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그만큼 현 미세먼지 오염 상황이 심상치 않기 때문인데요, 미세먼지는 모두 알고 있듯이 국민들의 건강을 크게 위협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연 생태계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와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는 멀리 적도 태평양의 바닷속 생태계마저 위험에 빠뜨리는 것으로 최근 확인됐습니다. 안영인 기자의 취재파일 보시죠.
지난 수십 년 동안 적도 태평양 바닷물에 녹아 있는 산소의 양, 즉 용존 산소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수온의 상승 폭보다 용존 산소량은 더 가파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뜻입니다. 이에 과학자들은 중국의 스모그와 한국의 미세먼지를 지목했습니다.
미국 조지아공대 연구팀이 처음으로 그 상관관계를 밝혀냈는데요, 일단, 동아시아에서 생긴 대기오염 물질들이 서풍을 타고 동쪽 태평양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먼지의 입자가 작으면 작을수록 더 멀리까지 날아간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바람에 날아온 미세먼지는 해류를 타고 1만 km 이상 떨어진 적도 태평양까지 흘러가 용존산소량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미세먼지가 일본 동쪽 해상에 떨어지면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북상하고, 거기서부터는 북태평양 해류를 만나 북미 연안까지 옮겨간 뒤 다시 수면 아래 수십에서 수백 m 사이를 흐르는 적도 잠류에 실려 적도 태평양 전 지역으로 퍼진다는 겁니다.
중요한 건 이 먼지에 들어 있는 철과 질소 성분입니다. 둘 다 생물체를 더 잘 자라게 만드는 원소로 식물성플랑크톤이 대량 증식할 수 있는 여건을 형성해주기 때문입니다.
이때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에 있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증가하면 먹이사슬의 상위에 있는 생물들이 늘어나 좋은 것 아니냐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과도한 플랑크톤의 공급은 오히려 깊은 바닷속 동물의 생존을 어렵게 만듭니다.
식물성 플랑크톤이 늘어날수록 광합성을 많이 해서 대기 중으로 내뿜는 산소가 늘어날 뿐 아니라, 광합성으로 만들어진 유기물이 결국은 바다 아래로 가라앉아 바닥에 있던 박테리아가 이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산소를 소비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라지는 심해의 산소는 다시 채워넣기가 쉽지 않아서 산소 호흡을 통해 살아가는 바다 동물들의 서식지가 황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마디로 기후변화가 바다의 용존산소량을 감소시키고 미세먼지는 이런 작용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미세먼지 오염이 심해질수록 태평양의 산소 고갈 해역은 넓어지겠죠. 사람은 당장 마스크라도 쓰면 되지만, 바다는 마스크도 없습니다. 더 적극적인 미세먼지 개선이 필요합니다.
▶ [취재파일] 미세먼지, 죽음의 바다 부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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