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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미세먼지, 강한 집중호우 더욱 강하게 만든다

[취재파일] 미세먼지, 강한 집중호우 더욱 강하게 만든다
장마가 시작되면서 곳곳에서 국지성 집중호우가 쏟아지고 있다. 어제(22일) 서울과 제주도에서는 1시간에 최고 30~40mm 가량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갑작스런 폭우로 서울에서도 하천물이 급격히 불어나 시민 3명이 고립됐다 구조되기도 했다. 다행히 폭우는 1시간을 넘기지 않고 약해졌지만, 긴 시간 이어졌다면 피해는 더욱 커졌을 것이다.

집중호우에 의한 피해는 집중호우가 얼마나 오랫동안 이어지는지, 그리고 집중호우 구름이 얼마나 강력하게 발달하는지 등에 달려 있다. 당연히 집중호우 구름이 강하게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그리고 집중호우가 오래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피해는 커진다.

하늘을 늘 뿌옇게 덮고 있는 미세먼지와 집중호우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혹시 미세먼지가 심하면 집중호우가 강해지는 것은 아닐까? 미세먼지가 심하면 집중호우의 수명이 길어지는 것은 아닐까?

미국 텍사스대학교 연구팀이 위성 관측 자료와 미세먼지(에어로졸), 그리고 상대습도나 공기의 상승 운동 가능성을 나타내는 부력에너지(CAPE), 대기 상하층 간의 풍속 차이(vertical wind shear) 같은 기상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각각의 요소가 집중호우(Mesoscale Convective System)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Chakraborty et al., 2016). 연구팀은 각각의 요소가 기여하는 정도를 분석하기 위해 2,430개의 집중호우 사례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지금까지 집중호우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상대습도 같은 기상요소 외에 미세먼지 또한 집중호우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표 부근에 수증기가 충분히 많고(상대습도가 높고) 대기 상하층 간의 풍속 차이가 클 경우 미세먼지 농도가 일정량 높아질 때마다 집중호우의 수명이 3시간에서 15시간이나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기 상하층 간의 풍속 차이가 크고 공기의 상승운동이 활발한 상황에서는 미세먼지 농도가 일정량 높아질수록 집중호우의 수명이 많게는 24시간이나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적으로 보면 집중호우 구름이 강하게 발달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집중호우가 더욱더 강하게 발달한다는 뜻이다. 미세먼지가 강한 집중호우를 더욱 강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당연히 집중호우의 수명이 길어지면 홍수와 같은 극단적인 피해는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집중호우가 강하게 발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미세먼지가 집중호우의 수명을 단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가 약한 집중호우는 더욱 약하게 만들어 빨리 소멸시키는 역할도 한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미세먼지가 집중호우의 수명 변동을 최고 24%까지 설명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실험실이나 일부 집중호우 사례에 대해 미세먼지의 영향이 알려진 경우는 있지만, 실제 대규모 집중호우 사례 연구를 통해 미세먼지가 집중호우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집중호우가 강하게 발달할 수 있는 상황에서 미세먼지가 집중호우의 수명을 더욱 크게 늘리는 것은 미세먼지가 물방울의 씨앗인 응결핵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수증기가 충분히 많은 상황에서 미세먼지가 늘어나면 작은 물방울이 더욱 많이 만들어지고, 이 작은 물방울이 합쳐져 커다란 빗방울이 더욱 많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집중호우가 더욱 강하게 발달하고 수명도 길어지면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질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것이다.

반대로 집중호우가 크게 발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세먼지가 늘어나면 물방울의 씨앗이 과도하게 많아 작은 물방울이 더욱 작게 쪼개져 빗방울이 성장하는 것을 오히려 방해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미세먼지는 약한 집중호우의 수명을 더욱 단축하는 역할도 한다는 뜻이다.

연일 하늘을 뿌옇게 만드는 미세먼지가 단순히 시야만 뿌옇게 만들고 건강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 것이다. 수증기가 충분해 언제나 집중호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요즘 같은 장마철에는 미세먼지가 강한 집중호우를 더욱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미세먼지가 집중호우 피해를 늘릴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는 뜻이다.

어제(22일) 오후 서울에는 주변 수도권지역보다 유난히 강한 비가 쏟아졌다. 오후 1시 44분부터 2시 44분까지 1시간 동안 북악산에는 36mm의 비가 쏟아졌고, 성북구에는 29.5mm, 종로구에도 26mm의 폭우가 내렸다. 1시간에 30mm 안팎의 비가 내리면 우산을 써도 아무런 효과가 없다. 거의 물을 쏟아 붓는 수준이다.

남서쪽에서 들어온 비구름이 북악산 등에 막혀 집중호우 구름이 폭발적으로 발달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결과대로 미세먼지가 큰 역할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다른 지역과 달리 새벽부터 유난히 ‘나쁨’ 수준을 오르내리던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오후 1시에는 81㎍/㎥, 오후 2시에는 104, 3시에는 123까지 올라갔다. 폭우가 쏟아질 때를 전후해 미세먼지 농도가 평상시보다 최고 3배 정도까지 높아진 것이다. 장마철로 구름이 몰려왔던 시간인 만큼 수증기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늘어난 미세먼지가 물방울의 씨앗 역할을 해서 물방울을 더욱 많이 만들어 내고 결국 더욱 많은 빗방울을 만들어 국지적으로 짧은 시간에 폭우를 쏟아 부은 것은 아닐까? 하늘을 뿌옇게 만드는 미세먼지가 이제는 집중호우까지도 강하게 만들어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씁쓸하기만 하다.

<참고문헌>

* Sudip Chakraborty, Rong Fu, Steven T. Massie, and Graeme Stephens, 2016: Relative influence of meteorological conditions and aerosols on the lifetime of mesoscale convective systems, Proceedings of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DOI:10.1073/pnas.1601935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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