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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단독] 한 재벌 3세의 죽음…경영악화에 임금체불까지

[취재파일][단독] 한 재벌 3세의 죽음…경영악화에 임금체불까지
▲ 위 사진은 아래 기사와 무관합니다.

지난 달 초, 서울 시내의 모 소방서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한 남성이 인근 대형 빌딩 14층에서 목을 맨 채 숨져 있다는 응급 신고 전화였다. 당시 담당 소방서 관계자는 “낮 1시가 안 된 시간으로 기억하는데 119 신고가 들어왔고 일요일 낮이었기 때문에 상황이 얼핏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당시 출동했던 소방 관계자들은 “현장에서 남성이 이미 숨진 것으로 봤기 때문에 급히 병원으로 이송해야하는 지 여부를 판단해야 할 상황은 아니었다”고 기억했다. 

남성의 연령대는 40대로 추정이 되지만 누구인지 알 수도 없고 알 생각도 하지 않았다고 한 출동 구급대원은 말했다. 그리고 사망신고를 가족이 한 것 같다면서 가족도 현장에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소방관들이 개인정보 노출을 우려한데다, 더더욱 사람이 숨진 사건이기 때문에 기자들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망자의 신원에 관한 정보라고 할 지라도 일반 사건 취재를 할 때라면 큰 문제없이 알려줄 수 있는 나이, 성(姓)씨 등에 대해서도 “모른다”거나 “경찰에서 확인을 해보라”는 반응이 나왔다. 주말 낮 대형빌딩에서 목을 매 숨진 40대 남성, 이 남성은 과연 누구였을까. 왜 소방관들은 예민한 반응을 보였을까. 이런저런 의문을 가지고 사건을 확인해 보기로 했다. 

취재결과 이 남성은 국내 모 재벌기업 3세인 A씨로 확인됐다. 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이 그룹은 한때 10대 그룹에 포함되기도 했고, 우리 나라의 현대화 과정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기업이다. 오너 일가의 가족 중 한 사람은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캠프에 합류해 활동했던 인물로, 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룹 내외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A씨는 기업을 물려받을 위치에 있던 사람이었다. 그룹의 모태가 되는 회사 대표의 맏아들로서 서울의 유명한 외고를 졸업하고 미국 등에서 공부를 하고 귀국했다. A씨는 이후에도 해당 기업에서 착실히 경영수업을 쌓아왔다. 하지만 지난해 갑자기 A씨는 기업에서 물러났고, 동생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당시 A씨는 “다른 관계사를 경영하는데 힘쓰고 싶다”고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경영을 맡은 회사는 크진 않지만 장래성이 있다고 업계에서는 평가했다. A씨도 매우 애착을 가지고 경영에 임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리하게 사세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회사 재무상황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고 생산공장에 대한 가압류가 이어졌다. 결국 일부 직원들이 급여와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며 A씨를 형사고소하고 민사소송까지 제기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A씨는 이런 상황을 힘들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변 사람들은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A씨가 우울증 증세까지 보였다고 전했다. 더욱이 임금 체불건과 관련해 기소된 뒤 최근 검찰의 구형까지 이어졌다. 결국 A씨가 이런 상황에 대한 심리적, 경제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자신의 사무실에서 죽음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직원들 월급까지 주지 못해 피소를 당할 정도로 어려웠고, 사람이 죽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했다면 가족에게 한 번 손을 내밀어 보는 것은 어땠을까. 한 재계 관계자는 “가족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A씨 입장에서 그룹에서 물러난 뒤 재기를 해보려고 생각한 상태에서 그룹에 손을 벌리기 힘들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그룹측은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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