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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CAS 판결, 따르는 게 상식이다!

CAS, 박태환 분쟁의 최종 해결사

[취재파일] CAS 판결, 따르는 게 상식이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 CAS가 요즘처럼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건 건국 이후 처음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CAS를 이렇게 친숙하게 만들어 준(?) 박태환과 체육회의 분쟁이 결국 CAS에서 가려지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CAS의 중재 판결이 나왔을 때 반드시 따라야 하는지, 또 국내에서 기속력이 있는지 궁금해 하는 분들을 위해 CAS의 판결이 어떤 의미가 있고 왜 따라야 하는지 한 번 짚어봤습니다.
 
● CAS, 스포츠 분쟁 최고이자 최종 판결 기관

2012년 4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 CAS는 '도핑 징계를 받은 선수는 평생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는 영국 올림픽 위원회(BOA)의 내부 규정이 ‘세계반도핑기구’ WADA의 규약에 위배된다고 판결했습니다. 도핑 징계를 마친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을 금지한 영국의 이중처벌 규정을 고치고, 더 나가서 중재 재판에 든 비용도 모두 BOA에서 지불하라고 명령했습니다.
CAS의 판결로 올림픽에 출전한 영국 드웨인 챔버스

이 판결이 나오자, 휴 로버슨 영국 체육부 장관과 모이니한 영국 올림픽 위원장은 "CAS의 판결을 받아들이겠다."고 즉각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들은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영국 스포츠계를 도핑 청정 지역으로 바꾸겠다며 강력한 자체 규정을 만들고 WADA와 소송을 불사한 장본인들이었지만, CAS의 권위에는 도전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신속하게 규정을 바꿔 런던 올림픽 출전이 좌절될 뻔 했던 육상 단거리의 간판 챔버스 등 도핑 징계를 마친 선수들에게 명예 회복의 기회를 줬습니다.
 
이보다 6개월 앞서서는 '도핑 징계자는 징계가 끝난 뒤에도 차기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는 내용의 일명 IOC '오사카 룰'이 잘못됐다고 CAS가 판결하자, 국제올림픽 위원회 IOC가 즉각 '오사카 룰'을 폐기했습니다. ‘오사카 룰’은 2008년 IOC의 최고 의결 기관인 집행위원회에서 만든 규정이고, CAS는 각종 분쟁 해결을 위해 IOC가 창설한 기구지만, IOC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집행위원들도 CAS의 판결에 토를 달거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불만이 없어서, 판결을 무시할 배짱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바로 스포츠계의 대법원으로 불리는 최종 판결 기관 CAS의 권위를 존중하기 때문입니다.
 
● 대한체육회의 유일한 분쟁 해결 기관은? CAS!



대한체육회 역시 자체 최고 규약인 정관을 통해 CAS의 권위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체육회는 분쟁이 발생할 경우 반드시 CAS에만 항소를 하고 여기서 시시비비를 가리라고 명확하게 정관에 적어 놨습니다.
 
대한체육회 정관 제65조(분쟁의 해결)

① 체육회 내부 또는 체육회와 회원종목단체 등 사이에서 발생하는 스포츠 또는 제도와 관련된 분쟁은 체육회의 관할기구(회원종목단체와 관련된 경우 해당단체가 소속된 국제경기연맹과 긴밀한 협의와 사전조정을 거쳐야 한다) 또는 별도의 규정에 따라 체육회에 설립된 조정?중재 기구에 따라 해결되어야 한다.

② 제1항에 따른 관할기구에 의한 최종적인 결정에 대해 항소하려는 경우에는 스포츠 관련 중재규정에 따라 분쟁을 명백하게 해결할 수 있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만 항소할 수 있다. 다만, 항소는 항소 결정을 통지받은 날로부터 21일 이내에 하여야 한다.

③ 올림픽대회 또는 올림픽대회와 관련하여 발생한 분쟁은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출되어야 하고,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스포츠 관련 중재 규정에 따라 분쟁을 명백하게 해결한다.

문제는 CAS에서만 분쟁을 해결하라고 명시한 대한체육회가 CAS의 중재 판결을 따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는 겁니다.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을 불허한다’는 체육회 이사회의 최종 결정이 나온 뒤 공식 기자 회견에서 체육회의 한 이사는 “CAS의 제소 절차가 진행돼서 그 결과가 나오면 결과를 보고 대응하겠다. 우리 소명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불합리한 판결이라고 생각하면 이의 제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CAS의 판결에 불복하겠다고 직접 말한 건 아니지만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수단을 찾아 볼 수도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이는 정말로 위험한 발상입니다. 만약 체육회가 CAS의 판결을 따르지 않는다면, CAS에서만 분쟁을 해결하라고 한 체육회의 정관 자체가 의미가 없어집니다.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스포츠 관련 분쟁은 이제 어느 곳에서도 해결할 수 없고, 우리가 올림픽이나 국제 대회에서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이를 풀어 달라고 하소연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을 부정하게 되는 겁니다.

● CAS 판결 = 대법원 판결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 CAS
스포츠계에서 CAS의 권위, 체육회 정관의 자기 부정 여부를 떠나서도 CAS의 판결을 존중해야 할 이유는 또 있습니다. 그것은 CAS의 판결이 국내에서 법적인 효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외국 중재 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협약’ 일명 ‘뉴욕 협약’의 가입국입니다. 1958년에 생긴 뉴욕 협약은 간단히 말해 ‘외국 중재판정이 자국 법원의 확정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라는 내용의 국제 협약입니다. (뉴욕 협약에는 1973년 가입한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가입해 있습니다.) 이 때문에 CAS의 판결은 우리 나라에서도 기속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CAS의 판결을 따르지 않겠다는 것은 국내 대법원의 판결을 따르지 않겠다는 것과 똑같은 것입니다.
 
대한체육회가 자체 최고 규약인 정관을 부정하고, 대한민국 사법 체계를 무시하고, IOC가 인정하는 스포츠 최종 중재 기관의 판결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 겉으로는 CAS의 판결을 따르겠다고 하면서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서 사실상 판결을 무시하는 꼼수를 부릴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이번 분쟁을 상당히(?) 근접 거리에서 지켜보면서 혹시나 하는 우려가 생기는 건 사실입니다.
 
체육계와 박태환의 분쟁이 쉽게 해결책을 찾지 못하며 모두가 힘겨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또 전 세계 체육계와 언론도 이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공은 CAS로 넘어갔습니다. CAS의 판결이 나오면 아무리 불만이 있더라도 법대로 따랐으면 좋겠습니다. 더 이상은 감정싸움 같은 소모전을 펼치지 말아야 합니다. 이제는 리우 올림픽을 위해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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