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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법인세율 인상 vs 법인세율 정상화…화두가 된 '25%'

지난 2일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이 현행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높이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20대 국회에서 원내 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도 원 구성이 완료되면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상향 조정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예고한 상태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정책위의장은 법인세율 인상 추진 이유로 이명박 정부에서의 법인세율을 인하하면서 내걸었던 목적이 실현되지 않았던 점을 꼽고 있습니다. 2009년 이명박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내리면서 기업의 투자 촉진과 고용 창출을 명분으로 내세웠는데, 30대 그룹의 투자는 제자리걸음이고 고용 창출은 오히려 줄었으며, 그 사이 재정 적자는 악화일로라는 것입니다. 법인세율을 인하했던 목적이 실현되지 않았으니 법인세율을 다시 정상화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의 법안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려는 법인세율 인상 법안 간에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최고세율 적용 대상이 그것입니다. 김동철 의원의 법안은 과세 표준 200억 원을 초과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지만, 더민주는 과세표준 500억 원을 초과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인상된 법인세 최고세율 적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동철 의원의 법안이 좀 더 많은 기업을 대상으로 한, 보다 강도 높은 법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법인세 인상과 관련해 재계와 여당은 반대의 목소리를 분명히 해 왔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법인세율 인하가 대세이고, 우리나라의 총조세 대비 법인세수 비중은 OECD 상위권으로 결코 기업이 세금을 적게 내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일부에서는 법인세가 인상되면 기업들이 해외로 탈출하는 기업 엑소더스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법인세율 인하가 대세인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앞장서서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말하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법인세율은 국제적 수준보다 낮다는 것입니다. 2014년 기준 OECD의 법인세율 평균은 23.4%입니다. 22%인 우리나라는 34개 국 중 20번째입니다. 미국은 35%로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높고, 일본도 우리보다 높은 25.5%입니다. 그리고 세금 감면이나 환급 등을 포함하면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을 더 낮아집니다. 2014년 기준, 세금 감면 등을 포함한 우리나라 대기업의 실효 법인세율은 18.9%입니다. 특히, 연구 개발비 등으로 법인세 공제 혜택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10대 기업의 실효 법인세율은 17%입니다.

우리나라의 총 조세 대비 법인세수 비중은 2013년 기준 OECD 조사 대상 27개 국 중 우리나라가 2번째로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법인세율을 인상해서는 안 된다는 근거가 되기에는 부족합니다. 법인세수라는 것은 기업의 번 돈 즉, 과세표준액에 세율을 곱한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이 OECD 평균보다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법인세수가 많다는 것은 기업이 번 돈, 즉 과세표준액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더욱이 해당 지표가 총 조세 대비 '비중'인 만큼, 법인세를 제외한 다른 세수가 감소했다면 법인세 비중은 증가할 수도 있습니다. 총 조세대비 법인세수 비중이 높다는 것은 가계는 사정이 어려운데, 기업은 사정이 낫다는 것을 뜻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재계와 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두 야당이 법인세율 인상안을 추진하면서, 법인세율 인상안은 여소야대의 20대 국회에서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무슨 정책이나 이견은 있을 수 있습니다. 반대가 없는 일방적인 목소리는 오히려 건강하지 않습니다. 다만,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정의가 무너져서는 안 될 겁니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15년까지 19년 동안 가계소득이 152% 증가하는 동안 소득세수는 308% 증가했습니다. 반면에 법인소득이 532% 증가하는 동안 법인세수는 377% 증가하는데 그쳤습니다. 바꿔말하면, 가계는 번 돈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고, 기업은 번 돈보다 더 적은 세금을 냈다는 뜻입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한창진·안혜민(인턴)
디자인/개발: 임송이

※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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