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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북한과 중국이 서로를 대하는 방식

[취재파일] 북한과 중국이 서로를 대하는 방식
리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2박 3일간의 중국 방문을 마치고 지난 2일 북한으로 돌아갔다. 리수용은 중국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쑹타오 대외연락부장을 만나 북중 친선을 강조했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냉랭한 관계를 벗어나지 못했던 북중 사이에 모처럼 화해의 발판이 마련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북한은 중국 방문길에서도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리수용은 쑹타오를 만나서도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을 병진시킬 데 대한 전략적 노선을 항구적으로 틀어쥘 것”이라고 강조했고, 시진핑을 만나서도 “새로운 (핵-경제) 병진노선은 추호도 변함이 없다”고 언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보도했다. 또, 리수용이 중국을 방문하던 지난달 31일 북한은 실패하긴 했지만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했고, 리수용이 시진핑을 만나던 지난 1일에는 SLBM과 핵탄두 모형 등 중요 전략무기 모습을 동영상으로 공개했다. ‘중국과 관계개선은 원하지만, 핵과 미사일 같은 전략무기를 포기하면서까지 그럴 생각은 없다’는 것을 확실히 한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하는 중국을 방문해 북중관계 복원을 타진하면서 무슨 무모한 행동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북한은 미중의 경쟁구도 속에서 북한이 가지는 전략적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북한이 ‘핵개발 고수’ 입장을 표명해도, 미국과 경쟁관계가 심해지고 있는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북한은 어찌 보면 당당하게도 ‘핵과 경제의 병진노선’을 주장하면서 ‘북중 친선’도 강조했다.

● 북중 모두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며 “유관 당사국들이 냉정과 자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말로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의 도발 억제를 주문했지만, “중국은 북중 우호협력 관계를 고도로 중시한다”며 북중관계 개선 의향을 내비쳤다. 북한의 핵개발은 달갑지 않지만,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과거의 적국이었던 베트남까지 방문하면서 중국 견제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북한과 중국은 그래서 딱히 합의된 것은 없는 것으로 보이는데도, 리수용의 이번 방중에 그럭저럭 만족하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 복원을 내세워 고립을 탈피하는 이미지를 얻고, 중국은 북한이라는 외교적 지렛대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여전히 가지고 있음을 대외에 과시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리수용의 이번 방중으로 북중관계가 급속히 진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반도 비핵화가 중국 국익에 부합한다는 중국의 판단이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가지 않는 한 관계 개선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중국 방문도 핵개발에 대한 북한의 입장이 변하지 않는 한 쉽지 않을 것이다.

● 북중관계, ‘혈맹’은 옛 말이지만 과소평가해서도 안 돼

북한과 중국은 이제 서로에게 큰 기대를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혈맹’이라는 용어로 상징됐던 과거의 우호관계도 점차 옛 말이 돼가는 분위기다. 그래서 북한과 중국은 이번에 북한 핵개발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얘기를 하면서도 ‘허울좋은 북중친선’이라는 말에서 이해관계의 접점을 찾을 수 있었다. 기대가 크지 않으니 만족할 수 있는 수준도 높지 않았던 것이다.

앞으로도 북중간에는 이렇게 그저그런 관계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G2의 하나로 글로벌 외교를 지향하는 중국과 정권 보존에만 사활을 걸고 있는 북한의 지향점이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북중관계를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리수용의 이번 방중에서 보듯 북중 두 나라는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지점을 비교적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활용할 준비가 돼 있기 때문이다. 
● 한미일 3국 관계에만 몰입하면 북중관계 더욱 강화될 것

남북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의 대립구도가 확연해지면서 북한 문제를 다뤄야하는 우리의 방향 잡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가 미국, 일본과만 너무 밀착해 한미일 3국 관계에만 몰입할수록 북중간 협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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