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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은퇴는 없다"…노인 빈곤 '꼴찌'의 자화상

[리포트+] "은퇴는 없다"…노인 빈곤 '꼴찌'의 자화상
요즘 나이 지긋한 분들이 양손에 짐을 들고 지하철을 이용해 오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따로 사는 자녀들을 위해, 혹은 귀여운 손주들에게 주기 위해 선물을 사들고 가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노인들이 '택배'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겁니다. 이처럼 직장에서 은퇴를 해도 노후 생활을 위해 생활 전선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실제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용률은 31.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아이슬란드에 이어 두번째로 높습니다. OECD 평균 13.4%의 2배가 넘습니다.

특히 75세 이상 고용률은 19.2%로 비교 가능한 국가 중 가장 높습니다. OECD 평균은 4.8%로 우리나라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노후 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고령층이 나이가 들어도 은퇴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린 겁니다. 일자리의 질도 높지 않습니다. 전문성을 살리는 경우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경비 업무를 포함해 박봉에 시달리는 임시직이 대부분입니다.
이러다보니 노인 빈곤율도 1위입니다. 
(노인빈곤율: 65살 이상 노인가구 중에서 소득이 중위소득의 50%에 미치지 못하는 가구의 비율)

2015년 기준 49.6%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습니다. (OECD 평균은 12.4%)

2007년부터 2011년 사이 전세계적으로 노인빈곤율은 줄었지만 우리나라는 예외였습니다. 이렇게 노인빈곤율 수치가 계속 높아지자 정부가 대책을 내놨습니다. 

그런데 내놓은 대책이 가관입니다. 노인빈곤율을 낮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통계기준을 바꿔 수치를 낮춰보겠다는 겁니다. 기준이 잘못됐다는 게 정부의 인식인데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국회에 노인빈곤율이 현실과 괴리됐다는 보고를 하기도 했습니다.

빈곤율 통계를 낼 때 기준이 되는 소득은 국민연금과 개인연금, 근로소득이 포함되는데 정부의 주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집을 보유한 노인들이 많아 연금과 같은 현금 소득을 기준으로 빈곤율을 통계를 잡으면 실제보다 높게 나온다는 논리입니다. 결국 소득뿐만 아니라 주택 등 자산이 포함된 지표를 개발하겠다는 게 정부의 의도입니다.

그런데 얘기치 못한 결과가 정부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정부가 산하 기관에 관련 연구 용역을 맡긴 결과 주택을 지표에 포함시키더라도 빈곤율이 별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결과를 받은 겁니다. 특히 우리나라 노인의 부동산 보유율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더 높지 않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노인빈곤율을 조사한 OECD는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이 높은 것에 대해 연금 제도가 아직 미성숙하기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노후 소득에서 공적연금의 비중이 OECD 국가 평균은 58.6%에 이르지만 우리나라는 16.3% 불과합니다. 연금 제도가 정착되지 않다보니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이 포괄적으로 노후소득보장의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겁니다.

결국, 자녀들에게 의존하는 노인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마저도 눈치 보여 일자리라도 알아보는 노인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일거리마저 최저소득을 밑도는 게 현실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에 필요한 건 통계기준을 바꿔 수치를 낮추는 게 아닙니다. 나이가 들어도 빈곤 때문에 일해야 하는 노인들, 정부는 그들의 고단한 삶을 바꿀 수 있도록 본질적인 해결책을 고민해야 합니다.

*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국회 공적연금 강화 특위의 요청이 있어 노인빈곤에 대한 종합적 검토를 위해 연구용역을 추진했으며 이는 노인 빈곤의 실태 및 한국적 특수성을 보다 정확하게 진단하여 정책 추진에 활용하기 위한 취지로, 통계기준을 바꿔 노인빈곤율을 낮추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복지부는 또, 지난해 연구용역을 담당한 기관의 의견은 "지금까지의 서술은 논리적 추정이고 자산을 포함하여 빈곤율을 계산해볼 필요성이 있다"고 제시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기획·구성 : 김수영 기자
그래픽 : 안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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