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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훈훈하게 끝난 '환율조작 의혹'…과연?

[취재파일] 훈훈하게 끝난 '환율조작 의혹'…과연?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이 방한해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한미 재무장관회담을 가졌습니다. 대북 제재 공조 문제, G20 협력 방안 등 다양한 경제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세간의 관심은 환율 문제에 쏠렸습니다. 앞서 지난 4월말 미국 정부가 우리나라를 중국, 일본 등과 함께 환율 조작 의혹이 있는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규모는 지난 2010년 94억 달러에서 2015년 258억 달러로 2.5배가 늘었는데, 미국 정부는 그 원인이 우리 정부가 환율 시장에 개입해 의도적으로 원화 가치를 낮췄을 가능성에 있다고 봤습니다. 쉽게 말해 원화 가치를 낮춰 우리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올린 덕분에 교역에서 이득을 본 거 아니냐는 거죠. 루 장관의 이번 방한이 앞으론 우리 정부가 환율 시장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온 거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배경입니다. 게다가 양자회담을 위해 미 재무장관이 방한한 게 9년만에 처음인지라, 더 그런 관측에 힘이 실렸습니다.

하지만 회담 결과는 미리 겁먹었던 것에 비하면 싱거웠습니다. 안에서 무슨 얘기가 어떻게 오갔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진 않았지만, 회담 전 유 부총리와 루 장관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한미 간 굳건한 동맹을 과시하며 긴밀한 정책공조를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회담 직후 유 부총리는 실제로 환율조작과 관련된 논의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유 부총리는 아주 급격한 시장 변동이 있지 않으면 정부가 환율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미국 측에 설명했고, 이에 대해 미국 측도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미국 측이 앞으로도 우리가 그렇게만 하면 환율시장에 대한 일방적이고 반복적인 개입이라고 보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훈훈한 마무리입니다. 서로 약간의 오해가 있었고, 앞으론 이런 오해 없도록 하자는 결론 같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루 장관은 유일호 부총리를 만나기 전 한국은행을 방문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비공식 회동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도 환율 시장 개입에 대한 우려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기준금리 인상이 코 앞으로 다가온 마당에 금리 인상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  상대적으로 원화가치가 더 떨어져 우리의 대미 흑자 폭이 더 늘어날 수 있으니, 미리 단속에 나선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우리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게다가 지난 1일에는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세계경제연구원 주최 강연에서 한국의 법률시장 개방과 기업 규제 완화를 촉구하며 통상 압박을 하기도 했습니다. 훈훈한 분위기 속에 좋게 좋게 말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환율과 통상압박이 사라진 건 아니라는 겁니다. 미국은 최근 경제 회복세가 둔화되면서 수출을 통해 활로를 찾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미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등 유력 주자들을 중심으로 최근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강화되고 있는 것도 이런 움직임의 배경입니다.

이번 한미 재무장관회담이 서로 웃으며 공조를 약속했다고는 해도 결국 우리 정부에게는 부담입니다. 양자회담에서 약속한 만큼 앞으로 환율 시장에서 우리 정부의 운신의 폭은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일례로 어느날 갑자기 원화가치가 과도하게 오른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 외환당국은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전 미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을 겁니다. 눈치까지는 아니더라도 한번 쯤은 미국 측을 고려하게 되는 겁니다.

미국이 압박한다고 해서 우리 원화 가치가 당장 오르는 일이야 없겠지만, 만에 하나 원화 가치 상승 추세로 간다면, 우리에게 결코 반가운 일은 아닐 겁니다. 현재 17개월 연속 수출액이 감소하는 최악의 수출 부진 속에 원화가치가 올라 우리 제품 가격마저 오른다면 수출 기업들은 이중고를 겪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회담을 그저 훈훈하게만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 "대북 공조" 한목소리…환율 문제엔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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