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 차례 동일한 응답을 했다. 급한 일 마치고 시간 날 때 통화 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남겨도 전화벨은 침묵했다. 어렵게 연결이 된 B씨는 "답변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런 저런 여러 가지를 들어 이야기를 해도 답은 정해져 있었다. 그렇게 벽 쳐다보고 이야기하다 전화를 끊게 만드는 게 '답정남'의 또 다른 대응법이다.
포털과 SNS 공간도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환경부의 대응은 언론보도에 대한 설명 자료가 전부였다.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거나 확정되지 않았다는 짧은 문구였다. 왜 그런지에 대한 보충설명은 자료에도 없고, 정책 담당자들의 입에도 없었다.
또 5월 들어 미세먼지 상황이 좋지 않은 날이 이어지자 이미 지핀 여론의 불길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경유 값 인상', '경유차 대신 경유에 환경 분담금 부과', '고등어 미세먼지 논란' 등 일파만파로 번져갔다. 입을 다물면 다물수록 기사는 종잡을 수 없게 튀었고, 환경부 간부들의 입 봉쇄령은 더 강화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심각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환경부를 비롯해 관련부처들은 당초 5월 말 발표를 목표로 준비했지만 결국 기한을 넘겨 지난 3일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대통령이 귀국하기 이틀 전이다. 박 대통령은 해외 출장중 미세먼지 대책을 보고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초 귀국 후 보고절차를 거쳐 발표될 것이란 예상을 깨버렸다.
그 만큼 미세먼지 논란이 분분해 더 이상 여론을 방관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점과 대통령이 귀국하기 전에 미세먼지 문제를 일단락 짓고 가자는 정무적 판단이 얽혀 발표시점이 앞당겨지지 않았나 미루어 짐작만 할 뿐이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서울의 미세먼지(PM10)농도는 미국 LA보다 1.5배 높고, 프랑스 파리에 2.1배 그리고 영국 런던보다 2.3배 높았다. 선진국에 비해 미세먼지 상황이 그만큼 심각한데 10년 내 따라잡겠다는 정책 수단의 날은 무뎌보였다.
참고로 올해 전기 차 보급예정 규모가 8천 대다. 전기 차 구입의 걸림돌은 휘발유나 경유차에 비해 비싼 점과 짧은 주행거리와 충전시설 미비 같은 기술적, 환경적 요인들이 복합 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국내 전기 차 기술은 선진국에 비해 한 참 뒤처져있는데 불과 3-4년 안에 기술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또 연간 48만 대 규모의 친환경차 보급을 지원할 예산은 확보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또 수도권 대기오염 총량제 대상 사업장을 3종까지 확대하겠다는 정책도 벌써 5월 20일부터 수도권 130개 사업장에서 시행중인 것을 발표했을 뿐이다. 게다가 석탄화력발전소의 미세먼지 저감 대책도 효과를 기대하기엔 역부족이다.
노후발전소 10기를 장기적으로 폐쇄하겠다는 것은 미세먼지와 무관하게 거론돼온 정책이고, 충남 보령과 서천 화력발전소내 폐쇄대상 4기의 노후발전소만 해도 1983년에 준공된 것이어서 사용연한 40년 기준을 적용할 경우 앞으로도 7년 뒤에나 폐쇄가 가능한 일이다.
또 석탄 발전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질소산화물은 초미세먼지 발생원인중 하나지만 배출부과금제에서 빠져있어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게다가 발전소와 자율감축협정을 통해 저감목표를 높이겠다고 했지만 지금도 발전소들은 배출부과금제를 상습적으로 어긴 채 오염물질을 내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부는 미세먼지 대책을 마련하면서 여론에 귀를 열었다고 했지만 결과는 영 딴판이었다. 취재기자들과 소통도 거부한 채 철통 보안 속에 만들다보니 이런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아무리 좋은 처방이라도 환자의 마음을 얻어야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듯이 정책의 성패는 국민과의 공감에 달려있다. 불편부당하게 핵심을 찌르고 지속가능한 정책이란 믿음을 주는 게 최선의 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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