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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심야교습에 '중립' 입장 대표 학부모, 알고보니 학원 관계자?

남편이 학원 운영, 그래도 재학생 학부모?

[취재파일] 심야교습에 '중립' 입장 대표 학부모, 알고보니 학원 관계자?
● 학원 심야 수업시간 연장 조례 수정 논란
 
서울시 교육청 앞이 연일 시끄럽다. 농성과 집회가 반복되고 있는데, 특히 학원의 심야 수업시간 연장을 놓고 기자회견이 계속 되고 있다. 

서울시의회 박호근 의원은 서울시내 학원의 심양영업시간을 연장하는 조례를 개정하려 하고 있다. 현행 서울특별시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학교교과 교습학원과 교습소의 교습시간은 05:00부터 22:00 까지 되어있다. 이 시간을 초등학생은 밤 9시, 중학생은 밤 10시, 고등학생은 밤 11시까지 할 수 있도록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5월 26일 이 조례 개정안을 발의하기 위해 서울시의회에서는 토론회가 열렸다. 왜 학원수업시간을 조정해야하는지 박호근 의원이 발제를 하고, 찬반 입장을 주장하는 측이 나와 토론을 벌였다.

토론회는 시작부터 열기가 뜨거웠다. 밤 10시가 넘어서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학원업계 관계자들과, 지금도 충분히 늦은 시간까지 수업이 이뤄지고 있어서 더 이상 연장은 안된다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 토론회에 ‘중립’ 입장은 없었다
 
토론회에는 발제자를 포함해 총 7명이 참여했는데, 토론이 마무리 될 때쯤 심야 영업시간 연장을 반대하는 입장에서 불만을 제기했다. 토론회에 참석자의 찬·반 비율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토론은 학원 수업시간 연장을 찬성하는 시민단체 대표 1명, 반대하는 시민단체 대표 1명, 재학생 학부모와 대학교 재학생 대표 각 1명, 보습교육협의회 회장 1명, 교육청 평생교육과 학원정책팀장 1명으로 이뤄졌다.

구성만 본다면 찬·반 비율이 맞는 것 같지만, ‘중립’ 입장으로 토론회에 참석한 재학생과 학부모 측이 문제의 발단이 됐다. 대학교 재학생과 재학생 학부모 대표의 발언이 모두 학원 수업시간 연장을 찬성하는 기조였기 때문이다.
 
재학생 학부모는 토론에서 “동네 지인들의 말을 들어보니, 학원에서 수업을 할 수가 없어서 카페나 패스트 푸드점에 모여서 보충 수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부부가 모두 야근으로 늦을 때는 그래도 아이가 학원에 있으면 마음이 놓인다”며 학원 수업 시간 연장에 적극 찬성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재학생 학부모 발언이 끝났을 때, 뭔가 석연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 학원업계에서 학원 심야수업시간 연장을 찬성하는 논리와 너무 비슷했기 때문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재학생 학부모의 이름을 검색해 보았다. 검색 결과는 놀라웠다.
 
● 가족이 학원 운영하는데 재학생 학부모 대표?
 
재학생 학부모 이름으로 검색을 해보니, 서울에 있는 한 학원에서 선생님을 구하는 채용공고들이 검색됐다. 한 건이 아니었다. 피아노 선생님과 초등학교 수학선생님 채용공고도 검색됐다. 처음에는 ‘설마 아닐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원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 중립 입장을 대표하는 재학생 학부모 대표로 나와 토론에 참석하는 건 토론회 참석자 전부를 우롱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채용공고에 나와 있는 연락처로 전화를 해봤다. “00학원에 소00 선생님이신가요?”라는 질문에 누구냐는 반문이 돌아왔다. SBS 기자라고 밝힌 뒤, 지난 토론회에 재학생 학부모 대표로 참석하셔서 전화 드렸다고 했더니 잠깐의 침묵과 함께 “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학원 강사 채용정보를 올리는 업계 관계자이신 것 같다고 했더니, 처음에는 개인이 채용정보를 올리지 않았다고 부정했다. 담당자에 ‘소00’가 써있고, 거기 적힌 연락처로 전화 드린 것임을 밝힌 뒤에야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만약에 있다면 남편 학원 일을 도운 것일 뿐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가끔씩 나와서 학원 일을 돕지만 실무자는 아니고, 남편의 일에 가족 생계가 걸려 있으니 부탁하면 채용공고를 올려주는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학부모 재학생 대표로 토론회에 참석하는 것이 공정한 처사는 아닌 것 같다"고 하자, 자녀가 고등학교 2학년, 대학교 2학년이면 학부모가 맞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대표로 일 하는 게 아니니 아무런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주장도 반복했다.
 
마지막으로 "어떻게 이 토론회에 참석하게 됐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본인이 "왜 그런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답하지 않았다.
 
얼핏 들어보면 다 맞는 말인 것 같다. 남편이 학원을 운영하는데 그 일을 도와준다고 해서 재학생 학부모가 아닌 건 아니다. 하지만, 가족의 생계가 달려 있다는 사안에 대해 객관적인 입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적어도 가족이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토론회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지 않았을까.

이 토론회를 준비했던 서울시의회에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물어봤지만, 역시나 알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취재가 들어가자 부랴부랴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지난달 열렸던 학원 심야 교습시간 연장 관련 토론회가 정말 공정했는지 의심이 가는 것은 물론, 심야 수업 연장을 미리 결정해 놓고 토론회를 요식행위로 연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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