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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유승민 복당은 정의로운 결정인가…유승민 복당 논란 집중 분석

친박과 비박, 절차 정의와 공공성

[취재파일] 유승민 복당은 정의로운 결정인가…유승민 복당 논란 집중 분석
"누가 유승민 복당을 반대했어? 유승민은 복당시키는 게 수순이야. 다만, 워낙 민감하니 좀 더 의견수렴해서 하자는 게 친박계 입장이었어. 그런데 비박계가 갑자기 작전을 짜서 유승민을 복당 시킨 거야. 이건 혁신비대위에 대한 사망 선고야. 왜 그럴까? 8월 9일 전당대회 때문이야. 비박계 당대표 뽑겠다는 포석 아니겠어?" (친박계 인사)

"친박계는 전당대회 이후, 차기 지도부에서 유승민 복당을 하자는 생각이었어. 친박계는 전당대회 직전 유승민 복당 카드를 내밀면서 하나의 드라마를 연출하려고 했을 거야. 그러면서 전당대회를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거지. 친박계 인사가 당 대표가 될 수 있도록. 누가 그 의도를 모를 것 같아? 유승민 복당의 핵심은 바로 전당대회야." (비박계 인사)


하지만, 이런 분석들, 별로 따져볼만한 게 못 됩니다. 유승민 복당이 어떤 계파에게 유리하든 말든, 이깟 속내는 국민이 알 바가 아닙니다. 정치인들 이해타산까지 국민이 나서 계산기 두드려줄 필요는 없습니다. 누가 옳고 그른가, 이걸 먼저 따지는 게 먼저입니다. 다시 묻습니다. 유승민 복당은 옳았는가, 혹은 정당했는가. 더 명확히, 유승민 복당은 정의로운 결정이었나.

두 가지 원칙을 소환합니다. 유승민 복당은 절차 정의에 부합했는가. 또 결과적으로 공공성에 합치될 수 있는가.

● 절차 정의 관점에서 본 유승민 복당

먼저 유승민 복당의 근거 규정을 살펴봅니다.

◆ 새누리당 당규 당원규정 5조 (제명 및 탈당자의 재입당): 무소속 후보로 선거에 출마한 경우 등 해당행위 정도가 심한 자가 입당 신청을 한 경우에 시·도당은 최고위원회의 승인을 얻어 입당을 허가할 수 있다.

◆ 새누리당 당헌 113조 (비상대책위원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최고위원회의 기능을 수행하고,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표최고위원의 지위와 권한을 가진다.


즉, 새누리당이 스스로 정한 복당에 대한 원칙은 최고위원회, 혹은 그 역할을 이임 받은 비상대책위원회가 논의해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 근거에 따라, 지난 6월 16일. 새누리당 김희옥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 11명은 이를 결정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먼저 각자 복당의 생각에 대해 의견을 나눕니다. 그리고는 과연 지금 결정하는 게 맞는지, 나중에 결정해야 하는지 의결합니다. 지금 결정하자고 원칙이 정해졌습니다. 다음으로 복당을 시켜야 하는지 표결했습니다. 무기명 투표였습니다. 일괄 복당 찬성이 과반을 넘으면서 복당이 확정됐습니다.
왼쪽 :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 / 오른쪽 : 정진석 원내대표

친박계가 따져 묻는 건 정진석 원내대표의 태도입니다. 김희옥 위원장이 표결을 미루려고 하자, 정진석 원내대표는 "결정된 사안을 번복하는 건 중대 범죄"라고 했습니다. 친박계는 이걸 '강압적 행동', 즉 무리한 표현을 동원해 위원장을 '압박'한 행동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민주주의적 절차 위반이라는 겁니다. 당헌당규를 보겠습니다.

◆ 새누리당 당규 최고위원회의규정 5조 (의안): 의안은 긴급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무총장이 일괄 정리해 대표최고위원이 상정한다.

새누리당 비대위는 이 조항대로, 권성동 사무총장이 안건 보고했고, 김희옥 위원장이 복당 안건을 상정했습니다. 일단, 문제없습니다.

◆ 새누리당 당규 최고위원회의규정 8조 (의결정족수): 최고위원회의의 의결정족수는 당헌 81조를 준용한다.

◆ 새누리당 당헌 81조 (의결정족수): 재적의원 3분의 1의 요구가 있는 특별 안건의 경우에는 재적의원 2분의 1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과반이 표결을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과반이 복당에 투표했습니다. 그러면 복당이 확정되는 겁니다. 그게 새누리당 당헌 당규입니다. 대표 최고위원, 더 정확히는 비대위원장이 안건을 상정할 권한은 있지만, 막상 상정이 되면 표결을 통해 의사결정을 합니다. 아쉽게도 김희옥 위원장이 나서 표결을 막을 권한은 없습니다. 새누리당 집단지도체제는 그렇습니다. 과거에 그런 선례가 있다면, 그건 그 선례가 잘못된 겁니다.

물론 정진석 원내대표가 '중대 범죄'라고 표현했다면, 김희옥 위원장 입장에서 불쾌할 수는 있을 겁니다. 김희옥 위원장은 정진석 원내대표를 만나 "이건 민주주의도 아니고, 애당심이나 동지애도 없었고, 신뢰와 윤리와 기강도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절차상 하자는 없습니다. 동지애나 신뢰를 말할 수는 있겠지만 민주주의까지 말하는 건 비약입니다. 두 사람이 알아서 사과하고, 알아서 풀어야 할 감정문제가 복당을 결정하는 절차 정의의 문제를 잠식할 수는 없습니다.
새누리당 혁신비대위원회
친박계는 또 소명 절차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유승민 복당을 처리하는데, 어떻게 유승민의 이야기를 듣지 않을 수 있느냐는 거죠. 다시 당헌 당규를 보겠습니다.

◆ 새누리당 당규 최고위원회의규정 6조 (출석 및 발언): 최고위원회의는 의안심사에 필요한 인사를 출석시켜 설명 또는 보고하게 할 수 있다.

◆ 새누리당 당규 당헌규정 5조 (재입당): 제명되거나 탈당한 자가 다시 입당신청을 하는 경우에는 제명 또는 탈당 당시의 소속 시·도당에 입당원서를 제출하여 심사를 받아야 한다.

설명 혹은 보고는 의무가 아니라 선택입니다. 심사 과정에서도 복당은 징계와 달리 소명 절차는 없습니다. 그게 새누리당 당헌 당규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비대위의 복당 결정은 당헌 당규를 그대로 따랐습니다. 위반한 건 없습니다. 친박계의 주장은 유승민 복당이 아닌, 당헌 당규에 대한 문제제기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친박계는 복당 결정 비판에 앞서 당헌 당규 개정부터 주장하는 게 맞습니다.

● 공공성의 관점에서 본 유승민 복당

물론 이건 정치 문제입니다. 당헌 당규 같은 문서화된 원칙을 도식화해 적용하는 게 맞느냐는 반박, 나올 수 있습니다. 국회 출입기자 사이에 이런 말도 있습니다. "헌법 위에 여야 합의 있고, 여야 합의 위에 국민 정서 있다." 법보다는 정서가 먼저라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유승민 복당은 국민 정서에 부합했나요? 좀 더 거창하게, 공공의 선호와 이익에 부합될까요? 절차 정의만큼 딱 부러지지는 않는 문제입니다. 사견이 들어갈 수밖에 없음을 전제합니다.

국민은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변화를 원했습니다. 기자 역시 새누리당의 변화를 지지합니다. 이건 개인적인 정치 성향과는 무관합니다. "진보 세력이 변화를 추동한다면 저항이 클 수밖에 없을 거다. 한국 사회에서 보수가 진보 보다 강하다. 우리에게 익숙한 운동들이 다시 동원되고 격렬한 투쟁과 갈등을 불러올 수 있지만, 그 효과는 대단히 미미할 수도 있다. 결국, 한국 사회가 실제로 변하려면 보수가 먼저 변해야 한다. 그게 효과적이고 비용이 적게 들 것이다." 지난 4월,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새누리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했던 말입니다.
새누리당은 한국 보수의 대푯값입니다. 보수가 변해야 진보가 변하고, 그래야 대한민국이 바로 섭니다. 새누리당을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든, 국민 모두는 새누리당의 정치적 행위를 평가할 권리가 있습니다. 또 새누리당은 이런 국민정서에 민첩하게 반응할 막중한 책임이 있습니다. 이게 새누리당이 추구할 공공성입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총선 패배 이후 얼마나 바뀌었을까요. 국민 정서를 읽어내고 변화를 추동할 활로를 찾지 못했습니다. 복당만 봐도 그렇습니다. 철학이 다르다며 복당을 꺼렸습니다.

정치적 의도야 달리 있었겠지요.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복당 불가의 껍데기 명분조차 구태의연했습니다. 유승민의 철학이 옳은지 그른지는 중요한 게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위반하지 않는다면, 그 철학은 어쨌거나 존중 받을 가치가 있습니다. 이를 여과 없이 받아들이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입니다. 새로운 철학의 수혈을 꺼려하면서 혁신을 이룰 수 없습니다. 권력자의 심기가 두려워 다양성을 부정한다면 그 조직은 미래가 없습니다. 이런 면에서 유승민의 복당은 공공성 차원에서 충분히 상징적인 정치적 행위입니다. 공당으로서 갖춰야 할 공공성의 충분조건은 아닐지라도 최소한의 필요조건은 될 수 있을 겁니다.

첨언입니다. 언론은 정치 갈등을 적나라하게 중계하고, 대중은 이를 양비론으로 소비합니다. 그러는 사이, 정치는 혐오의 대상이 되고 정의는 공자님 말씀으로 전락합니다. 그간 우리가 정치를 소모했던 방식입니다. 이번 복당 논란도 둘이 싸운다, 그게 전부가 돼버렸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뭐가 더 옳은 정치적 행위인지 판단할 권리와 의무가 있습니다. 유승민 복당은 한국 사회 공당의 절차 정의와 보수 공당의 공공성 문제를 압축하고 있습니다. 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세금으로 공당은 먹고 살고 있습니다. 다시 곰곰이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유승민 복당은 절차 정의에 부합했는가. 결과적으로 공공성에 합치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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