어서다.

급기야 불법 유사수신업체들이 발행·거래 비용이 들지 않는 가상화폐를 미끼로 대규모 다단계 사기를 벌이면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수원지검은 지난 20일 "말레이시아 본사에서 만든 가상화폐를 사면 큰돈을 벌 수 있다"며 수백 명으로부터 100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다단계업체 지사장 문모(43)씨를 재판에 넘겼다.

알고 보니 그가 2013년부터 최근까지 판매한 가상화폐는 현금으로 바꿀 수 없는 가짜였다.

문씨는 투자자가 다른 투자자를 데려오면 수당을 지급하는 불법 다단계로 투자금을 모았다.

그가 일하는 업체는 전국에 50여개 지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화폐에 대해 잘 몰랐던 투자자들은 원금을 보장해준다는 사탕발림과 돌려막기식으로 초기에 지급받은 투자금에 속아 넘어갔다.

금융정보에 어두운 노인이나 주부들이 주된 피해자였다.

부산에서는 중국 전자화폐에 투자하면 10배 수익을 볼 수 있다며 1만여 명에게서 300억원을 받아 챙긴 일당이 종적을 감췄다.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사기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전자화폐 투자사기 조직 모집책 하모(56)씨와 전산 담당 이모(61)씨를 붙잡고 총책 김모(55)씨 등을 쫓고 있다.

이들은 2014년 서울 강남에 '힉스베네'라는 회사를 세우고 중국 국영 기업이 발행하는 가상화폐 '힉스코인'을 판매하는 한국 지부인 것처럼 꾸몄다.

"100원짜리 힉스코인을 사놓으면 몇 달 안에 값이 10배로 뛴다"고 속이며 새로운 투자자를 데려오면 투자금 10∼15%를 주는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자를 불렸다.

사실 힉스코인은 어디서도 쓸 수 없는 화폐였고 이를 발행한다는 중국 기업도 가짜였다.

오정근 건국대 정보통신대학원 금융 IT 학과 특임교수는 "가상화폐에 대한 사람들의 무지를 악용해 다단계 사기를 치는 것"이라며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가상화폐는 상용화될 수 없는 가짜가 대다수"라고 지적했다.

실제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가상화폐 '비트코인'은 최대 2천100만 코인이 나오도록 설계해 지금 남은 코인은 100년에 걸쳐 서서히 생산되게 돼 있다.

수요·공급 논리에 따라 구매자가 많아질수록 가격이 오르는 구조다.

반면 짝퉁 가상화폐는 시장이 매우 좁고 발행 업체가 마음대로 찍어낼 수 있다.

가짜 화폐를 만든 불법 유사수신업체와 그에 속은 투자자들만 쓰기 때문에 발행업체는 "지금 투자해야 앞으로 사용자가 많아지면 가치가 크게 뛴다"고 속인다.

더불어 해외에 업체 본사가 있어 해당 화폐가 세계적으로 쓰이는 것처럼 광고하기도 한다.

지난해 9월에는 "가상화폐를 사 놓으면 높은 이익을 볼 수 있다"고 노인 1천여명을 속여 56억원을 가로챈 이모(54)씨가 경찰에 구속됐다.

그는 '퍼펙트 코인'이라는 가상화폐를 판매하는 유령회사와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고 "장차 퍼펙트 코인이 금융기관에서 화폐를 대신할테니 가치가 오르기 전에 미리 사 놓아라"고 현혹했다.

가상화폐가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것처럼 속이려고 화폐가 거래되는 홍콩 중앙거래소와 한국 거래소 등 인터넷 사이트까지 그럴싸하게 만들어냈다.

이들의 말에 속은 노인들은 가상화폐 사이트 회원 가입비로만 120만원을 냈다.

투자한 노인들은 지난해 말 갑자기 폐쇄된 퍼펙트 코인 사이트를 보고 망연자실했다.

비트코인 거래소 코빗의 김진화 이사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세계적으로통용되는 가상화폐의 핵심은 주인이 없다는 것"이라며 "사기에 이용되는 가상화폐는 보통 주인이나 투자회사가 있어 원금을 보장해준다고 현혹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실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는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면서 차세대 결제수단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며 "개인 사업자가 마음대로 발행할 수 있는 가상화폐는 대부분 다단계나 사기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제대로 통용되는 가상화폐더라도 거래의 비밀성이 보장된다는 점을 노리고 마약 거래나 도박 등에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에 사는 임모(30)씨는 지난해 4월 인터넷 블로그에 대마를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다.

임씨는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려고 외국에 서버가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채팅앱으로 마약 구매자와 정보를 주고받은 뒤 대금으로 비트코인을 받았다.

가상화폐는 은행을 통하지 않고 인터넷에서 자유롭게 거래돼 거래 추적이 쉽지 않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가상화폐를 미끼로 한 사기가 잇따르자 검찰과 경찰, 국세청,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서민생활침해사범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고 집중단속에 나섰다.

국세청은 유사수신 업체의 불법 수익에 대한 과세를 검토하고 금감원은 혐의 정보를 수사기관과 공유하기로 했다.

검찰은 법리 검토와 수사지휘를 맡고, 경찰은 실질적인 단속 업무를 주관한다.

금감원 측은 "가상화폐는 선불 전자지급수단이나 전자화폐에 해당하지 않고 중앙발행기관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교통카드 충전이나 온라인상품권 구입 등에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상 거래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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