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좋음(0~30㎍/㎥)' 수준이 된 것은 지난 5월 12일(29㎍/㎥) 이후 25일 만이다. 6월 7일 역시 서울의 하루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42㎍/㎥으로 좋음 기준은 넘어섰지만 연평균보다 낮은 상태였다.
6월 들어 미세먼지 농도가 뚝 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는 지난 3일 미세먼지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미세먼지가 정부 발표를 듣기라도 한 것일까? 아니면 6월 들어 미세먼지를 많이 내뿜는 자동차가 멈춰 서고 공장이 가동을 중단이라도 한 것일까? 우스갯소리로 삼겹살과 고등어구이를 먹지 않아 공기가 깨끗해졌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미세먼지가 정부 발표를 들었을 리도 없고 자동차나 공장이 멈춘 것도 아니다. 지난 주말 집에서 혹은 밖에서 고등어나 삼겹살을 구워먹은 사람도 많을 것이다.
특별히 달라진 것도 없는데 공기가 깨끗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5월 하순 한반도 주변의 기압배치와 현재의 기압배치, 특히 바람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5월 하순에는 한반도 주변에 고기압이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다. 한반도 상공의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계속해서 머문 것이다. 미세먼지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계속 쌓인데다, 서해상에 머물던 고기압으로 인해 중국에서 우리나라 방향으로 서풍계열의 바람이 불면서 계속해서 중국의 미세먼지를 한반도로 끌어들였다.
6월 초순의 기압배치는 5월 하순과는 다르다. 6월 초순 우리나라는 크게 보면 한반도 동쪽에 있는 고기압의 영향을 받았다. 바람이 중국에서 한반도로 불어오는 서풍이나 북서풍이 아니라 동해에서 한반도로 불어오는 동풍이나 동남쪽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5월 하순과 달리 대기의 흐름도 원활해졌다. 서해상에 자그마한 고기압이 발달하기도 했지만 중국발 미세먼지를 많이 끌어오지는 못했다.
보통 장마가 시작되기 전인 6월 초순이나 중순에는 한반도 동쪽에 커다란 오호츠크 해 고기압이 발달하면서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로 날아오는 것을 막아주는 경향이 있다.
장마가 시작되면 비가 자주 내리면서 쌓인 먼지를 씻어내기도 하지만 바람 방향도 또 한 번 크게 바뀐다. 장마전선이 북상하듯이 바람도 주로 한반도 남쪽(남풍)이나 남서쪽(남서풍)에서 불어온다. 남풍이나 남서풍이 불어올 때와 서풍이나 북서풍이 불어올 때는 미세먼지 측면에서 상황이 전혀 다르다.
북서풍이나 서풍이 불어올 때는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북동부 지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와 내몽골과 고비 사막 등 황사 발원지에서 발생한 황사가 한반도로 들어오기 좋은 상태가 된다. 반면에 남풍이나 남서풍은 상대적으로 오염이 덜한 중국 남쪽이나 태평양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다. 당연히 미세먼지가 적게 들어오는 것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1년을 평균해서 볼 때 평상시 미세먼지의 30~50%,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할 때는 60~80%의 미세먼지가 중국을 비롯한 국외에서 날아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바람이 서풍이나 북서풍이 아닌 남풍이나 남서풍으로 바뀐다는 것은 국외, 특히 중국에서 한반도로 날아오는 미세먼지가 크게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미세먼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의 영향이 크게 줄어드는 것이다.
여름철이라고 일시적으로 서풍이나 북서풍이 불어오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전반적인 기상상황을 고려할 때 여름철에는 남풍과 남서풍이 우세하다. 여름철 공기가 겨울철이나 봄철 공기보다 상대적으로 깨끗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로 월평균 미세먼지 농도를 보면 바람 방향이 바뀌는 6월부터 미세먼지 농도가 크게 떨어진다. 서울지역의 최근 5년(2011~2015) 평균 자료를 보면 겨울철과 봄철에 50㎍/㎥을 크게 웃돌던 미세먼지 농도는 6월에는 39㎍/㎥까지 떨어진다.
7월과 8월, 9일까지는 미세먼지 농도가 30㎍/㎥ 안팎에 머물다가 10월부터 다시 높아진다. 10월 하순경부터는 중국 북동지역에서 난방이 시작되고, 바람 또한 남풍이나 남서풍이 아니라 서풍이나 북서풍 계열로 바뀌면서 중국발 미세먼지가 다시 한반도로 날아오는 것이다(아래 그림 참조, 자료:국립환경과학원).


지금부터 계절적으로 다시 북서풍이나 서풍이 불어오는 10월 중순 정도까지는 한반도 미세먼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국외 미세먼지가 줄어드는 만큼 고농도 미세먼지 걱정은 당분간 좀 내려놓아도 된다는 뜻이다. 미세먼지는 늘 있겠지만 농도가 높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물론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은 시기라고 해서 국내에서 얼마든지 미세먼지를 배출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한반도 상공에서 대기가 오래 정체하고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계속해서 쌓일 경우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늦가을부터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언제든 다시 나타날 수 있다. 국내에서 줄일 수 있는 미세먼지를 충분히 줄여야 중국발 미세먼지가 넘어오더라도 고농도 미세먼지를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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