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미술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1881∼1973)의 '앉아있는 여인'(Femme Assise·1909년)이 예상가를 훌쩍 넘는 금액에 낙찰됐다고 CNN방송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피카소의 초기 입체파 시대 작품으로 분류되는 이 그림은 이날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4천320만 파운드(약 733억원)에 낙찰됐다.
소더비는 "이 작품이 수십 년간 시장에 나온 입체파 회화 중에 최고작"이라고 평가했다.
입체파는 대상을 기하학적 도형으로 분해해 추상적으로 재결합하는 기법으로 현대 미술에서 가장 혁명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화풍은 20세기 초반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때로 현대 추상화의 효시로 인식되기도 한다.
'앉아있는 여성'의 애초 예상가가 3천만 파운드(약 510억원)에 그친 까닭에 경매장에서는 낙찰 때 탄성이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이 작품의 주인공이 피카소의 연인이자 자주 모델이 된 페르낭드 올리비에라고 설명했다.
CNN은 피카소의 입체파 그림은 뉴욕, 런던 등지의 주요 국제 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데 이번에 중요한 작품이 경매에 나왔다고 소개했다.
앞서 피카소의 유화 '알제의 여인들'(Les Femmes d'Alger)은 작년 5월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억7천936만5천 달러(당시 1천968억1천721만원)에 낙찰돼 기존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경신한 바 있다.
이날 소더비 경매에서는 아메데오 모딜리아니(1884∼1920)가 그린 아내의 초상화 '잔 에뷔테른'도 3천850만 파운드(약 654억원)에 주인을 만났다.
이 작품도 예상 낙찰가인 2천800만 파운드(약 475억원)를 훌쩍 뛰어넘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경매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여부를 묻는 23일 국민투표에 일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했다.
딜러와 경매업체 임원들은 경제적 혼란을 부를 브렉시트 우려 때문에 작품을 경매에 내놓지 않는 위탁자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미술품은 금처럼 경제 상황에 영향을 덜 받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간주돼 위기가 예견될 때 수요자가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
소더비의 인상파, 현대작품 담당자인 헬레나 뉴먼은 "브렉시트 투표가 위탁자들을 움직이는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경매에 나오는 작품이 줄었으나 오늘 같은 낙찰 사례 덕분에 앞으로 경매 위탁자들이 시장에 대한 신뢰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런던 소더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