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생리휴가, 쉬기 위한 꼼수라고요?"…여성 직장인에겐 '그림의 떡'

최근 전남 순천시의 한 청소용역 업체가 생리휴가를 신청한 여성 직원 두 명에게 폐경 유무를 증명하라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이유는 임신·폐경의 여성 근로자는 생리현상을 겪지 않으므로 생리휴가를 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두 여성 직원의 나이가 각각 52세, 60세인 점을 고려했을 때 생리현상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노조 측은 여성 노동자에게 폐경인지 아닌지를 증명하라는 요구는 인권유린이라고 맞서며 노사 갈등이 커지고 있는 양상입니다.

● 법으로 보장된 권리인데도…

'생리휴가'는 한 달에 한 번 생리를 겪는 여성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생리 기간 무리한 근로 탓에 여성 근로자가 건강을 해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죠. 근로기준법 73조에 보장 의무가 명시돼 있습니다. 이는 근로시간, 직종, 개근 여부와 상관없이 임시직 근로자나 시간제 근로자를 포함한 모든 여성 근로자에게 주어지는 휴가입니다. 무급으로 부여해도 무방하나, 노사간 단체협약에 따라서는 유급인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생리현상’이 있는 여성에게만 해당합니다. 임신이나 폐경 등으로 생리현상이 사라진 경우, 여성 노동자에게 생리휴가를 부여하지 않아도 위법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렇게 법으로 명시된 휴가를 사용하는 부분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일부 남성들이 있습니다. 여성들이 생리휴가를 취지에 맞게 사용하는가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겁니다.

● 마음 놓고 쓰지도 못하는 현실

그렇다면 현실은 어떨까요? 그들의 우려처럼 생리휴가를 빌미로 꼼수를 부리는 여성들이 많을까요? 실상은 대부분의 여성 근로자들이 직장 내 생리휴가 제도가 없거나, 있어도 거의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한 제약회사가 20~39세 여성 직장인 500명을 대상으로 생리휴가의 현실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생리 때문에 직장생활에 영향을 받는다고 응답했습니다. 
그러나 법으로 보장된 생리휴가가 실제 여성 직장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응답자 대부분이 생리 때문에 직장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지만, 생리휴가 사용에는 부담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죠. 생리휴가를 마음 놓고 쓸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 생리휴가에도 사회적 관심을

최근 SNS를 중심으로 비싼 생리대를 감당 못해 휴지나 수건 심지어 신발 깔창을 대신 사용했다는 저소득층 소녀들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비싼 생리대 값에 대한 논란이 연일 이슈화 됐습니다. 이에 대해, 생리대 가격 인상 계획을 밝혔던 업계 1위 유한킴벌리는 뒤늦게 중저가 제품 출시 계획을 밝혔고, 다른 제조업체들도 생리대 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생리를 겪으면서도 말 못하는 여성들은 이 소녀들뿐만이 아닙니다. 남의 눈치를 보느라 마땅한 권리인 생리휴가를 못 쓰는 여성들도 많습니다. 여성을 배려한다는 취지의 ‘생리휴가’. 법 조문으로만 존재할 뿐 이대로 유명무실해지는 건 아닐까요? 마음 편히 ‘생리휴가’ 쓸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한 때입니다.
    
기획·구성 : 임태우 기자·김미화 작가/ 디자인 : 김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