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수진/사회자:
휴대전화 단말기 유통 개선에 관한 법률. 이름이 어렵죠. 줄여서 단통법이라고 부르는 법을 정부가 대폭 손볼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는 휴대전화를 살 때 통신사가 일정 금액 이상 지원할 수 없도록 상한선을 정해놨는데, 이 상한선을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겁니다. 단통법 이후에 휴대전화가 옛날보다 비싸졌다는 불만 말씀하시는 분들 많은데요. 법이 바뀌면 좀 싸질까요? 통신업계와 방송통신위원회 담당하는 SBS 임찬종 기자 연결해서 자세한 말씀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임찬종 기자.
▶ 임찬종 SBS 기자: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안녕하십니까. 임 기자. 먼저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게요. 휴대전화 값, 앞으로 싸지는 건가요?
▶ 임찬종 SBS 기자:
이게 대단히 복잡한 문제라서 제가 간단하게 싸진다, 안 싸진다 말씀드리기가 부담스럽기는 한데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제 예상으로는 기대만큼 싸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기대만큼 싸지지는 않을 것 같다. 왜 그럴까요? 지금 정부에서 단말기 보조금 상한제 폐지하겠다는 말 흘러나오는데. 보조금 늘어나면 단말기 값 저렴해지는 것 아닌가요?
▶ 임찬종 SBS 기자:
우선 정부가 휴대전화 단말기 지원금을 통신사가 사실상 마음대로 지급할 수 있도록 정책을 바꾸려고 하는 것은 맞습니다. 지금은 단통법에 따르면 단말기 지원금 상한선이 정해져 있는데, 지금은 출시 15개월이 지나지 않은 휴대전화에 대해서는 33만 원이 상한선입니다. 이 법을 바꿔서 이 지원금 상한선을 33만 원이다, 이렇게 정해놓은 것이 아니라 휴대전화 출고가까지 줄 수 있다. 이렇게 정해놓으면 사실상 규제가 없어지는 셈이죠. 예컨대 단말기 가격이 100만 원이라고 하면, 100만 원까지 지원금을 줄 수 있으니까 사실상 지원금 상한이 없어지는 겁니다. 여기까지 들으시면 상한액이 폐지되니까 지원금이 올라가겠지, 그러니까 싸지겠지란 생각이 당연히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통신사들이 지금 대부분의 경우는 지금 정해진 상한액, 그러니까 33만 원 만큼도 지원금을 소비자들에게 주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조사를 해봤더니 대부분의 가입자가 선택하는 요금제가 월 6만 원대, 혹은 그 이하 요금제인데. 이 요금제를 선택할 경우에 통신사가 상한액인 33만 원의 지원금을 주는 모델은 그 많은 모델 중에 각 통신사 별로 하나씩뿐입니다. 최신 스마트폰도 23만, 24만 원 이 정도 수준이었고요. 그래서 지원금을 지금도 상한선만큼 안 주는데 상한선 올린다고 통신사가 지원금을 확 늘릴 것인가? 저는 그럴 가능성이 매우 크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지금도 상한선을 지키지 않는다면 지금 상한액을 왜 올린다는 걸까요? 애초에 단통법을 만들 때는 통신사들이 지원금을 서로 더 준다고 경쟁할까봐 상한선을 만든 것 아닌가요?
▶ 임찬종 SBS 기자:
예. 사실 그런 보조금 경쟁이 있었습니다. 단통법이 생기기 전에. 그런데 단통법이 생기니까 오히려 상한액은커녕 그에 미치지 못하는 지원금만 왜 통신사들이 주고 있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것은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단통법의 또 다른 핵심 내용인 지원금 공시 제도 때문입니다. 말씀드리기 전에 혹시 한수진 앵커는 ‘호갱’이라는 말 아시나요?
▷ 한수진/사회자:
고객이 봉이라는 거죠.
▶ 임찬종 SBS 기자:
예. 맞습니다. 누군가 정보가 어둡거나 여러 가지 사정에 어두워 불리한 조건으로 물건을 사는 고객. 이런 것을 이른바 호갱이라고 부르는데요. 단통법을 도입할 때 이 법의 별명을 전국민 호갱 방지법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무슨 뜻이냐면 예전에는 보조금 대란이 벌어질 때는 똑같은 스마트폰을 누구는 90만 원 주고 사고, 누구는 하루 뒤에 샀는데 공짜로 사고. 이런 일들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전국 어디서나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같은 조건에 휴대전화를 사도록 만들겠다. 이게 단통법 도입 취지 중 하나였습니다. 취지는 좋았죠. 이것을 위해서 도입된 게 지원금 공시 제도인데요. 어떤 휴대전화 모델에 대해서 통신사가 지원금을 얼마를 주는지. 이것을 갑자기 정하는 게 아니라 사전에 일주일 전에 공지를 해야 되고, 그것도 홈페이지를 통해 일률적으로 공지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까지 공시지원금 제도를 설명 드렸는데. 이게 왜 통신사들의 지원금이 낮아진 것과 상한선보다 안 주는 것과 관련 있느냐. 왜냐하면 통신사 입장에서는 이 공시지원금은 누구나 똑같이 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 지원금을 올리면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똑같은 돈을 줘야 합니다. 지원금을. 그런데 예전에 한창 보조금 가지고 경쟁할 때는 딱 봐서 가입을 오래 유지할 것 같은 경우나 그 밖에 전략적으로 잡아야 될 고객 같은 경우에는 보조금을 많이 주고, 아니면 신형 스마트폰이 출시된 이후에는 보조금 많이 주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안 주고 비싼 값 다 받고. 이런 식의 영업이 가능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공시 제도가 생겨서 지원금을 미리 공시해야 하고, 또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다 줘야 하니까. 지원금을 일률적으로 많이 주기가 너무 부담스러운 겁니다. 그러니까 공시지원금 자체는 상한선보다 낮은 금액으로 유지하고 있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주변에 보면 어떤 분들은 여전히 굉장히 싼 값에 휴대전화를 사기도 하더라고요. 이것은 어떻게 된 것인가요?
▶ 임찬종 SBS 기자:
이것은 결국은 불법보조금입니다. 그런 식으로 단통법에 정해진 보조금보다 많은 보조금을 주는 판매점들이 여전히 있는데요. 이것은 이 구조를 좀 들여다봐야 합니다. 휴대전화를 판매하는 곳은 통신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 대리점하고, 통신사로부터 위탁을 받아 판매하는 위탁 판매점이 있거든요. 주변에서 우리가 많이 보는 소규모 대리점은 보통 위탁 판매점입니다. 자영업자들이죠, 일종의. 통신사가 이 판매점들의 판매 실적에 따라서 판매 장려금을 줍니다. 그런데 이 통신 시장에서는 이 장려금이 좀 이상하게 사용됩니다. 통신사가 이렇게 눈에 보이게 강요하지는 않지만, 판매점들이 이 통신사가 내려주는 장려금 중 일부 또는 대부분을 고객에게 추가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거죠. 예컨대 6만 원대 요금제로 최신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고객 한 명을 유치하면 한 명당 장려금을 30만 원을 주겠다. 그러면 판매점은 이 실적을 맞춰야 장려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경쟁을 하다보면 장려금 중 27만 원, 28만 원을 소비자에게 추가 보조금으로 주는 겁니다. 이것은 통신사 단통법에 정해진 공시 지원금이 아니죠. 그러니까 사실 불법 보조금인 것입니다. 모두에게 똑같이 줄 필요는 없는 불법 지원금인데. 통신사 입장에서는 이 판매장려금을 타이밍 맞게 수시로 잘 조정하면 예전하고 비슷하게 꼭 필요한 소비자를 잡을 때만 더 많은 보조금을 주는 것과 비슷한 형태로 영업을 할 수 있는 것이죠. 물론 예전처럼 대놓고 이런 영업을 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이런 판매 관행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통신사들이 이 판매장려금을 통해서 영업을 하는 것, 불법 아닌가요?
▶ 임찬종 SBS 기자:
네. 그런데 통신사가 대놓고 이 판매장려금을 추가보조금으로 주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판매 실적을 딱 제시하고 이 실적 맞춰서 몇 대 팔면 한 대당 얼마 줄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지. 우리가 주는 장려금을 보조금으로 활용하세요, 그래서 많이 파세요. 이렇게 이야기 하지는 않거든요. 통신사한테 물어보면 우리는 그냥 장려금 준 건데 판매점들이 보조금을 활용한 것이라고 이야기 하겠죠. 하지만 영세업자인 판매점들 입장에서는 통신사가 제시하는 실적을 못 맞추면 장려금을 아예 못 받으니까. 추가보조금을 줘서라도 고객을 유치할 수밖에 없고. 이 추가보조금은 결국 불법 영업이 되는 거죠. 물론 통신사가 이렇게 불법 지시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테지만, 통신사가 이런 구조를 모를 리는 없겠죠.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통신사는 지금 공시지원금 상한만큼 안 주고 있는데, 다만 판매점들은 통신사가 주는 판매장려금을 활용해서 암암리에 예전과 비슷하게 영업을 하고 있다. 이런 얘기군요?
▶ 임찬종 SBS 기자:
예.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통법 도입돼서 손해만 본 것 아닌가요? 지원금 상한선 올려도 지원금이 크게 올라갈 것 같지 않다면서요.
▶ 임찬종 SBS 기자:
예. 손해 봤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죠. 심지어 아까 제가 단통법 도입 취지가 전국민 호갱 방지법이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전국민 호갱법을 만든 것이 아니냐. 이런 비판도 나올 정도로 불만의 목소리가 많습니다. 하지만 단통법 도입 이후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고 있다, 이런 제도도 있거든요. 바로 요금 할인 제도입니다. 단통법의 내용에 보면 단말기 구입 지원금을 받거나. 아니면 그것을 선택하지 않으면 비슷한 수준의 이에 상응하는 수준의 요금 할인을 해주도록 돼있습니다. 지금은 20%의 요금 할인을 지원금 대신에 선택할 수가 있는데. 사람에 따라서, 경우에 따라서 다르지만 이 20% 요금 할인 혜택을 받는 것이 일시불로 지원금을 받는 경우보다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요금 할인 제도도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폐지와 상충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단통법 내용 중에 지원금 규모에 상응하는 요금 할인을 제공하도록 돼있는데. 단말기 상한제 제도가 폐지되더라도 이 지원금을 올리면 그에 맞춰서 요금 할인도 올려줘야 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통신사들 입장에서는 지원금을 함부로 올리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죠. 또 그렇다고 이 조항을 무시하고 요금 할인을 20%에 묶어놓고 지원금만 올릴 수 있다면, 예전처럼 요금 할인으로 혜택을 받던 분들은 오히려 역차별이라는 불만이 나오고 비판을 하실 겁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상황이 지원금 상한제를 폐지해도 효과가 생각만큼 크지는 않을 것 같다는 판단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임찬종 기자,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단말기 상한제 폐지도 큰 효과가 없다면 어떻게 해야 되는 건가요?
▶ 임찬종 SBS 기자:
사실 이 휴대전화 유통 구조가 워낙 부족하고, 이른바 정글이라고 부를 정도로 이해관계자가 많아서 제가 이 자리에서 간단하게 정답을 제시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예 단통법을 없애고 자유 경쟁을 용인하라는 분부터, 오히려 정말 세세한 부분까지 다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분도 있고 천차만별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의 판매 장려금 제도로 대표되는 단말기 유통 구조를 손을 대지 않고서는 어떤 정책을 도입하더라도 소비자들에게 큰 이득이 가는 개선 효과를 보이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개선의 방향은 결과적으로는 소비자들이 이익을 보는 쪽으로 개선을 해야 정책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단통법도 결국에는 불만이 통신사들은 영업이익이 엄청 늘었는데, 소비자들은 계속 피해를 보고 있다. 이런 것 때문에 불만이 생기는 것이니까요. 앞으로도 그런 방향의 정책이 필요할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임찬종 SBS 기자:
예. 감사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SBS 임찬종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