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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여성안심지킴이집 서비스'를 불편하게 느끼는 이유

열악한 편의점 알바 처우, 남성 차별 불만 정서 영향…확대시행 전 고려해야

[취재파일] '여성안심지킴이집 서비스'를 불편하게 느끼는 이유
최근 경기 불황 속에 나홀로 성장을 하는 업종이 있습니다. 바로 편의점입니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다른 유통채널 수익 증가세는 지지부진한 가운데, 편의점은 개수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현재 전국적으로 2만9천 개를 넘어섰다는 게 편의점 업계의 집계입니다.

편의점이 성장한데는 근로자들의 소득이 지지부진하면서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할 편의점 도시락과 저렴한 커피와 피자 등이 인기를 끌고 있고, 택배보관 서비스 등과 같이 한층 다양해진 기능 때문에 주변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일들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런 편의점의 역할 중 눈에 띄는 것이 또 있습니다. 바로 밤길 여성안심지킴이집 서비스입니다. 2014년 서울시와 경찰청, 한국편의점산업협회가 뜻을 모아 시작한 서비스입니다. 밤길에 여성이 어떤 무언가로부터 위협을 느꼈을 때 도움을 청할 곳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전국 골목 곳곳에 포진된 편의점 2만9천여 개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발상에서 나온 것입니다.

실제로 취재를 하면서 여러 명의 여성들을 인터뷰 했는데, 인적이 드문 어두운 곳에서는 편의점 불빛만 봐도 반갑고 안심이 된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접근성이 뛰어나고 24시간 불을 밝히고 있다는 점, 안에 사람이 있고 24시간 CCTV가 작동되고 있다는 점 등은 일단 여성들을 안심하게 하는 장소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편의점 점주나 직원이 비상벨을 누르기만 하면 바로 112 경찰로 신고되고 경찰이 출동을 하도록 했습니다. 즉 여성이 뛰어들어왔을 때 편의점 직원이나 점주가 일단 이 버튼을 누르면 외부위협에 노출되지 않고 경찰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겁니다.

과거에는 전화기를 7초 이상 내려놓았을 때 112에 연결되도록 했다면 혹시 카운터 앞에 있지 않을 때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경우를 고려해 비상벨을 무선으로 만들어서 주머니에 넣고 창고나 마대에서 물건 정리를 할 때라도 비상상황이 생기면 언제든 바로 대응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사실 저도 편의점이 이런 역할을 한다는 것을 몰랐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정보가 될 수 있겠다 싶어 취재를 했고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4년에 81건, 2015년 90건으로 여성안심지킴이집 이용사례는 점점 늘고 있다고 합니다. (2016년은 아직 집계가 안됐지만, 서울시에 따르면 더 늘었을 것으로 본다고 합니다.)

20대 초반 여학생이 편의점에 들어오면서 누가 쫓아오는 것 같다고 말해 직원이 편의점에 대피시킨 후 112에 신고하여 경찰과 함께 귀가 조치시킨 일, 밤 늦은 시간에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낯선 사람이 따라 오는 것 같다며 편의점으로 들어와 점주가 30분 가량 편의점에서 보호해주고 여성이 귀가할 때까지 안심시켜준 일,  20대 여성이 만취상태에서 편의점 앞 의자에 누워있어 지나가던 남자들이 추행하려 하자 편의점주가 무선비상벨로 경찰에 신고하여 집까지 안전하게 귀가시켜준 일, 남자친구가 계속 협박을 하고 폭행을 가하려 한다고 도움을 요청한 일, 취객이 들어와 추행하려고 한다는 여성의 요청으로 무선비상벨을 통해 경찰에 신고한 일 등 이용사례도 다양합니다.
8시 뉴스 리포트( ▶ 흉기든 남성에 피신…편의점이 여성 지킨다)에서는 수도권의 한 편의점에서 흉기를 들고 위협하는 남성을 피해 편의점으로 들어와 위기를 모면한 실제 CCTV 영상을 보여드렸는데, 이는 상당히 극단적인 사례이고 실제로 대부분은 흉기가 동원된 강력범죄보다는 위험한 순간 일단 시간을 벌고 더 큰 일이 발생하는 것을 막아주는 대피처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일단 밝은 곳, CCTV가 있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곳을 만나게 되면 통상 폭력적인 행동을 누그러뜨리게 되는 성향이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직원들이 혹시 위험에 같이 노출되는데 대한 우려는 없을까 하는 의문에 대해 편의점 측은 밤늦은 시간 혼자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이 편의점을 노린 강도를 당하는 경우가 있어서 전화를 내려놓으면 바로 경찰로 신고되는 시스템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무선비상벨을 도움을 청하는 여성 뿐 아니라 편의점 알바생 본인의 안전에 위협이 가해진다고 느낄 경우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시청자들 가운데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해 불편함을 느꼈던 분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많은 댓글의 내용이 "아르바이트생 시급은 쥐꼬리인데 이젠 여자들까지 보호해줘야 하냐", "같이 위험에 노출돼 다치면 누가 책임질거냐", "경찰은 뭐하고 편의점에 방범을 맡기냐", "남자는 안 위험하냐, 왜 여성안심지킴이만 운영하는 거냐" 등으로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습니다.

사실 일리 있는 지적입니다. 대부분 인력들을 아르바이트로 고용하는 편의점 업계의 특성상 업무 강도에 비해 보수가 높지 않습니다. 요즘엔 물건 파는 것 뿐 아니라 매대 정리하고, 재고 체크하고, 택배 물량 관리에 피자 치킨까지 데워주고, 정말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은 몸이 두개여도 모자랄 지경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여성 안심이 역할까지 자처하라니 위험부담이 더 크다고 느끼는 겁니다.

착잡해졌습니다. 날선 댓글에는 '여성 안심지킴이 서비스' 그 자체에 대한 견해보다는 대가를 적게 받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위험부담을 더 많이 안는 부당한 세태를 비판하고, 여성만이 보호대상이 돼야 한다는데 대한 부정적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었습니다. 요즘 젊은 계층에게 팽배해 있다는 정서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입니다. 불만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을 해소하지 않고는 이 서비스는 반쪽의 성과밖에 낼 수 없을 겁니다.
일단 편의점을 활용한다는 아이디어는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경찰이 할 일을 떠넘겼다고 보기보다는, 방방곡곡 골목골목 넓게 포진돼있는 편의점을 잘 활용할 수 있다면 사회적으로 순기능을 할 수 있어 긍정적입니다. 경찰은 편의점 신고를 놓치지 않고 가급적 빨리 조치를 취해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철저히 수행해야 합니다.

편의점 업계도 최근 사회적 기능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일본에선 편의점의 공익적 역할이 몇 년 전부터 이어져왔습니다. 일례로 지난 4월, 규모 7.0의 강진으로 도시 기능이 거의 마비된 일본 규슈 구마모토 현에서는 편의점이 이재민들에게 희망의 빛이 된 적이 있습니다. 

도로 유실 등으로 일본 정부가 마련한 식품 등의 구호물자가 이재민들의 손에 제때 전달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피해지역의 편의점들은 이재민들에게 필요한 식수와 주먹밥, 도시락 등 생필품을 우선 공급하며 긴급 구호활동을 펼쳤습니다.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도 고립 지역 내 편의점들이 이재민들의 긴급 구호소 역할을 했고, 지금은 이런 노하우를 바탕으로 상시 비상 대책까지 마련했을 정도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편의점들도 '재해구호물자' 세트를 상시 보관해 재난 발생 시 즉시 수송할 수 있게 했고, 지난해 메르스 사태 때는 마을 전체가 격리된 전북 순창 장덕마을에 즉석밥, 컵라면, 통조림, 휴지 등 긴급구호물품을 지원했으며, 올 초에는 폭설로 국내외 관광객 6만 여명이 고립되었던 제주공항에 응급구호세트를 즉각 수송한 일들이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편의점이 밤길 안심 지킴이 역할을 한다는 것 자체는 평가받을 만한 일입니다. 널리 확산돼 있는 인프라를 적절히 활용하면서 공익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일석이조일겁니다.

현재 전국에는 약 1천여 개 편의점이 여성안심이 집으로 도움을 주고 있는데, 각 지자체별로 앞으로 대상점포를 더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하지만 확대 시행에 앞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있습니다.
우선 아르바이트 인력에 대한 안전장치를 좀 더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스총을 보급하는 방법, 위기시 자동으로 문이 잠기도록 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 밤길에 위험한건 여성뿐만이 아닙니다. 아이들이나 노약자도 그런 상황에 직면할 수 있으니 궁극적으로는 '밤길 안심 서비스'로 바꿔가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또 지자체가 이 서비스를 일부 점포가 아니라 본격적으로 광범위하게 확대하려 한다면 편의점주에게 야간 알바비용을 일부 지원해서 새벽시간대에 2인 1조로 근무하게 하는 근무체제를 도입하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예산문제 때문에 단기적으로 달성할 순 없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검토해봄직 합니다.

편의점 여성안심이 지킴 서비스가 이벤트성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정착하려면 좀 더 실질적인 변화를 이끄는 방향으로 세부계획이 짜여야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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