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월드리포트] 사다리 타고 절벽 오르는 목숨 건 등굣길…황금 사다리는 없다!

[월드리포트] 사다리 타고 절벽 오르는 목숨 건 등굣길…황금 사다리는 없다!

임상범 기자 doongle@sbs.co.kr

작성 2016.05.29 14:28 수정 2016.05.29 18:43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기사 대표 이미지:[월드리포트] 사다리 타고 절벽 오르는 목숨 건 등굣길…황금 사다리는 없다!
긴장한 표정의 아이들이 책가방을 맨 채 아슬아슬한 대나무 사다리를 타고 8백 미터 높이의 깎아지른 절벽을 오릅니다. 어린 학생들은 안전 로프나 헬멧도 없이 17개나 되는 사다리를 오르고 사다리가 없는 곳은 맨 손으로 바위를 잡고 올라서야 합니다. 절벽을 오르는데 1시간 반, 내려갈 때는 1시간이 넘게 걸립니다. 절벽 아래 위치한 학교를 다니기 위해섭니다.
중국 쓰촨성(四川) 오지 중의 오지인 자오줴(昭覺)현 아투러얼(阿土勒爾) 마을은 해발 1천5백 미터 산 정상에 위치해 있습니다. 72가구가 약초를 캐며 살아가는 이 산골 마을에는 15명의 학생들이 있습니다. 부모들이 순번을 정해 아이들을 인솔하지만 등반 과정에서 추락사하는 불상사가 종종 일어납니다. 그야말로 목숨을 건 등굣길입니다.

세계 기행 프로그램 같은 곳에서 여러 차례 다뤄지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마지못해 최근에서야 이 지역 지방 정부가 철제 계단을 만들어주겠노라 약속했습니다. 아투러얼 마을처럼 국내외 매스컴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벽지의 학생들은 여전히 산 넘고 물 건너 야 하는 고난의 등굣길을 감수해야만 합니다. 같은 쓰촨성(四川) 웨츠(嶽池)현의 후이룽(回龍)마을에 사는 백여 명의 학생들은 매일 1~2시간 씩 나룻배를 타고 외부로 나가야 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 지방 정부가 수력발전용 댐을 만들면서 졸지에 물에 갇힌 마을이 되어버린 겁니다.
쓰촨성보다 더한 오지인 구이저우(貴州)성에는 수백 미터 높이의 협곡을 지나야하는 '삭도(ropeway, 索道) 등굣길'이 있습니다. 수 십 명의 아이들이 낡은 로프와 삭도에 의지해 천 길 낭떠러지를 지나 매일 학교를 오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중국 언론들은 '배움의 열정이 대단하다'하다는 식의 눈가리고 아웅하는 기사만 남발할 뿐 낙후된 지역의 열악한 교육 현실에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소외 계층의 반발을 불러와 사회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문제이기에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여름 방학을 앞두고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열리는 ‘어학 캠프’ 프로그램 설명회가 주된 화제입니다. 한 달 일정으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의 참가비는 대략 5~6만 위안, 우리 돈으로 천만 원을 호가하지만 비용 걱정을 하는 이들은 없습니다.

명문 학교들이 몰려 있는 베이징에서는 자녀들의 좋은 학군 배정을 위한 부모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10㎡ 원룸 하나가 7억 5,000만 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8학군으로 불리는 베이징 난창 후퉁의 소형 단층 주택의 경우, 1㎡ 당 거래 가격이 40만 위안, 우리 돈 약 7,300만 원에 달하고 낡은 아파트 가격도 1년 만에 ㎡당 매매가가 우리 돈 2,500만 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서울 최고가 아파트를 능가하는 수준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목숨 건 등굣길을 맞이해야하는 내륙 산간벽지 학생들에겐 꿈같은 얘깁니다.

중국 21세기교육연구원이 발표한 ‘중국교육발전보고’에 따르면, 베이징이나 상하이, 톈진 등 발달한 동부 지역의 평균 교육 기간은 대략 11년으로 구이저우, 칭하이, 시짱 등 낙후된 서부 내륙지방의 5.5년에 비해 두 배나 길었습니다. 0~1 사이에서 수치가 높을수록 불균형을 나타내는 ‘교육지니계수’를 봐도 이런 차이는 확연해집니다. 베이징의 교육지니계수는 2002년 0.193에서 2012년 0.174로 떨어졌지만 같은 기간 시짱은 0.449에서 0.453으로 오히려 높아져 불평등이 심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런 교육 불평등은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 대물림으로 이어지게 마련입니다. 최근 발표된 '2015년 민생발전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최상위 가정 1%가 중국 전체 부의 3분의 1을 거머쥐고 있는 반면 최하층 25% 가정은 전체 자산의 1%도 못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의 자산 지니계수는 1995년 0.45에서 2012년 0.73으로 높아졌습니다. 지니계수는 부의 분배를 수치로 나타낸 지표로 0에 가까울수록 분배가 평등하게 이뤄졌다는 뜻이고,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다는 의미입니다. 지난 2010년 OECD 회원국의 평균 지니계수는 0.314였습니다.

중국의 소득 지니계수도 지난 30년간 꾸준히 높아졌습니다. 1980년대 초 0.3 수준이었던 소득 지니계수는 2012년 0.49로 상승했다. 세계은행에서는 소득 지니계수가 0.4 보다 큰 나라를 불평등이 심각한 국가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회주의의 가면을 쓴 자본주의의 천국, 중국에서 이제 개천의 용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있는 집에서 태어나고, 대도시 호적을 갖고 있고, 고 학력에 공산당원인 부모를 둔 ‘금 수저’들에게만 명문 학교 진학의 길이 열려 있고 그들이 부와 명예, 좋은 직장과 좋은 혼처를 독점하고 또 대물림하고 있습니다. 아투러얼의 어린 학생들이 목숨을 걸고 매달리는 대나무 사다리는 결코 신분 상승의 황금 사다리가 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많이 본 뉴스