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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스포츠계 대법원' CAS 결정, 따르는 게 상식"

스포츠 분야에서는 분쟁이 발생하면 최종적으로 해법을 내려줄 수 있는 최상위 기관이 바로 국제 스포츠 중재 재판소, CAS인데요, 요즘처럼 이 CAS가 자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건 아마도 건국 이래 처음인 것 같습니다. 박태환 선수와 대한체육회의 분쟁 때문이죠.

금지약물 복용 선수의 이중 처벌을 명시하고 있는 현 국가대표 선발규정이 올림픽 헌장과 세계 반도핑 규약을 명백히 위반하고 있는데도, 체육회가 끝내 이를 개정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이제 박태환 선수의 리우 올림픽 출전 여부는 CAS에서 판가름날 텐데요, CAS의 판결이 국내에서 어떤 기속력을 가지는지 김형열 기자가 취재파일에 자세히 남겼습니다.

지난 2012년 영국 올림픽 위원회는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자국 스포츠계를 도핑 청정 지역으로 바꾸겠다며 강력한 자체 규정을 만들었습니다. 도핑 징계를 받은 선수는 평생 올림픽에 나갈 수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CAS가 이는 이중 처벌이라며 세계 반도핑기구 규약에 위배된다고 판결하고 규정을 고치라고 명령했습니다. 나아가 중재 재판에 든 비용도 모두 위원회에서 지불하라고 명했습니다.

그러자 세계 반도핑기구와 소송도 불사했던 장본인들인 영국의 체육부 장관과 올림픽 위원장은 즉각 이 판결을 따르겠다고 입장을 밝히고 신속하게 규정을 바꿨습니다.

그리고는 도핑 징계를 마친 선수들에게 명예 회복의 기회를 줬습니다. CAS의 권위에는 도전하지 않은 겁니다. 이보다 앞서서는 국제 올림픽 위원회, IOC도 CAS의 판결에 따라 일명 '오사카 룰'을 곧바로 폐기했습니다.

도핑 징계자는 징계가 끝난 뒤에도 차기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는 내용의 오사카 룰은 IOC의 가장 높은 의결 기관인 집행위에서 만든 규정이고 CAS는 애초부터 IOC가 창설한 기구인데도 IOC는 CAS의 판결에 토를 달거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겁니다.

이는 불만이 없거나 배짱이 없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스포츠계의 대법원으로 불리는 CAS의 권위를 존중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한체육회도 마찬가지로 최고 규약인 정관을 통해 CAS의 권위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분쟁이 발생할 경우 반드시 CAS에만 항소하고 여기서 시시비비를 가리라고 명확하게 적어 놓은 겁니다.

게다가 우리는 해외의 중재 판정이 자국 법원의 확정판결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는 국제 협약인 뉴욕 협약의 가입국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근 대한체육회에서 이를 부정하려는 듯한 얘기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한 이사가 기자회견에서 CAS의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즉 CAS가 박태환의 손을 들어주면 이에 불복하고 다른 수단을 찾아볼 수도 있다는 식의 발언을 한 겁니다.

그러나 이는 정관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대한민국의 사법 체계를 무시하는 처사일뿐더러 앞으로 만약 우리나라가 국제 대회에서 억울한 일을 당해도 어디 가서 풀어 달라고 하소연할 수 없게 만드는 매우 위험한 발상입니다. 정말로 체육회가 CAS의 판결을 수용하지 않을까 봐 가까이서 지켜보는 기자들은 우려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박인호/박태환 아버지 : 이 문제는 리우에 가서 메달을 따고 안 따고에 대한 것이 아닌 것입니다. 한 번의 실수의 약물 사건 때문에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명예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제 공은 최종 해결사인 CAS로 넘어갔습니다. 그간 체육계와 선수 양쪽 다 쉽사리 해결책을 찾지 못하며 충분히 힘겨운 시간을 보냈는데요, 시간이 촉박합니다. 더 이상은 소모적인 감정싸움을 이어가지 말고 리우 올림픽을 위해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때입니다.

▶ [취재파일] CAS 판결, 따르는 게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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