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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피부색을 바꾸려고 세탁기 안에 넣었다고?!"…2016년 최악의 TV광고

[취재파일] "피부색을 바꾸려고 세탁기 안에 넣었다고?!"…2016년 최악의 TV광고
지난달 27일 SBS 8시 뉴스에 방송된 아이템 가운데 ▶ 세탁기에 흑인 밀어넣자…中 인종차별 광고 논란을 보셨습니까? 어떻게 보셨나요?

중국의 한 세제업체가 흑인을 등장시켜 만든 TV 광고였습니다. 중국 여성이 흑인 남성 입에 세제를 넣고 이 남성을 세탁기 안에 밀어 넣는 내용이었습니다. 잠시 뒤 세탁기 뚜껑을 열자 흑인은 온데간데없고 깔끔한 흰 셔츠를 입은 젊은 중국인 남성이 나타났었죠. 이 광고는 중국 내 TV와 극장에서 지난 4월부터 방송됐습니다.

세탁기에 옷을 넣고 빨래를 하는 것은 옷에 묻은 흙, 먼지, 세균 등을 제거하기 위해서인데, 흑인을 이런 것에 비유했다며 광고를 강하게 비난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었습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아프리카 흑인들의 비난의 목소리가 인터넷에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이 세제 광고를 비난하는 유튜브 영상이 끊이지 않고 올라오고 있고 조회수가 10만을 넘은 것만도 한두 개가 아닙니다. 급기야 중국 정부까지 진화에 나섰습니다.
사실 이 광고는 중국 내에서 지난 4월 방송됐을 때에는 큰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사실 이 세제는 중국에서 그다지 인기가 좋은 상품도 아닙니다. 그런데 이 광고가 방송되고 일부 네티즌들이 이 영상을 SNS를 통해 퍼나르기 시작하면서 세계인의 관심을 받게 됐습니다.

광고에 대해 영국 BBC와 미국 CNN은 최악의 인종차별적 광고라고 평가했습니다. 한 네티즌은 “광고 내용을 믿을 수 없다. 2016년 최악의 광고다”라고 트위터에 글을 남겼습니다.

CCTV 보도에 따르면 중국 시민들도 광고를 보고 충격을 받았고, "만일 중국인을 세탁기에 넣고 잠시 뒤 백인이 나오는 광고를 만들었다면 중국에서 난리가 났을 것이다"라며 정말 부끄러운 광고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중국에서 인종차별은 흔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 미국에 있는 흑인들이 이 광고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이들의 반응을 보여주는 영상도 유튜브에 올라와 있습니다. 한결같이 "What the ****?!" 또는 "This is racist!" 다들 충격적이라며 화를 감추지 못했습니다. 소재를 잘못 선택했고, 이런 광고를 미국에서 제작했다면 큰일이 생겼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백인들은 어떻게 느꼈을까요? 절반 이상이 왜 이런 광고를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인종차별적인 광고라고 강조했습니다. 흑인은 더럽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아서 불쾌하다는 백인 여성도 있었습니다. 그냥 웃고 가는 백인도 있었습니다. 미국에 거주하는 아시아인들의 반응은 놀라웠습니다. 인터뷰에 응한 한 아시아 여성은 광고가 재미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제가 될 것 같지 않다는 표정이었습니다.

중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흑인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이들의 반응을 보여주는 영상도 확인해보았습니다. 놀랍게도 미국에서 살고 있는 흑인들과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 남성은 중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고라며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에서 영어를 지도한다는 미국 국적의 흑인 여성은 자신을 고릴라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말하는 학생도 있었다며 화를 참기 힘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학생이 어린 아이도 아니었고 21살의 성인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의 현실이 이런 상황인 만큼 세제 광고를 보고 그다지 충격을 받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세제 광고를 본 또 다른 여성은 어떻게 사람을 세탁기 속에 넣었는지 흑인 남성이 고통 받았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인종차별이라기 보다는 사람을 학대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짧은 영상을 보고 많은 사람이 서로 다른 느낌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번 세제 광고가 인종차별적이라고 확정적인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사람에 따라 느낌이 크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미국에 사는 흑인들에게는 유쾌하지 않은 내용의 광고인 것은 확실합니다.

현재 중국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은 60만 명이 넘는다는 조사가 있습니다. 이 가운데 흑인은 그다지 많지 않다고 하는데요. 중국인들이 흑인과의 접촉이 많지 않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생긴 일이라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국내외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자, 세제 제조 업체는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TV 광고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사과문 발표 이후에도 이 회사를 비난하는 글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중국의 시사평론가인 빅터 가오씨는 이 업체의 사과문은 충분하지 않다며, 증오에 따른 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뉴스를 준비하면서 이 광고를 수십 번 반복하면서 봤습니다. 방송 기자들은 뉴스를 준비하면서 흔히 이렇게 합니다. 제 주위에 있던 동료들은 광고를 보고 인종차별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며 그냥 웃고 넘어갔습니다. 저는 약간 걱정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만일 흑인이었다면 다른 생각을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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