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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지자체장 '부인' 말고 '남편'은요?

행자부, 단체장 '부인 사적 행위 제한' 명시한 준수사항 제시

[취재파일] 지자체장 '부인' 말고 '남편'은요?
행정자치부(행자부)가 오늘(8일) 발표한 자료가 화제다. 제목은 <지방자치 단체장 부인 '이것'만은 지켜주세요. - 단체장 부인의 사적 행위에 대한 지자체 준수사항>이다.

앞으로 지방자치단체장 본인 뿐 아니라 단체장의 부인들에 대해서도 사적 행위를 제한하겠다는 내용이다. 최근 일부 단체장의 부인들이 구설수에 올랐던데 따른 조치다. 행자부는 그간 단체장 부인들이 사적인 목적으로 위법, 부당한 업무 연관 행위를 지속한 것을 제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단체장 부인의 인사 개입, 사적 해외출장시 경비지원 금지, 관용차량 사적 이용 금지, 사적 활동 공무원 수행 및 의전 지원 금지 등' 7개의 사례를 제시하고, 준수 원칙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 단체장의 부부동반 해외 출장시 공적 목적 외 경비지급 금지 ▲ 단체장 부인의 사적인 공용차량 이용 금지 ▲ 사적인 활동에 공무원을 수행하는 의전활동 금지 ▲ 간부 공무원 부인 등을 동행하는 행위 금지 등이다. 이런 행위와 관련해 언론 등에 나왔던 사례들도 적시됐다.

● 지자체장 부인 사적 행위 사례

사례1
「공금으로 부인 '외유'시킨 ○○○시장」○○시장 부부는 시 예산으로 스페인 빌바오시, 이탈리아 로마 등 출장 논란, 시장 부인의 왕복 비즈니스 항공권 비용(858만원) 전액 부담, ○○시 공무원들로만 구성된 공무국외여행 '심의위원회'의 객관성 저하 지적, 공무출장에 부인이 동행하는 것이 적정한 지 여부에 논란이 있음. (2016.5.2.)

「○○시장, 출장 동행한 부인 항공료 반납」두 차례 국외출장을 부인과 동행하며 부인 항공료를 시 예산으로 사용했다가 비판을 받자 2일 부인 항공료로 지원받은 돈을 ○○시에 반납했다. (2016.5.3.)

사례2
「공무원을 비서 부리듯.....시장 부인 '갑질'논란」○○시 시장부인이 민선6기 들어 1년 5개월 동안 출장 중인 여성 공무원의 차량을 이용해 사적인 행사에 참석하고 의전을 맡겨 논란이 일고 있다. 지방 공무원이 시장 부인의 개인적인 업무를 지원해야 한다는 법적인 근거가 없어 시장 부인이 그 동안 규정에 없는 '갑질'을 해왔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2016.2.22.)

이번 조치의 기획의도도 좋고 내용도 좋고 다 좋지만, 문제는 따로 있다. '단체장 부인의 사적행위에 대한 지자체 준수사항'? 단체장의 부인이라니, 우리나라 자치단체장은 모두 남성인가?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 (여성)
박춘희 서울 송파구청장 (여성)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 (여성)
김수영 서울 양천구청장 (여성)
송숙희 부산 사상구청장 (여성)
김은숙 부산 중구청장 (여성)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 (여성)
홍미영 인천 부평구청장 (여성)
신계용 경기 과천시장 (여성)

실제 2014 전국 동시 지방선거에서 전체(225명)의 4%에 불과하지만 9명의 여성이 기초단체장에 선출됐고, 현재도 임기 중이다. 지난 2010년 제5회 6·2 지방선거에서 여성 6명이 당선된 것에 비해 3명이 더 늘어난 수치다. 1995년 1회 지방선거에서 1명, 1998년 2회 0명, 2002년 3회 2명, 2006년 4회 3명, 2010년 5회 6명에서 6회 9명까지. 여성 자치단체장의 수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지금껏 문제가 됐던 사례의 당사자들이 부인들이라고 해서 지침의 제목 자체를 '부인의 사적 행위‘라고 명시하는 게 옳은 일일까? 앞으로 남편들이라고 예외가 될 수 있을까? 장관 명으로 각 지자체에 통보된 사항이라는데, 이런 부적절한 개념 설정, 어휘 선택에 불편함을 느끼는 건 나뿐이었던 걸까? 지금에라도 지방자치단체장의 '부인'이라는 명칭 대신 '배우자'라고 바꾸는 건 어려운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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