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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있어서 체크" 직원 미행한 CJ대한통운

<앵커>

택배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CJ 대한통운 한 번쯤 이용해 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업계 1위인 이 회사가 직원을 시켜 소속 택배 기사들을 미행하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 온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왜 이런 일을 벌인 것인지 최우철 기자가 기동 취재했습니다.

<기자>

대전의 한 결혼식장입니다.

남성 2명이 커튼을 젖혀 가며, 맞은편 건물을 유심히 살핍니다.

맞은편 건물에는 20명의 CJ 대한통운 전·현직 택배기사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이상한 낌새에 놀란 택배기사 몇몇이 웨딩홀로 건너와 남성 2명에게 정체를 묻자, 이들은 기사들을 결혼식장 관리인으로 착각하고 이렇게 대답합니다.

[(아저씨 누구세요?) CJ에서 왔고요. 앞에 저희 회사(CJ대한통운) 기사들인데, 오늘 모임 있다고 해서 몇 명 왔는지 그거 좀 체크 하려고요.]

자신들이 바로 택배기사들이라고 밝히자 남성 2명은 크게 당황합니다.

남성 2명이 파악한 건 참석자별 도착시간과 택배기사 개인 차량의 차종과 차량번호입니다.

CJ 로고가 선명히 박힌 직원용 수첩에 빼곡히 적어놨습니다.

[(CJ 어디 소속이에요?) 대전지점 직원이에요.]

지난해 8월 촬영된 이 화면에 찍힌 사람들이 정말 CJ 대한통운 직원인지 확인해 봤습니다.

[CJ대한통운 대전지점 직원 : 김○○. 상위 부서죠. 서부사업담당 우리 '스태프'죠. '스태프'.]

이른바 '운영팀 스탭'으로 불리는 정규직 사원들입니다.

CJ 대한통운은 3년 전 택배기사들이 싼 운송 요금과 과도한 벌칙 규정에 반발해 파업을 벌이자, 합의서를 작성했습니다.

하지만 사측이 이 합의서의 약속을 지키지 않자, 택배기사들은 노조 설립 등 대책을 논의하게 됐습니다.

바로 그 때부터 회사가 직원을 동원해 자신들을 감시해왔다는 게 기사들의 주장입니다.

[감시 피해 택배기사 : (군포에서) 안양까지 가는 데 그 차가 따라온 적도 있었어요. 진짜 차에 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혼자는 다니지 말자… 두렵죠. 솔직히 두렵죠.]

노조 설립을 방해할 목적으로 근로자를 감시하는 건 징역형까지 해당되는 불법행위입니다.

이에 대해 CJ 대한통운 측은 택배기사들을 감시하라고 지시하거나 감시 조직을 운영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영상에 촬영된 직원들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해명했습니다.

(영상취재 : 양두원, 영상편집 : 박춘배, VJ : 유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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